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게시판 글을 읽다가 문득 옛날일이 생각나 글을 씁니다.
저는 12개월 연년생 아들과 딸이 있습니다. 이제 동생인 딸아이가 며칠 있으면 계란한판에 접어듭니다.
그 아이가 세살 네살 될무렵 책 읽어주는걸 많이 좋아했지요.
하루에 30권 40권씩 읽어주는게 연년생 남매를 키우는 엄마입장에서 곤욕스러웠습니다.
육아에 체력이 바닥난거지요.
어느날
색동회회원들이 구연동화를 녹음한 효과음하나들어있지않고 오로지 구연동화와 전집책을 샀습니다.
(이글을 쓰기전에 혹 그 출판사가 있나하고 검색해보니 유아 초등 책을 아직도 많이 만들고 있더군요)
네살 다섯살 여섯살 줄기차게 듣고 또 듣다보니 자연스럽게 외울정도가 되었지요.
오빠는 책에 관심이 덜 했고 동생은 지나치리 만큼 좋아했지요/
목욕을 가거나 차를 타고갈땐 딸아이와 읽었던 책을 각색하고 꾸며 주고받고 이렇게 놀았습니다.
오빠가 학교들어가기전 한글을 배우는데 어깨 넘어 보고 있던 딸아이가 그렇게 줄기차게 들었던 동화책을 줄줄 읽고
있는걸 보게 되었지요.
초등학교 들어가선 받아쓰기 한번도 틀리지 않았답니다.
2학년때부턴 한달에 한권정도 푸는 다달학습?이달학습? 아뭏든 가물거립니다만
본인이 채점하겠다고 하더군요.
그렇게 시작한 책 사랑은 계속되어 만화로 보는 세계사 한국사는 학교공부에 상당한 도움을 주었답니다.
또한가지 도움이 많이 되었던게 일기 쓰기 였는데
다행인게 초등6년 선생님들이 대부분 일기 지도를 해 주셨는데 특히나 2학년때 선생님은 일기 쓸 거리가 없으면
시를 짓거나 독후감을 쓰거나 하게 하셨는데 딸아이가 운이 좋았던거지요. 읽기도 좋아하는데 쓰기까지 잘하게 되었지요.
고등학교때 논술지도 하시던 선생님이 글을 참 읽기 쉽게 쓴다고 칭찬도 많이 들었습니다.
서울변두리에 살았던 터라 초등학교땐 학원도 보내지 않고 책읽고 놀고 스카웃하고 그렇게 보냈습니다.
책읽기를 싫어했던 오빠는 읽기도 잘 안되었는데 일기지도 해 주시는 선생님도 잘 못 만나서 어휘력이나 이해력이 확실히
떨어지더군요.( 육아에 힘들었던 저는 싫어하는 아이 붙들고 책읽어주지 못해서 많이 미안했습니다.)
대학생이 되었을때 어릴적 책 많이 안 읽은걸 후회하더군요.
딸아이가 성장하는걸 지켜보니 어릴적 독서습관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게 되었답니다.
변두리이긴 했지만 중학교땐 전교 1.2등을 했었고 외고졸업하고 스카이 졸업하고 지금 직장생활중입니다.
얼마전 딸아이와 진지하게 결혼에 대한 대화를 하던중에
자긴 아이낳으면 초등학교땐 운동하나 하게 하고 무조건 책을 가깝게 하는 아이가 될 수 있게 하겠다고 하는걸보아
저 얼마쯤 성공했구나 싶었답니다.
혹 구연동화를 들려 주시려거든
효과음 없는 단순한 구연동화가 좋았습니다.
효과음있고 성우들이 녹음하고 이런것들은 덜 좋았습니다.
세월이 흘러 보니 영어도 이렇게 했으면 더 좋았을텐데 아쉬움이 남습니다.
돌이켜보니
아이가 책을 좋아하다보니 육아에 힘든 엄마가 좀 쉽게 가보려고 구연동화를 구입했던건데 하는 생각이 드는군요
그때 그 책을 저에게 접하게 해주신분,기억도 없는 외판원이지만,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