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잃어버린 지갑 찾은 이야기

.. 조회수 : 1,659
작성일 : 2011-12-28 13:45:17

 정치적으로 경제적으로 우울한 일들만 가득해서 하루하루 살아내는게 참 힘겹지만 

 그래도 아직은 따뜻한 사람들이 있어 이 세상은 살만하다는 걸 느껴보시라고...

 

한 5월쯤으로 기억됩니다..

밤 12시쯤 남편 핸드폰으로 전화가 왔습니다..

택시기사인데 바깥분이 많이 취해서 일어나질 않으니 좀  내려오시라고..

한걸음에  내려가서 택시비 계산을 하려고 남편 양복에서 지갑을 꺼냈더니 택시비는 이미 계산이 되었답니다..

남편동료가 먼저 내리면서 계산을 한 모양이더군요..

 

그렇게 상황이 종료되고 아침에 출근을 준비하는 남편이 지갑이 없답니다..

그럴리가.. 내가 어제 계산하려고 분명히 꺼냈었는데..

그런데 아무리 찾아봐도 분명 지갑은 없었습니다.

어제 남편을 부축이고 들어오면서 흘린겁니다.

 

그래서 어제 상황을 이야기하고 혹시 경비실에 맡겨놨을지도 모르고 동네 주민이 주웠다면

연락이 올지도 모르니 좀 기다렸다가  10시쯤 카드사에 분실신고를 하기로 하고 남편은 출근을 하였지요.

 

남편 출근후 혹시나 싶어 택시 내렸던 곳과 1층 엘리베이터 부근등을 살펴봤는데  지갑은 없었습니다.

10시경에 남편한테 전화를 했는데 회의중이고.. 12시가 좀 넘어서 남편한테 전화가 왔습니다.

 

어떤분한테 연락이 왔는데 지갑을 가지고 있다고 .. 그러면서 조심스럽게 묻더랍니다.

혹시 지갑에 얼마나 들어 있었는지 기억하시냐고.. 그래서 정확하게 4만원 있었다고 했더니

오히려 좋아하더래요.. 혹시나 다르면 오해하실까봐 걱정했는데.. 맞다고.. ^^

그러면서 어디로 가져다 드리면 되는지 묻길래 집과 직장 위치를 대략 말해주니

오후에 저희 동네에 업무가 있다면서 가는길에 가져다 주고 가겠다 했답니다..

그래서 제 전화번호를 알려주었으니 지갑 받아놓으라고..

 

1시간 후 연락이 와서 내려가보니 50대 중반쯤 되는 인상 좋은신 분이 지갑을 건네주면서 말씀하시길..

 

자기 조카가 청소일을 하는데 새벽에 지갑을 주웠다..

그런데 업무끝나고 연락을 하려 명함을 꺼냈는데  어떻게 전화를 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자기더러

주인을 좀 찾아줬음 좋겠다 면서 지갑을 맡기고 갔다는거예요.

 

첨에는 왜 전화를 못하지! 하고 의아했는데.. 명함을 보고 나니 이해가 가더라구요

 

보통 명함은 핸드폰 번호가 010-xxxx-xxxx 이렇게 표시되어 있는데

우리남편 명함에는  82-10-xxxx-xxxx  이렇게 국가번호까지 포함되어 있어서 그분이 

이해하기가  어려웠었나 봅니다. ㅠㅠ

순간 짠해지면서도 참 감사하더군요..^^

 

 뭔가 사례를 하고 싶어서 미리 준비한 현금  3만원을 넣은 봉투를 그분께 드리니

한사코 거절을 하시더군요..

그래서 제가  만약 이 지갑을 잃어버렸으면 돈도 돈이지만 카드분실신고에, 신분증 재발급등등 복잡한 것은

둘째고 그걸 재발급 받는데도 비용을 들어가니 저도 돈을 버는거다며 웃으며 말씀드렸더니..

 

그럼 받겠다.. 대신 그걸 청소하는 조카한테 주겠다.. 우리조카 좋아하겠네..하며 웃으시더군요..

 

저 또한 가슴이 따뜻해져서 집으로 올라왔는데 남편한테 전화가 왔습니다..

 

혹시 봉투드렸니? 갑자기 무슨일인가 하고 긴장된 마음으로

응... 그랬는데.. 왜?

 

그분께서 돌아가시면서 저희 남편한테 전화를 했답니다..

지갑은 잘 돌려드렸다.. 그런데 사모님(!)이 봉투를 하나 주더라.. 

금액이 문제가 아니고  하얀 봉투에 돈을 담아준 마음이 너무 고마워서 감사전화를 했다며..

 

그 이야기를 들은 남편 마음도 따뜻해졌나 봅니다.. ^^

 

 

이렇게 맘 따뜻한 분들이 있었다는 이야기를 좀 지났지만 꼭 한번은 글로 남기고 싶어 이렇게 씁니다..

 

 

 

 

 

 

 

 

 

 

 

IP : 116.120.xxx.7
8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11.12.28 1:48 PM (203.244.xxx.254)

    아흑.. 다 훈훈한 분들이어서 저도 마음이 훈훈합니다.

  • 2. 저도...
    '11.12.28 1:49 PM (122.32.xxx.10)

    그냥 주머니에서 돈 3만원 꺼내서 주지 않고, 봉투에 담아서 드린 마음이 이뻐 보입니다.
    봉투에 담는 거... 아무것도 아니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받는 사람 입장은 다르거든요.
    원글님 남편분께서 결혼을 잘 하셔서 지갑도 돌아오고 한 거 같아요...

  • 3. 아~~눈물이
    '11.12.28 1:49 PM (118.222.xxx.141)

    간만에 감동적인 이야기에 눈물이 핑~ 도네요^^ 아마 원글님이나 남편분이 평소에 덕을 많이 쌓아서
    복 받으신거다 생각하세요.

  • 4. 훈훈
    '11.12.28 1:56 PM (175.113.xxx.38) - 삭제된댓글

    가슴이 따뜻해져 오네요.. 정말 이런 몇 안되시는분들 땜에 그래도 살만한거 아닐까요..

  • 5. 웃음조각*^^*
    '11.12.28 2:01 PM (125.252.xxx.136)

    와.. 이런 이야기 너무 좋아요^^

    좋은 분들이 지갑하나로 정이 오가는 모습이 보이네요^^ 글을 읽는 제 마음도 훈훈해집니다^^

  • 6. 눈물
    '11.12.28 2:02 PM (115.94.xxx.35)

    등장인물들 모두들 따뜻하고 이쁘시네요..

  • 7. ㅜ.ㅜ
    '11.12.28 2:11 PM (210.216.xxx.148)

    오래간에...
    눈에 가슴 따뜻한 눈물이...

  • 8. 저도 좋네요
    '11.12.28 3:01 PM (211.41.xxx.106)

    각박하다 못해 쩍쩍 갈라지는 세상에 이런 얘기 한편씩 올라오면 그래도 숨통이 좀 트여요. 님 예뻐요.^^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53143 김정일 장례식 역시 성대하긴 하군요.. 량스 2011/12/28 690
53142 아파트 피아노 소음 방음 장치하면 괜찮을까요?? 궁금 2011/12/28 3,322
53141 전세입자가 연락이 안되네요.. 6 난감 2011/12/28 1,817
53140 올해 정부발의 경제법안 108건중 11건만 통과돼 세우실 2011/12/28 378
53139 돌아다니기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하와이 여행 어떨까요 6 하와이? 2011/12/28 1,262
53138 키우는 개가 아픈데 병원 데려가기가 너무 어려워요. 3 속상해 2011/12/28 987
53137 스티로폼 어디서 사는거죠? 1 추워요 2011/12/28 561
53136 가습기 대용으로 주로 빨래를 방에 널고 자는데요.. 세제 2011/12/28 1,091
53135 무꿀약이 뭐예요??? 1 whgdms.. 2011/12/28 917
53134 사임하신 포항공대 교수님요... 다시 복귀시킬방법없을까요? 6 .. 2011/12/28 2,499
53133 오래된 아파트 층간소음 문의.. 핸드폰 진동소리가 들려요. 10 웅~웅~웅~.. 2011/12/28 9,734
53132 사주는 안믿더라도..그럼..이사방향은요??? 2 사주? 2011/12/28 1,808
53131 로레얄 수분크림은 매장 어디서 판매하나요 ?? 5 .. 2011/12/28 1,816
53130 중2남자아이 스마트폰관리 효율적적인?방법 tip좀 공유할까요. 5 고민 2011/12/28 1,629
53129 한국항공대학교 어떤가요 3 ... 2011/12/28 1,916
53128 교원평가제 참여 안하면 어케돼요? 1 몰랐네요 2011/12/28 592
53127 컴퓨터 잘 아시는 분 좀 꼭 부탁 드려요. 6 컴퓨터 2011/12/28 575
53126 동태찌개할때 동태는 언제 넣는지... 8 맨날 저녁걱.. 2011/12/28 1,636
53125 저 아래에 5살 아기가..그 게시글 .. 3 허허 2011/12/28 1,597
53124 사는게 갈수록 팍팍하네요 2 ... 2011/12/28 1,418
53123 선관위 수사는 대체 왜이렇게 느린가요-_-... 로그파일은 안나.. 2 량스 2011/12/28 414
53122 남자애 때린 교수에 동조하는 심리는 분풀이로 시원하게 폭력을 16 역지사지 2011/12/28 1,384
53121 ‘박근혜의 남자’ 26세 비대위원 이준석 “MB 자수성가형, D.. 9 세우실 2011/12/28 1,716
53120 쥐를 잡자 이명박 가카 버전 고갈콘 2011/12/28 611
53119 왕따가해자들 무조건 소년원쳐넣었음합니다 3 따져보자 2011/12/28 1,03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