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망이라는 단어선택이 너무 거창한지는 모르겠지만...
앞으로의 미래가 막막하게 느껴진다는 점...헤쳐나가기 너무도 어렵게 느껴진다는 점에서
저 단어를 썼습니다
운이 좋아 제 아기가 뜻밖에 순하고 안 우는 아기일 수도 있겠지만
워낙 임신기간을 예민하게 보낸데다
남들에게 잘 안 찾아오는 행운은 나에게도 드물기 마련이다...라고 생각하는 주의이기 때문에
거의 기대 안합니다
그러는 중에 82에서 정말 고되게 아기 키우는 분들 글을 읽으면
그 고통스러움이 읽는 것만으로도 전해져서
너무나 두려워져요
이래서 도대체 나에게 육아란, 아이란 무슨 희망이 될까, 싶을 정도로요
당장 오늘 베스트에도 아이를 낳고 미쳐버릴 정도로 힘들어하시는 분이 계시고,
하루가 멀다하고 밤에 잠 안 자고 우는 아기
밥 안 먹고 입안에서 굴리다 뱉어버리는 아기
마트에서 고집부리고 떼쓰는 아기,
게다가 모유수유는 해야하는데 이 나라는 모유수유가 일상화되기에 아직도 기반이 미비하고...
사례를 들자면 한도끝도없네요
갑자기 이 와중에 저희 부부에게 차가 없다는 사실도 마음에 걸려요
가깝게 지내는 아기 있는 부부가 있는데요
이분들은 우리들과 함께 외출할 때, 아기가 배고파 울면
자동차에 가서 모유수유를 하시더라고요
저는...그럴 수가 없으니, 영락없이 화장실에서 모유수유를 해야겠지요
그 생각을 하니 왜 이렇게 마음이 서글픈지 모르겠어요
단순히 여기까지만 쓰면 남들 다 하는 거 엄살이라고 하실지도 모르지만
제가 앞으로 육아를 해야할 환경은 일반적인 것과는 좀 달라서요...
많이 고립된 상태에서 육아를 하게 될 것 같아요
그런 상태에서 매일매일 집에서 아이만 바라보겠죠
가끔씩 집 밖으로 아기 데리고 나갈라치면 모유수유 때문에 거리껴서 못 나갈 것 같고요
게다가 제 남편은-남자들이 이런 경향이 일반적으로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유난히-섬세하게
여자 상황을 배려해주는 사람이 못돼요. 아기키우는 사람이 어딜 나가냐고,
집에만 있으면 해결될 문제 아니냐고 하겠죠.
게다가 저렇게 아기가 엄마를 힘들게 해도
아기는 어른보다 훨씬 불안하고 약한 존재기에...엄마가 중심을 잡고 아기를 무조건 사랑으로 감싸줘야 한다는
해결법, 참 이론적으로도 당연하고 따뜻한 말이지만
실제로 그 상황을 눈앞에 두고 있는 저에게는 와닿지가 않아요
저도 아직 불안한 존재예요...비록 한 남자의 아내가 되었고 성인으로서 살아가고 있지만
저는 저 자신이 흔들리기 쉽고 매우 불완전한 사람이란 걸 알아요.
그래서 저런 때 아기를 무조건 사랑으로 감싸안을 자신, 인내할 자신이 없어요
당장 저를 힘들게 하고 있는 눈앞의 아기를, 매때마다 사랑으로 감싸안아야 한다니...
아기를 낳아 기르면서 저 자신에게 좋은 한가지 희망이라도 누가 좀 줬으면 좋겠어요
다들 위로처럼 말하는 "그래도 니 자식 낳으면 너무너무 이쁠거야"이런 말 말고요...
좀더 구체적인 희망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