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부터 또 아이를 되게 혼냈습니다.
7개월 둘째가 전에없이 새벽부터 혼자 깨어 낑낑대다 울다 하는 바람에
잠이 깬듯 안깬듯 비몽사몽 있다가 .. 그리 이른 시간도 아니고 7시쯤 됐을까요..
큰애가 작은애 옹알대는 소리에 깨서 쉬가 마렵답니다..
기저귀 뗀지 한참 됐고 혼자서 변기에도 잘 앉는 아이라서 제가 같이 일어나지 못하고
너 혼자 가서 싸라 .. 했지요. 다른 때는 잘 해요.
그런데 큰애도 이제 겨우 33개월인데 엄마랑 같이 하고 싶을 때도 있겠죠.
오늘 아침엔 엄마가 바지 내려주고 변기에 앉혀주고 그랬으면 싶었나 봅니다.
안방과 화장실 사이에서 장난치듯 왔다갔다 하길래.. 참지 말고 얼른 싸.. 하고
에휴.. 정신 차리고 일어나 닦아줘야지 .. 하면서 일어나 화장실에 가 보니 혼자 쉬를 하긴 했는데
제가 일어나길 기다리는 동안 못참았는지 바닥에 좀 흘려놨어요.
화장실 불 켜지 않고 들어갔던 저는 그 오줌을 밟고 순간적으로 불같이 화가 일어나더군요.
큰애 잡아다가 쉬 참지 말랬지 이게 뭐니 냄새난다 옷 벗고 씻자 하면서 내내 애를 혼내고 다그치고
씻기고 다시 팬티 바지 갈아입히면서도 이렇게 쉬 오래참고 장난치다가 바닥에 흘릴거면 아예 입지 말아라.. 했습니다.
압니다.
제가 좀 더 부지런히 정신 차리고 일어나 있었다면
막 잠에서 깬 아이에게 반갑게 아침인사를 건넬 수 있었을거에요.
쉬마렵다는 아이를 안아다 변기에 앉혀주고 씻겨줄 수 있었겠지요.
그 과정에서 제 품에 안긴 큰애는 엄마품이 좋아 깔깔 웃었을테구요.
문제는요,
제가 머리로는 잘 아는데 몸으로 옮기지를 못한다는 겁니다.
주로 큰애가 혼날 때는 이럴 때에요. 아이가 뭔가 실수하고 잘못하긴 했지만
다시 되짚어보면 결국엔 제 잘못이었던 경우가 많은거죠.
알면서도 혼내놓고 제 눈치보는 아이에게 금세 활짝 웃어주지도 못하는 저는
참 못나고 부족하고 나쁜엄마입니다..
남편은 오후에 나가 밤에 들어오는 일을 하니 새벽녘에야 잠이 들어서
아침 일찍 아이들을 챙기는 것은 오로지 제 몫이어서.,
이제는 체념할 때도 됐지만 요즘처럼 아침이 좀 춥고 이불에서 나오기 싫고
잘 하다가도 참았던 것들에 지쳐서 임계치를 넘어갈 정도가 되면
여지없이 아이를 필요 이상으로 혼내게 됩니다.
얼마나 더 지나야 저는 저를 온전히 버리고 아이들을 위해 진심어린 엄마가 될 수 있을까요.
첫애 키울 때는 나 혼자만의 시간도 가지고 싶었고 나를 위해 뭔가를 하고도 싶었지만
아이 키우면서보니 그런 시간이 제게 주어진다 해도 저는 온전히 저 혼자일 수 는 없다는걸 깨닫고
둘째 낳고 키우면서는 이게 바로 내 일이고 이 자리가 바로 내 자리라는 생각으로 최선을 다하려고 노력합니다.
하지만 저는 아직도 한참 부족하고 부족한 엄마라서 아직도 아직도 온전히 저를 다 내어주기엔 부족한 엄마지요.
예전에 어떤 엄마가 블로그에 아이를 혼냈던 날의 이야기들을 구구절절 써 놓은걸 보고
뭐 엄마가 이래, 애를 너무 잡는거 아냐, 한번만 애 입장이 되면 안그럴텐데 - 그렇게 혼자 속으로 흉봤어요.
그런데 이제 와서 보니 딱 제가 그런 엄마가 됐더군요. 이제는 그 엄마의 마음을 이해하겠어요.
그 엄마도 매일 그렇게 애를 잡고 화를 내는 그런 엄마는 아니었을겁니다.
그런식으로 블로그에 글을 써 내려가면서 마음을 정리하고 마음을 다독이고 그랬던 것 같아요.
저도 그런 식으로 메모도 해 보고 블로그에 글도 써 보며 하루 하루 나아지려고 부단히 노력 중인데
한번씩 이렇게 제 몸을 제가 못 이기겠는 게으른 때가 오면 공든 탑이 와르르 무너지듯 원점으로 돌아가네요.
아침에 그렇게 아이를 혼내놓고 베란다 창을 보니 밤새 눈이 내려 하얗더군요.
큰애가 눈이라면 그렇게 좋아하고 눈사람 눈사람 노래를 불렀었는데
바로 큰애를 데려다 눈 왔다~ 온통 하얀 세상이다~ 하면서 기분 전환 시키고 즐겁게 해 줬으면
참 좋을 엄마였을텐데.. 저는 방금 화냈다가 금세 웃으면서 밝아지는 엄마가 되는게 쑥스러워서 그냥 냅뒀어요.
웃기죠. 아이에게는 제가 온 세상이고 세상의 중심일텐데 저는 아직도 아이앞에서 체면을 차려요.
그게 우스워서 아주아주아주 쓴 커피를 한잔 내려 이렇게 남부끄러운 고백을 해 봅니다.
아아.. 화이트 크리스마슨데요..
저는 또 애들을 혼냈단 말이지요..
작은애가 선잠이 깨서 낑낑대는걸 사랑으로 토닥여주지 못하고 알아듣지도 못할 야단을 쳤고
그저 엄마랑 손잡고 화장실 가고 싶어서 뱅글뱅글 돌았던 큰애 마음도 헤아려주지 못하고 혼을 냈어요.
아이들에게 참 부끄러운 아침입니다..
이제 좀 나아져야 할텐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