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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펌]맛있고 건강한 식단으로 - 맛있는 식품법 혁명 -

작성일 : 2011-12-27 12:50:11
소주는 소주가 아니다 -『맛있는 식품법 혁명』을 읽고
100% 안전한 식품은 있을 수 없다
여성민우회생협을 이용한지 얼마 지나지 않았을 때 착각을 한 적이 있다. 착각의 내용은 다름 아닌 ‘안전한’ 식품을 먹는다는 것. 농약을 쓰지 않은 친환경·유기농 채소와 과일을 먹고, 우리밀로 만든 빵과 과자, 최소한 국내산 원재료로 첨가물 없이 생산한 가공식품이 안전하지 않다?

물론, 친환경 농산물과 식품 첨가물을 넣지 않았기에 시중 일반 제품 보다 ‘상대적’으로 안전할 수 있다. 그렇지만, 이는 상대적인 안전함일 뿐이다. 어떤 식품을 100% 안전하다고 믿는 것은 위험하다. 100중 99명이 먹어도 아무렇지 않지만, 나머지 1명에게 알레르기 반응을 일으키는 식품이 있을 수 있다. 그래서 100% 안전한 식품이라는 것은 사람들의 기대나 환상일 뿐이다.

정보 공개, 소비자 선택권을 보장하는 첫 걸음
그래서 생협은 ‘안전한 식품’이라는 말을 전면에 내세우지 않는다. 농산물은 어떤 생산자가 어디에서 어떻게 재배했다는 내용을 그대로 전달한다. 가공식품도 마찬가지다. ‘안전한 식품’을 공급한다고 알리는 것이 아니라 생산 과정을 관리하고, 그 전반을 투명하게 공개하는 것이 생협 운동의 핵심이다.

생협은 소비자 조합원에게 식품에 대한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하고 최대한 전달한다. 생협 조합원은 정보를 접한 후 스스로 판단하고 선택해 이용할지 말지를 결정한다. 적어도 생협에서 선택은 소비자의 몫이며 권리이다.

물론, 대형마트 등을 이용하는 소비자도 ‘상품을 선택’하는 것처럼 보인다. 소비자의 ‘선택’을 받지 못한 상품은 살아남지 못해서다. 그러나 식품이라는 분류에서 이런 선택은 지갑을 열지말지를 결정할 수 있는 절반짜리 선택에 불과하다. 식품 생산 과정 전반의 정보가 충분하지 않은 상황에서 소비자의 판단 기준은 브랜드나 가격에 불과하다.

가공식품 하나를 선택해 원재료 표기를 살펴보자. 작은 글씨로 적힌 ‘○○륨’ 중에서 정확하게 어떤 작용을 하는지 알고 있는 첨가물이 몇 개나 되는가? 2006년부터 식품완전표시제가 시행되었지만, 여전히 소비자들에게 민감한 식품첨가물은 잘 드러나지 않는다.

현재 사용이 승인된 식품 첨가물은 약 3,100개에 달한다. 그러나 이름과 용도를 표시해야 하는 식품첨가물은 78개 밖에 안 된다. 78개에 해당하지 않는 식품첨가물은 이름을 표시하지 않고 ‘증점제’, ‘유화제’처럼 용도만 표시하면 된다. 소비자들로서는 어떤 식품첨가물이 쓰였는지 알 도리가 없다(이 단락은 <맛있는 식품법 혁명> 190쪽에서 바로 인용했음).

왜 이렇게까지?
-식품법의 근본적인 한계
광우병부터 멜라민까지 식품 안전 뉴스가 잊을만하면 불거져 식탁을 뒤흔들었다. 소비자들의 식품 안전에 대한 민감도는 커지는데, 왜 현실은 여전히 제자리걸음일까. 송기호 변호사가 작년 10월에 출간한 책 『맛있는 식품법 혁명』을 보면, 쉽게 고쳐지지 않는 이유를 짐작할 수 있다.

송 변호사는 식민지 시기부터 지금까지 식품법 100년 사를 되돌아보며 역사적 뿌리와 한계, 허점을 짚었다. 송 변호사의 지적이 설득력을 얻는 까닭은 그의 꼼꼼함 때문이다. 그는 지난 5년 간 124 차례의 행정 정보 공개 청구를 통해 얻은 정부 문서를 근거로 식품법의 근본적인 문제점을 꼼꼼하게 지적했다.

식품위생법의 뿌리 ‘조선총독부 식품법’
송 변호사는 현재 우리 식품위생법의 뿌리가 1911년 제정된 조선총독부의 식품법이라고 밝힌다. 해방과 동시에 조선총독부의 식품법도 운명을 다하지 않았다고 한다. 조선총독부의 식품법은 해방 후 17년, 식민지 시기부터는 무려 52년 간 한국을 지배했다. 송 변호사는 이를 “식품법에서 해방은 존재하지 않았다”고 표현한다.

그리고 5·16 쿠데타 이후 1962년 국가재건최고회의가 만든 ‘(한국) 최초의 식품위생법’의 “정신세계와 이념이 총독부의 그것”이라고 지적한다. 송 변호사는 ‘조선 총독부의 식품법은 조선의 생태계와 농업에 기반 한 조선의 식품체계의 잠재력을 강력하게 억압했다’고 주장한다. 조선의 자연과 생태계, 농업과 지역사회에 기반한 식품체제를 무너뜨렸다는 것이다.

‘희석식’ 소주가 ‘전통’ 소주를 밀어낸 이유
그러면서 지금은 ‘희석식’ 소주에 자리를 내준 전통주의 사례를 든다. 식민지가 되기 전 고장마다 담갔던 ‘술(소주)은 지역사회에서 생산한 쌀과 수수 등 양곡에 의존해 생산했던 식품’이다. ‘술은 지역에서 원료와 기술을 얻고, 지역사회를 부양했다. 그리고 술지게미는 가축의 먹이로도 쓰였고, 이 순환의 과정에서 사람들의 문화를 전승하는 식품’이었다.

그러나 ‘조선총독부는 1916년 주세령 체제를 만들어 지역 식품체계로서 술의 잠재력을 파괴’했다. 주세령 체제 도입 당시 전국에서 30만 6천 여 명이 양조 면허를 받았다. 16년이 흐른 1932년에 조선에서 집에서 술을 빚을 수 있는 사람은 단 한 명에 불과했다. 식품으로서 술은 존재 자체를 위협받게 된 것이다.

그리고 1965년, 한국 정부는 ‘소주 생산에서 일체의 곡류 사용을 금지하는 고시를 공고’했다. 이후 1971년 12월 주세법을 개정해 ‘주정을 물로써 희석한 것에 대통령령이 정하는 물료를 첨가한 것’을 희석식 소주의 법률적 정의에 포함했다. 그리고 희석식 소주에 첨가할 수 있는 물질의 하나로 ‘새커린’을 규정해 합법화했다. 이렇게 탄생한 ‘희석식 소주’는 약 20년 동안 한국의 식품체계를 지배하면서 전통 소주를 밀어내 버렸다. 그리고 여전히 식품체계의 강자로 군림하고 있다.

농어민은 식품 생산자가 아니다?
식품법 100년을 지나오며 우리 식품체계는 이윤 추구에 효과적인 가공식품이 전통식품의 자리를 밀어냈다. 그리고 채소와 과일 등 자연식품과 밥과 국 등 조리식품도 가공식품에 자리를 뺏겼다. 또 현재의 식품법은 채소 등 자연식품은 식품 대접도 하지 않고 있다. 채소는 농산물일 뿐이다. 채소와 생선을 생산하는 농어민 또한, 식품법에서 제대로 된 권리를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 농민과 어민은 ‘식품 위생법 상 영업자가 아닌, 채취업자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송 변호사는 ‘새로운 식품법’을 만들면 농어민과 조리사를 ‘식품체계의 핵심 구성원으로 초대해야 한다’고 말한다. 농촌과 어촌 지역사회에서 자연식품을 생산하는 농어민과 도시에서 조리식품을 생산하는 조리사들의 역할을 인정해 주고 그에 걸 맞는 책임을 요구하기 위해서다.

또한 식품법에서 식품의 개념을 바로 세워 자연식품과 조리식품의 자리를 회복시켜 줘야 한다고 말한다. 그런 후에야 올바른 식품체계를 세울 수 있다고 생각해서다. 송 변호사가 생각하는 식품체계는 ‘자연과 생태계, 사람이 조화를 이루며 서로 밀접한 영향을 주고받는 살아 움직이는 연관체’이다.

제대로 먹기 위한 대안, 녹색 식품 생산
우리 조상들은 자연의 순환 질서를 지키며 쌀을 생산하고, 소로 밭을 갈고 고기를 얻었다. 그러나 수천년 이어져 온 이런 순환의 질서는 불과 몇 십 년 만에 깨졌다. 이런 질서가 깨진 곳에 자리를 비집고 들어 온 것이 농약과 화학비료로 생산한 농산물과 유전자조작 사료에 의존하는 공장형 축산이다.

송 변호사는 이를 해결하기 위한 대안으로 ‘녹색 식품 생산’을 제안한다. 녹색식품 생산은 ‘자연을 덜 착취하고 흙과 물 등 식품 생산에 필수적인 자연자원의 지속과 순환을 보장하는 생산’을 말한다. 지역사회가 지역의 자연자원을 공동으로 관리하는 것이 핵심적 요건이다. ‘녹색식품 생산과 함께 녹색식품 보다 앞선 개념으로 유기농이 식품 생산에서의 선구적인 분야를 담당하게 한다’는 것이다.

“선택하고 자치하고 연대하는 소비자”
『맛 있는 식품법 혁명』을 읽다보면 탄식이 절로 나온다. 자연과 순환하는 건강한 먹을거리를 먹을 수 있는 당연한 권리가 어떻게 침해당하고 있는지 확인하게 되어서다. 이뿐만 아니라 거대기업의 기득권의 튼실함과 관료주의의 ‘유능함(?)’도 함께 확인할 수 있다. 기업의 기득권과 ‘유능(?)’한 관료주의가 만들어 온 식품법과 식품체계는 식품 정보를 통제하고, 소비자의 선택권을 제한하고 있다.

송 변호사는 그래도 현재의 식품체계를 바로잡을 힘은 권리를 침해받고, 식품정보로부터 소외된 소비자에게 있다고 말한다. 이런 힘은 바로 ‘선택’하고 ‘자치’하고 ‘연대’하는 소비자에게서 나온다고 말한다. 생태계를 덜 착취하고 지역의 지속을 가능한 식품을 ‘선택’하는 소비자, ‘꾸러미 사업’ 등 소농과 직접 연결해 ‘자치’의 공간을 만들어 내는 소비자이다. 그리고 민주주의를 지지하고 ‘연대’하는 소비자이다.

그래서 책의 결론은 “선택하고 자치하고 연대하는 소비자”이다. 이미 우리 사회에 ‘선택’하고 자치하는 소비자는 여성민우회생협 등 생협 조합원만 50만 명에 이른다. 그리고 작년 6월 지자체 선거에서 친환경 무상급식에 표를 던진 더 많은 소비자가 존재한다. 이들이 더욱 성장하고 연대한다면, 밥상을 바꾸는 ‘식품법 혁명’의 순간은 훨씬 더 빨리 다가 올 것이다.

태그 : 맛있는 식품법 혁명, 식품표시제, 여성민우회생협
IP : 211.54.xxx.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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