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일찍 수원 전철을 타고 출근할때 1시간 정도 잠에 빠진다.
장거리 출퇴근, 그 1시간은 꼭 잠을 자야만 하는 시간이다.
그러나 한달에 두세번 정도는 주위 사람들 때문에 잠이 들 수 없는 날이 있게 마련… 그게 오늘이다.
탈때부터 내릴때까지 내 옆자리에 앉은 그녀.. 대학생인가 보다.
시험기간인지 전공 책을 열심히 보고있다.
대략 잠에 막 빠져들려고 하는 중에, 그녀는 전화를 하기 시작한다.
아침일찍 전철을 타본 사람들은 알 것이다. 정말 조용하다. 한 사람도 말하는 사람이 없다.
목소리를 줄여도 신경쓰이게 마련인 전화통화..
그런데, 왜 고함을 지르냐고...
고음의 목소리로, 꼭 시끄러운 시장통에서 서로의 목소리가 잘 안들리는 상태에서 통화하는 것 같다.
이 전철칸, 아니 어쩌면 이 전철 통틀어서 지금 말하는 사람은 니밖에 없는데 말이다.
뭐, 귀가 안좋아서, 전철달리는 소리가 니한테는 시끄러워서, 그럴 수도 있었을지 모른다.
그런데.. 시험공부하느라 새벽차를 탄 너는 뭔 할말이 그리 많은가?
그냥 시험에 대해 뭐 물어봤으면 됐지, 왜 니 친구 누구는 시험 안치고 F 맞을 거라는 둥,
너는 내일 뭐할거라는 둥..
왜 내 귀에 너의 일상다반사를 쑤셔넣는 거냐?
또, 차라리, 계속 통화하지.. 전화를 끊었다가..
잠시뒤에 내가 살짝 잠이 들려고 하면,
넌 또 왜 갑자기 내 귀에 대고 여보세요? 소리쳐서 나를 놀래키냐?
너는 그렇게 몇 통화를 하고, 내리기 전 마지막 15분간은 조용히 공부하더만..
차리라 처음 15분을 조용했더라면, 난 15분은 잤을 터인데..
이렇게 아침 전철잠을 놓친 날은 하루가 멍하다.. 지금도 멍하다..
그래도 항상. 서서 가는 사람들을 생각하면, 앉아서 간다는 것 자체가 참 고마운 거라고 생각하긴 하지만…
오늘 내 옆의 그녀………… 부디 시험 잘치기 바란다고 전해주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