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적으로 경제적으로 우울한 일들만 가득해서 하루하루 살아내는게 참 힘겹지만
그래도 아직은 따뜻한 사람들이 있어 이 세상은 살만하다는 걸 느껴보시라고...
한 5월쯤으로 기억됩니다..
밤 12시쯤 남편 핸드폰으로 전화가 왔습니다..
택시기사인데 바깥분이 많이 취해서 일어나질 않으니 좀 내려오시라고..
한걸음에 내려가서 택시비 계산을 하려고 남편 양복에서 지갑을 꺼냈더니 택시비는 이미 계산이 되었답니다..
남편동료가 먼저 내리면서 계산을 한 모양이더군요..
그렇게 상황이 종료되고 아침에 출근을 준비하는 남편이 지갑이 없답니다..
그럴리가.. 내가 어제 계산하려고 분명히 꺼냈었는데..
그런데 아무리 찾아봐도 분명 지갑은 없었습니다.
어제 남편을 부축이고 들어오면서 흘린겁니다.
그래서 어제 상황을 이야기하고 혹시 경비실에 맡겨놨을지도 모르고 동네 주민이 주웠다면
연락이 올지도 모르니 좀 기다렸다가 10시쯤 카드사에 분실신고를 하기로 하고 남편은 출근을 하였지요.
남편 출근후 혹시나 싶어 택시 내렸던 곳과 1층 엘리베이터 부근등을 살펴봤는데 지갑은 없었습니다.
10시경에 남편한테 전화를 했는데 회의중이고.. 12시가 좀 넘어서 남편한테 전화가 왔습니다.
어떤분한테 연락이 왔는데 지갑을 가지고 있다고 .. 그러면서 조심스럽게 묻더랍니다.
혹시 지갑에 얼마나 들어 있었는지 기억하시냐고.. 그래서 정확하게 4만원 있었다고 했더니
오히려 좋아하더래요.. 혹시나 다르면 오해하실까봐 걱정했는데.. 맞다고.. ^^
그러면서 어디로 가져다 드리면 되는지 묻길래 집과 직장 위치를 대략 말해주니
오후에 저희 동네에 업무가 있다면서 가는길에 가져다 주고 가겠다 했답니다..
그래서 제 전화번호를 알려주었으니 지갑 받아놓으라고..
1시간 후 연락이 와서 내려가보니 50대 중반쯤 되는 인상 좋은신 분이 지갑을 건네주면서 말씀하시길..
자기 조카가 청소일을 하는데 새벽에 지갑을 주웠다..
그런데 업무끝나고 연락을 하려 명함을 꺼냈는데 어떻게 전화를 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자기더러
주인을 좀 찾아줬음 좋겠다 면서 지갑을 맡기고 갔다는거예요.
첨에는 왜 전화를 못하지! 하고 의아했는데.. 명함을 보고 나니 이해가 가더라구요
보통 명함은 핸드폰 번호가 010-xxxx-xxxx 이렇게 표시되어 있는데
우리남편 명함에는 82-10-xxxx-xxxx 이렇게 국가번호까지 포함되어 있어서 그분이
이해하기가 어려웠었나 봅니다. ㅠㅠ
순간 짠해지면서도 참 감사하더군요..^^
뭔가 사례를 하고 싶어서 미리 준비한 현금 3만원을 넣은 봉투를 그분께 드리니
한사코 거절을 하시더군요..
그래서 제가 만약 이 지갑을 잃어버렸으면 돈도 돈이지만 카드분실신고에, 신분증 재발급등등 복잡한 것은
둘째고 그걸 재발급 받는데도 비용을 들어가니 저도 돈을 버는거다며 웃으며 말씀드렸더니..
그럼 받겠다.. 대신 그걸 청소하는 조카한테 주겠다.. 우리조카 좋아하겠네..하며 웃으시더군요..
저 또한 가슴이 따뜻해져서 집으로 올라왔는데 남편한테 전화가 왔습니다..
혹시 봉투드렸니? 갑자기 무슨일인가 하고 긴장된 마음으로
응... 그랬는데.. 왜?
그분께서 돌아가시면서 저희 남편한테 전화를 했답니다..
지갑은 잘 돌려드렸다.. 그런데 사모님(!)이 봉투를 하나 주더라..
금액이 문제가 아니고 하얀 봉투에 돈을 담아준 마음이 너무 고마워서 감사전화를 했다며..
그 이야기를 들은 남편 마음도 따뜻해졌나 봅니다.. ^^
이렇게 맘 따뜻한 분들이 있었다는 이야기를 좀 지났지만 꼭 한번은 글로 남기고 싶어 이렇게 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