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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살 중2 母 "나도 교사, 지난주 멍 물으니…" 급우 폭행에 자살한 대구 중학생 권군 어머니 인터뷰

ㅠㅠ 조회수 : 4,576
작성일 : 2011-12-26 10:22:37

 

 학교폭력을 견디다 못해 자살한 대구 수성구의 중학생 권모군의 어머니 임모씨가 24일 권군의 책상에 놓인 영정 앞에서 지난 겨울 권군이 쓴 일기 형식의 쓰기노트를 보여주고 있다. 권군은 지난해 12월 24일 일기에 "크리스마스 이브이다. 뭐랄까 괜히 떨리고 긴장된다"고 썼다. [대구=공정식 프리랜서]

"아이 고통을 몰랐기에 가슴이 미어져요. 하지만 울지 않겠어요. 한 아이의 엄마이자 교사로서 내 아들이 마지막 희생자이길 진심으로 빌어요."

 한 편의 공포 영화 같은 잔인한 학교 폭력을 견디다 못해 자살한 대구 수성구 D중학교 2학년 권모(13)군의 어머니 임모(47)씨는 자주 입술을 깨물었다. 그의 아들 권군은 같은 반 학생 2명의 폭행 등을 낱낱이 기록한 유서를 남기고 20일 오전 9시쯤 자신의 아파트에서 뛰어내려 숨졌다.

 크리스마스 이브인 24일 오후 아들의 유해를 안치한 추모공원에서 삼우제를 마치고 온 임씨를 자택에서 만났다. 그는 "(교사인 나도) 이런 경우는 본 적도 들은 적도 없다"며 "학교 폭력의 희생자는 우리 아이로 끝나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게 아이의 바람이자 긴 내용의 유서를 남긴 이유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권군이 20일 남긴 A4 용지 4장 분량의 유서. 권군이 없는 집 안에는 적막감이 흘렀다. 임씨는 무거운 발걸음으로 아들의 방으로 들어섰다. 그러곤 책꽂이의 책을 하나씩 꺼내 아들의 자취를 더듬었다. 역사·한문·교양서적 등 아들이 즐겨 읽던 책을 한 장씩 넘겼다. 책상에는 아들이 썼던 1학년 때의 글쓰기 노트가 있었다. 어머니 임씨가 아들의 글을 나지막하게 읽었다. '2010년 12월 24일 크리스마스 이브다. 괜히 떨리고 긴장된다. 지금 휴대폰에는 친구들이 보낸 문자가 10통 넘는다. 눈이 와서 화이트 크리스마스가 됐으면 좋겠다.'

 책상에는 영정사진과 위패가, 그 앞에는 학생증과 권군의 휴대전화가 놓여 있다. 임씨는 "삼우제 때 아들이 좋아하는 피자를 놓았다"며 "두려움이 없는 곳에서 편안하게 쉬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한동안 아들의 영정사진을 지켜보던 그는 "이젠 울지 않을 겁니다. 아들이 유서에서 '제가 없다고 슬퍼하지 마세요'라고 했잖아요"라며 깊은 한숨을 쉬었다. 권군의 아버지(47)와 형(16·고교1)은 망연자실해 있었다. 권군의 아버지와 어머니 모두 경북지역 고교와 중학교 교사로 재직 중이다.

 -가해자들이 권군을 3개월여 동안 괴롭혔다. 몰랐나.

 "애가 속이 깊다. 내가 걱정할까 봐 아파도 말을 안 한다. 2학기 들어 용돈을 올려달라고 하고 가끔 신경질도 냈다. 이상해 물어보니 '요즘 먹고 싶은 게 많다' '사춘기여서 그렇다'고 해 별 의심을 하지 않았다. 그런데 그렇게 장기간 집요하게 아이를 괴롭혔다니 끔찍하다. 나도 남자 중학교 교사지만 이런 폭력은 처음 봤다. 정말 잔인하다. 가해자들이 우리 아이를 정신적·육체적으로 두 번 죽였다. 아이는 자살 전에 이미 죽은 상태였다."

 -아이 몸에 멍과 상처가 많았는데.

 "지난달 중순께 팔에 멍이 들어 있어 물어보니 체육시간에 부딪혔다고 해 약을 발라줬다. 지난주엔 팔에 막대기로 맞은 듯한 줄이 두 개 나 있었다. 뭐냐고 물어보니 단소로 장난치다 맞았다고 했다. 의심스러워 누가 때렸느냐고 하니 '남자 애들은 다 그렇게 논다'고 했다. 하지만 아이가 극구 부인해 더는 확인할 수 없었다. 정말 후회스럽다."

 임씨는 아이가 숨졌다는 소식을 들었을 땐 죽을 것만 같았다고 했다. 순진하고 착실해 부모의 말을 거역한 적도 없던 아이였다. 권군은 또래보다 한 살 적은 만 6세 때 초등학교에 입학했다. 체구도 가해 학생보다 작았다.

 -권군의 유서가 큰 파문을 일으켰다.

 "아이의 꿈은 법관이었다. 죽기 직전에 이런 글을 쓴 것은 폭력 없는 세상을 만들어 달라는 뜻 아니겠느냐. 아이는 왕따(집단 따돌림)가 아니라 학교 폭력에 희생된 것이다. 학교 폭력의 무서움을 폭로한 것이다. 애가 일찍 가긴 했지만 이렇게라도 기록을 했으니 죽음이 헛되지는 않을 것으로 믿는다."

 -가해 학생을 어떻게 했으면 좋겠나.

 "학교에선 교칙대로, 경찰에선 법대로 처벌해야 한다. 내 아이가 당했다고 더 엄하게 처벌하라고 하진 않겠다. 가해자의 나이가 어리다고 그대로 넘어가서도 안 된다. 잘못한 만큼 벌을 받아야 한다. 그래야 제2, 제3의 피해자를 막을 수 있다. 아이가 다니던 학교와 가해 학생 부모에 대해서는 손해배상청구소송을 낼 계획이다. 인터넷에 가해 학생의 이름이 나돈다고 한다. 그러지 말았으면 좋겠다."

 임씨는 '폭력 없는 학교' 만들기에 사회가 나서달라는 호소도 했다. "세상의 부모가 안심하고 자녀를 키울 수 있게 해야 합니다. 아들의 희생으로 학교에서 폭력이 사라진다면 제 슬픔은 얼마든지 삭이겠습니다

 

IP : 218.48.xxx.212
8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힘내세요 어머니!
    '11.12.26 10:26 AM (122.32.xxx.129)

    교칙대로 법대로,딱 고만큼만..!!대신 교칙대로 법대로 정한 건 전부 다..!!!!!!!!!

  • 2. ...
    '11.12.26 10:34 AM (1.212.xxx.227)

    두분다 선생님이시군요.ㅜㅜ
    학부모의 입장과 교사입장 양쪽사이에서 더더욱 많이 힘드실것 같아요.
    평생 가슴에 자식을 묻고 살면서 학교에선 자식또래 아이들을 가르치시려면 얼마나 괴로울까요?

  • 3. 소심해
    '11.12.26 10:36 AM (110.12.xxx.164)

    어려서 못된 짓 하던 애들이 철들고 교화될 가능성이 얼마나 될까요?
    외부적, 환경적인 요인보다 유전적인 요인이 더 많이 작용한다면...
    참 우울해지네요.

  • 4. 패랭이꽃
    '11.12.26 10:40 AM (190.48.xxx.187)

    네. 꼭 법대로 처벌받고 손해배상 청구소송도 내서 배상금도 받으셔야지요. 마음 아픕니다. 얼마나 가슴이 찢어질까요. 그 유서 읽고 눈물 흘렸네요.

  • 5. 윌스맘
    '11.12.26 10:58 AM (115.126.xxx.140)

    아이고.. 부모가 아닌 제 눈에서도 눈물이 멈추지를 않는데,
    눈으로 흐르지 않는다고 가슴속에 채워진 한을 어떻게
    씻을 수 있을까요.
    정말 정말 뭐라 표현할 수 없는 비극이예요.

  • 6. 아 정말..
    '11.12.26 11:05 AM (121.50.xxx.83)

    울 애는 이제 갓 초등 입학했는데

    두번이나 돈을 뜯긴적인 동급생으로부터

    작년에도 그렇고 올해도 그렇고

    근데 그 부모가 문제더군요 확실히

    전화만걸고 뜯어간 돈은 주지 않더군요

    그러면서 저에게 전화가 와서는 마지막에

    '돈을 받았으면 전화를 주셔야죠~' 이러는말에

    내가 완전 *&^%$^%$# 한바탕했던 기억이..

    요새 애 같지 않은 애들이 있어요

    우리애도 전혀 얘기안하더군요 근데 아빠가 눈치를 채고

    독촉해서 알아낸거였어요 애들이라고 다 같은 애들이 아니라는걸 첨으로 알았다는..

    저 부모님 심정이 어떻겠어요... 정말 ..그 어떤말로도 위로가 안되요

    가해자는 꼭 나이에 상관없이 처벌받아야되요

  • 7. 너무 가슴이 아파
    '11.12.26 3:21 PM (180.80.xxx.74)

    괴로워요. 어제부터 유서 내용을 읽어보고 얼마나 울었는지...
    그 아이가 너무 안쓰러워 견디기 힘드네요.
    오늘은 점심 먹은것도 소화가 안되네요. 가슴이 답답하니.
    그 부모님이 가까운 거리에 있는 분이라면 정말 위로해드리고 싶어요.

  • 8.
    '11.12.27 12:39 AM (175.200.xxx.16)

    23일부터 아직까지 충격에서 벗어나질 못하겟어요..
    얼마나 무섭고, 두려웠겠어요?
    어른이라도 그 정도면 아마 같은 선택을 했을겁니다.
    정말 더도 말고 딱 당한 만큼 당하게 해 주고 싶어요.
    그리고 전 그 아이의 부모에게도 너무 화가 납니다.
    하루도 한달도 아닌데 그토록 모를수가 있었을까요?
    그게 부모고 선생입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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