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의 25년지기 친구고 지금 현재도 저는 그 친구를 상당히 좋아합니다.
친정이나 시댁이나 막내이면서도 거의 장녀, 맏며느리 역할을 한 친구죠.
너무 많은 것을 속속들이 알기에 그 친구의 마음이 어떤 괴로움과 아픔을 겪었다는 것을 알기에
조금치도 뼈아픈 소리는 못하고 그저 그 친구의 아픔만 이해하려 했고, 아니다 싶어도 그럴 수 밖에 없는
그 처지를 공감할 수 밖에 없는 그렇게 내가 좋아하고 아파한 친구입니다.
거의 15년을 가족과 함께 매년 서너번씩 여행도 가고 해서 부부간의 문제, 자식들간의 문제 서로 공유했었는데
그 친구의 큰 아들이 정말 대한민국이 공감하는 미친 중2를 겪고 있습니다.
어렸을 때부터 주위 우리 친구들은 큰 애를 그냥 평범하지만 조금은 영리(약간의 영악에 가까운)한 상태로
알고 있었지만 그 친구는 연산과 상황 파악에 뛰어난 그 애를 조금 과대 평가해서 거의 영재라 믿으며
키웠는데, 초등 5학년 부터 왕따 (당하는 쪽이 아닌 가해자 쪽) 문제로 학교 선생님한테 불려 갔습니다.
아들의 기질은 인정하면서도 그 애도 문제가 있단 쪽으로 문제를 풀어 갔지만, 너무 열심히 사는 그 부부들한테
차마 저희 친구들은 아들의 문제점을 이야기하기 보단 그저 공감만 하고 잘 풀어가기 바랬습니다.
초등까지는 그래도 그냥 저냥 넘어갔는데, 중학생이 되면서 성적은 어느 정도 되고, 친구들간에도 우스개 소리 잘하고
주먹도 좀 세고 하니까 여학생들한테 인기도 많아 남녀공학인 학교에서 반장도 되고 선생님은 조금 힘든 아이다 해도
부모가 노력하는 모습을 보이니깐 어느 정도 인정을 해주면서 어느 정도 친구 아이를 관찰하는 입장이었죠.
그런데 한 반의 아이가 친구 아이가 주동이 되서 왕따를 당하고 있단 글을 학급 홈피에 올리면서 문제가 심각해져
학교에서도 대책위원회를 열었는데 내가 참 좋아한 친구의 입에서 나온 말이
"왕따는 당할만 하니깐 당하다. 그 애가 얼마나 이상한 애인줄 아냐? 내 아들이랑 5학년 때 같은 반이었는데
그때도 이상했다. 모든 아이들이 그 애를 싫어하고 그 부모들도 자기 아이가 약간의 문제가 있다는 것을 알지만
내 아들만 뭐라고 한다." 친구 아이의 15년 태어남과 자라는 순간순간을 같이 경험한 친구 입장에서 낯모르는 아이의
편을 들기란...참 어렵데요. 그래도 술기운에 한마디 했습니다.
"ㅇㅇ는 선생님이 통제하기엔 참 어려운 아이일 것 같다. 왕따를 당한 아이 입장에서 학급 홈피에 그 글을 올렸을 심정이
조금은 이해되지 않느냐? 선생님이 학급에 미치는 영향보단 친구가 끼치는 영향이 당하는 그 애한테는 너무 크게
느껴지지 않았을까?" 여태까지 내 아들을 그렇게 까지 안봤냐며 저한테 울며불며 거의 큰소리를 치고 화를 내서
그날은 그냥 달래기만 했습니다.
자기 자식의 상태가 어쩐지 알면서도 그래도 일말의 희망의 동아줄을 잡고 싶어 애써 외면하려 하는
그 친구를 차마 손가락질 못하겠습니다.
너무 열심히 살았고, 자식의 문제점을 어느 정도 받아들이면서 정신과 치료도 받고 부모 상담도 받았는데
가해자 입장에 선 자식을 그래도 끝까지 한자락의 믿음을 가지고 옹호하려는 모습을 보려니 안타깝기도 하고......
거의 십오년을 크리스마스를 같이 보냈습니다.
제가 먼저 손을 내밀어 보내려 했지만 대전 여학생의 동영상을, 대구 남학생을 유서를 보고 읽은 저로서는
차마 전화 연락을 할 수가 없었습니다.
99가지 사리가 분명하고 열심히 산 친구이지만 자기 자식한테만큼은 보통 사람의 기준에서 보는 상식을 넘어선
행태를 보이는 그 친구한테 전 어찌해야 할지 모르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