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달 전 이야기입니다.
며칠전부터 코와 귀가 이상합니다.
20개월 공주님 수발드느라 밥도 대충먹고, 끼니도 자주 거르고, 잠도 늘 깊이 못자고 늘 한두번은 깨고
그래서 전반적으로 면역이 약해져있는데, 코와 귀에서 진물이 나고 피가 흐르네요. 컨디션이 최악이라는
얘깁니다. 근처에 사는 친정어머니도 허리디스크로 통원치료하느라 늘 병원 아니면 침대에 누워계셔서
남편에게 반차 하루만 내라고 몇일을 졸랐습니다. 병원가게요. 그랬더니 그떄마다 하는 말
'요즘 사무실 분위기가 어떤 줄 알아? 무슨 반차야 반차는. 어림도 없어. 내가 뭐 일부러 이러는 줄 알아?'
얌마, 나도 일 했던 사람이거던. 너보다 더 빡쎈 직장에서. 그래 알았다. 결국 포기하고 애 데리고 이비인후과 갔더니
역시나 예상대로 엄마한테 손댄다고 의사 막 손으로 떄리고 발로 차고 간호사보고 안고있으랬더니 버둥거리다가
떨어질려고 하고 암튼 허겁지겁 드레싱만 간신히 하고 약만 처방받아서 나왔어요. 의사 왈 '많이 아팠겠네. 이걸 어떻게 참았어요 그래' 그럽디다.
항생제 빡쎄게 넣은 약 먹으니 좀 좋아졌어요. 주사도 맞고가라고 했는데 애 떄문에 포기하고 왔습니다만
뭐 암튼 약이 좋네요. 꼭 다시오라고 했지만 갈 수 있겠습니까. 약이라도 탄게 어디에요.
그런데 이 놈의 자식이 그 주 금요일에 반차 내겠답니다. 자기 학교떄 전공교수님이
애들데리고 MT를 가는데 애들이 많이 안간다고, 졸업하고 취직한지 한참 된 지라도 가서 모셔야한다나?
요즘 애들이 다 뺸질거려서 개인사정대고 다 빠졌다나...그리고 반차 신청하고 왔답니다.
그날 애 일찍재우고 뒤집어엎었습니다. 저한테 몇 대 맞기도 했지요. 넌 맞아도 싸.
그런데 그날 반차 내고 쪼르르 그 교수님한테 가서 그 옆에서 전화합디다.
'나 여기 교수님실인데 거기 가면 안될까. 내가 놀고싶은건 아니고 진짜 사람이 없어서 너무 적적하셔 솰라솰라'
바로 옆에 계시니 니가 마지못해 허락해주겠지 그런 계산인게 훤히 보여서 저도 똑같이 응답해줬습니다.
호랑이포효소리로 옆 사람한테도 다 들리게 이혼장 쓰고 가라고. 잘 다녀 오라고. 다녀오면 니 짐은 싸서 경비실에 맡겨놓을테니깐 알아서 찾아가라고. 다음주 월요일날 법원 앞에서 만나서 마무리까지만 하고 다시 얼굴보고 살지 말자고.
어제 또 그날 이야기를 꺼내더군요. 넌 남편을 뭘로 아냐고. 내가 가정 하나 제대로 운영도 못하고
큰 소리로 막 말하는거 다른사람한테 다 들려서 정말 쪽팔렸다고. 정말 나 같이 성질 더러운 여자랑 살기 힘들다나.
나도 니가 내 남편인게 쪽팔린데
저 어찌해야 할까요. 나랑 내 남편이랑 대체 누가 더 잘못한건가요?(근데 이거 따지는게 의미는 있나)
이거 계속 데리고 살아야하나도 의문이지만, 데리고 살려면 어떻게해야 좀 개조할 수 있나요?
아, 지금도 생각하면 고마 궁디를 확 그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