어제 신랑이 출근하면서 퇴근을 밤 10시쯤 할거라고 했어요.
그 시간쯤 되어 시간 맞춰 밥 뜸 들이고 국 끓여놓고 전 부쳐놓고 딱 기다리는데..!
10시 한 반 되었는데도 오지를 않길래 전화를 걸어보니 전원이 꺼져있는거예요.
해둔 반찬은 식어가고 저도 배고픈데 같이 먹으려고 기다리던 차라 화도 나고..
11시가 다 되어 이상하다 싶어 평소 잘 가는 당구장 아프리카 TV 중계를 가보니..
거기서 왔다갔다하면서 당구치고 있는 거있죠.
평소 술담배 없이 오직 일-집-당구라 평소에 그거 가지고 뭐라진 않아요.
단 당구장 출입이 일주일에 3일로 정해져있고 그거 예를 들어 월화수 채웠으면 목금토일은 못 가거든요.
아마 오늘 일이 예상보다 일찍 끝났는데, 저한테 말하고 당구장 가면 그 3일 중에 하루 깎아먹으니까
그거 안 간척 하고 일 끝나고 바로 들어오는 척 한다는 게 놀다보니까 시간을 넘긴 거 같았어요.
(사실 일주일에 3일 당구장도 제 생각엔 많은데.. 뭐 일 끝나고 두 세시간이고,
저도 제가 좋아하는 책 읽기를 누가 일주일에 3번도 못 읽게 그럼 싫을 거 같아서..
신랑 취미도 같은 맥락에서 이해해주고 있습니다)
좀 두고보다가 아프리카 TV 채팅창에다 누구누구씨 전화 받아요, 치니까
좀 있다가 쭈볏거리면서 전화가 오더라고요. 배터리 나간지 몰랐다고, 지금 바꿔 끼웠다고.
전 그랬어요. 가면 간다고.. 일 끝나고 전화한통만 주려고 봤어도 전화기 꺼진줄 알았을거 아니냐고.
사람이 왜 그렇게 배려가 없고 무슨 엄마 속이고 놀러 가는 초등학생 마냥,
집에서 동동 거리면서 식사준비하고 같이 먹으려고 기다리는 사람 생각은 못하냐고.
놀다 오는 줄 알았으면 나도 그냥 속 편하게 라면이나 하나 끓여먹고 말았다고.
뭐 때문에 이렇게 몇시간동안 지지고 볶고.. 나 똥개 훈련 시키냐고.
됐으니까 밥은 나 혼자 먹고 치울테니 알아서 해결하고 들어오라고.
그러고 혼자 먹고 설거지 하는데.. 스물 스물 들어오대요.
괜히 제 팔이랑 어깨랑 쭈물쭈물 거리면서 미안하다고, 전화기 일부러 끈 건 정말 아니라고.
보니까 밥도 안 먹고 들어왔대요. 배는 고픈지 저한테 차마 차려달란 말은 못하고
저 혼자 뭐 반찬 제대로 챙기지도 않고 그저 찌개그릇 하나만 냄비째 가져다가 밥 퍼가지고 우걱우걱 먹는데..
열받잖아요. 맛있게 먹이려고 얼마나 준비를 했었는데 쳐놀다가 이제와서 저따위로 먹고 있으니까.
먹는데 옆에서 계속 뭐라고 했어요. 사람 약올리는 것도 아니고, 놀면 놀았지 왜 속이려고 들고 어쩌고 저쩌고.
그리곤 먹고나서 그릇을 씽크대에 담가두고 샤워하러 가길래..
먹은 거 설거지도 해! 소리를 치니 보니까 자기도 슬슬 열받는데 꾹 참고
가서 설거지를 달각달각 해놓고 와서 저한테 등 돌리고 자더라고요.
저도 당시에 화가 무척 많이 나서 마구 소리 치고 밥 먹는데 옆에서 계속 뭐라 그랬는데..
좀 진정이 되고나서 생각해보니 추운데 고생하고 일 마치고 좀 놀다온건데
그렇게까지 욕 먹을 일인가 싶을까, 입장바꿔 좀 미안한 맘도 들고 그래서..
자는데 슬며시 끌어안으면서 "내가 좀 과했어.. 미안해." 사과하는데
좀 짜증스러워하면서 대강 대강 대꾸하면서 그냥 자더라고요.
그리곤 오늘 아침에 "밥 먹고 들어올거"라면서 출근해선 제가 사과문자 보냈는데 또 대꾸도 없어요.
우씨... 잘못은 지가 먼저 한건데.
졸지에 제가 사과하고 있어요. 기분도 더 안 좋구...
이럴때마다 한번씩 생각하는게..
그냥 본인이 언제 들어갈테니까 식사준비해달라, 소리 하기 전까진
그냥 밥 차려놓고 기다리고 이런 거 하지 말까? 난 딴에 전업이고 신랑 힘들게 돈 버는 거니까
집에 들어올때 따끈한 밥상 기다리고 있게 해주고 싶어서 그러는건데..
이 문제로 자주 트러블이 생기네요. 한번씩 과하게 싸우고나면 신랑은 그래요.
그렇게 유세 떨거면 밥 같은 거 해놓지 말라고. 난 진짜 너 그런 거 하나도 안해놔도 상관없다고.
...근데 사이 좋을땐 또 요리 잘하는 절 둬서 행복하느니 너무 맛있느니
오늘 저녁 반찬은 뭐야? 궁금해해가면서 제가 밥 차려주는 거 너무 좋아하거든요.
자취생활이 길었던 탓에 못 먹어버릇한 것도 있고;; 저도 그래서 짠해서 더더 많이 챙겨주고 싶고요.
근데 신랑은 자기 퇴근시간때즈음에 집에서 누가 뭐 준비해놓고 있따, 그래서 연락해줘야한다,
맞춰서 들어가야한다 그 조절을 잘 못해요. 그냥 대강대강 어느때는 말도 없이 일찍 휙 들어오기도 하고
어느때는 자기 놀고 싶은 거 놀다가 들어오고.. 왜 연락 안했냐 뭐라 그러면 아 까먹었다.. 미안하다 반복반복..
휴.
신랑 상관없이 그냥 저 끼니때 밥 먹고, 들어와서 밥 달라고 하면 차려주고 아님 말고.
이렇게 해야 할까요?? 근데 주부로서 끼니에 맞추어 장 보고, 식단 계획하고 그러다보면
상대방을 아주 염두에 안 둘수도 없는데요... ㅠㅠ
예를 들어 장을 보러 가서 오늘 닭이 싸네? 닭도리탕 할까? 싶으면
역시 신랑이 오늘 몇시에 들어올건지 묻지 않을 수가 없고 약속된 시간에 준비를 안해둘 수가 없고
근데 그 시간이 어겨지면 화가 나고 싸움이 생기는 거예요.
(신랑 업무상 출퇴근 모두 남들보다 늦고 불규칙적이예요)
그렇다고 아예 아무것도 준비 안해두었다가 신랑이 갑자기 밥 차려달라 그러면
할 수 있는 거라곤 계란 후라이에 소세지 구이 정도인데 늘 그렇게 먹이고 살 수도 없고..
거한 요리 미리 해두었다가 사람 없으면 천덕꾸러기 되고.. 어렵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