곧 만 삼세 되는 남자아이인데, 정말 같은 집에 함께 있고 싶지 않을 정도로
저를 힘들게 하네요. 나이 많은 엄마고 갑상선 때문에 쉽게 피곤해하는
엄마인데, 같이 도움 주시는 출퇴근 할머니랑 셋이서 있어도
할머니는 무조건 안 되고, 뭐든지 지 수발을 엄마보고만 들으라고 하고
노는 것도 엄마, 목욕도 엄마, 낮잠도 안 자면서 그냥 죙일 저한테
["애기 개미가 이거 눈이네?" 해봐] 이런식으로 대사를 저한테 알려주면서
몇시간이고 저한테 역할극을 시킬려고 합니다.
물론 제가 기운이 있고 커피 마신 직후 라던가 하면 성심 성의껏 놀아주는데요
정말 목도 말도 못하게 아프고 (쉽게 쉬어요) 순하게 놀지 않는 남자 아이다 보니
그냥 머리가 너무너무 아프고 오로지 커피샵이든 어디든 도망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요.
얼마전까지만 해도 할머니랑 둘이만 놔두고 제가 외출도 가능했는데
요샌 제가 나가면 하도 자지러지게 울고 엄마를 찾는 전화를 해대는지
제가 중간에 허둥지둥 돌아온 적이 몇번 있었어요.
블럭 이런것도 시끄럽게 마루바닥에 한꺼번에 쏟아버리고 연신 밟고 지나가기, 바가지로 물놀이 몰래 하다가
마루에다 퍼붇기, 서랍장 서랍 죄다 빼고 분해하기, 커피콩 쌀 섞어서 생난리 피우기 (이런 건
못하게 하면 하도 울고불고 난리라 할머니 혼자 보시는 날엔 필히 하고 마나봐요) 그리고 뭐라고
물어봐도 만화보거나 뭐 하고 있을 때 들은척 대꾸도 안 하고, 하여간 옷입기, 치카하기, 끙아하기
등 어느 거 하나 그냥 수월하게 넘어가질 않고 진을 빼놔요.
야단을 치거나 정말 잘못해서 손등을 맴매해도 엄마한테 호호해달라고 품에 또 앵기고
울고불고 하고, 정말 제가 신경질 부리고 화내는 정도가 심해지고 지난번엔 할머니가
옷입히면 안 된다고 하도 널부러져서 울고불고 하는데 제가 발로 애 다리 두번 쳤을 정도예요.
이렇게 고생고생 지도 고생 나도 고생해서 키운들, 매서운 사춘기 거쳐서 결국 독립하고 결혼할 텐데
이렇게 내 전부를 이 아이한테 바쳐야 하나 싶기도 하고...그냥 사랑하지만 자주 미워요.
제가 이성을 잃어가며 화를 내고 있다는 것도 느껴지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