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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뿌나땜에 세종실록 읽고있는데 재밌어요 ㅎㅎ

조회수 : 2,429
작성일 : 2011-12-23 11:23:01
세종실록 읽고있는데 너무너무 재미있어요. 실록 읽으면서 음성지원이 되긴 또 처음이네요....ㅋㅋㅋㅋㅋㅋㅋㅋ 
 
세종 30년에 궐내 불당 설치를 놓고 여러 신하들이 절대 불가라고 반대하니까, 세종이 그럼 궐밖 가까이에 둔다고 합니다.그러니 또 당연히 안된다고 하죠... 세종은 궐내 안된대서 궐밖에 둔다는데 왜 난리냐... 고 하는데 이때 내용이 재밌어요 ㅎㅎ 

 
=============================================== 
 
세종 121권, 30년(1448 무진 / 명 정통(正統) 13년) 7월 19일(계묘) 1번째기사  

 <하연·정인지 등이 불당 설치 불가를 또 간하였으나 듣지 아니하다> 

...전략... 

 
하였고, 정인지(鄭麟趾)는 말하기를,
“전하가 무릇 국사에 있어 모두 대신에게 의논한 연후에 시행하는데, 홀로 불사(佛事)에 있어서는 매양 상감의 독단에서 내시고 중론을 취하지 않으니, 비록 흥망에 관계되고 이해가 지극히 절실한 일이라도 오히려 여러 사람의 의논을 널리 취하는데, 불법이 무슨 가장 긴한 일이기에 강행하십니까.” 
 
하니, 임금이 말하기를, 
“경들이 처음에 궁내(宮內)는 불가하다 하기에, 내가 이미 그 말을 따라서 성밖에 세우도록 허락하였는데, 지금 또 성밖을 불가하다고 하니, 정히 세 살 먹은 작은 아이를 달래는 것과 같다. 경들이 비록 《육전》을 의거하여 말하지마는, 《육전》의 법은 아랫사람을 위하여 말한 것이고 위를 위한 것이 아니다. 무릇 지금의 일이 위에서는 할 수 있어도 아래에서는 하지 못하는 것이 있으니, 만일 낱낱이 들어서 말한다면 많지 않은가.” 
 
하였다. 연(演) 등이 또 아뢰기를, 
 “신 등이 처음에 궁내를 불가하다고 한 것은 궁성 밖을 가하다고 한 것이 아닙니다. 특히 궁성 안은 더욱 불가하기 때문에 그 심한 것을 들어서 말한 것뿐입니다. 신 등이 처음 마음으로 생각하기를 성명(聖明)한 임금이 어찌 이 같은 일이 있으랴 하였었는데, 오늘의 일은 정히 신 등이 생각지 못하였던 것입니다.” 

 
.... 중략.... 

 
임금이 또 인지에게 묻기를, 
“경이 나더러 여러 사람의 의논을 취하지 않는다고 하니, 장차 나를, 스스로 가부를 결정하지 못하고 일일이 신하에게 의논을 취하게 하려는 것인가.” 
  
하니, 인지가 대답하기를, 
“근자에 혹은 절을 창건하는 것으로, 혹은 불사로 간하는 자가 많으나, 모두 윤허하지 않으시기 때문에, 신이 감히 이 말을 한 것입니다.” 
 
하였다. 임금이 말하기를, 
경들이 불도를 나쁘다고 하여 말을 합하여 간하니, 내가 심히 아름답게 여긴다. 만일 어진 임금이라면 반드시 경들의 말을 따르겠지만, 나는 부덕(否德)하니까 따를 수가 없다. 내가 지금 독단하고 아래에 의논하지 않는 것은, 지금의 간하는 자가 대개는 중심에서 나오지 않았으므로, 혹은 조정에서 의논하고 물러가 말하기를, 이것은 내 뜻이 아니라 하고, 혹은 임금더러는 불가하다 하면서 자기는 하고, 혹은 마음은 그렇지 않으나 처자에게 끌려서 금하지 못하는 자가 있다. 그 말과 행동이 이와 같기 때문에 내가 일찍이 의논하지 않은 것이다. 전날에 《치평요람(治平要覽)》을 만들 때에 정인지(鄭麟趾)가 불사(佛事)로 상서하니, 김문(金汶)이 옆에서 웃었다. 내가 지금까지 잊지 않았는데, 이 뜻을 인지는 알 것이다.” 
 
.... 후략....
실록 보니 성격 나와요.... 

이거 외에도 '어진 왕이라면 능히 경들 뜻을 따르겠으나 나는 그렇지 못하여 따를 수가 없다'는 멘트 다른 기사에서도 정말 많이 나오네요.... 

진짜 한 성격 하신듯.... 아예 세종실록 처음부터 읽고있는데 흥미진진합니다 :)

국사편찬위원회에서 정말 오랜 시간 노력 많이 들여서 해낸 프로젝트이니 관심있는분들 가서 뒤적여 보세요 ^^ 
IP : 210.204.xxx.253
11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11.12.23 11:23 AM (210.204.xxx.253)

    http://sillok.history.go.kr

  • 2. ...
    '11.12.23 11:26 AM (121.144.xxx.92)

    재밌네요.ㅋ
    지랄~도 충분히 가능한 멘트고요.ㅋ

  • 3. 헤로롱
    '11.12.23 11:27 AM (121.139.xxx.195)

    나는 부덕하니까 따를 수 없다 ㅋㅋ. 대왕님 짱입니다요 ㅋㅋ

  • 4. ...
    '11.12.23 11:29 AM (121.144.xxx.92)

    세종이 머리는 비상하고,
    참...
    그 임금이라는 자리가 보통 답답한게 아니었을듯 해요.
    아주 목을 죄었을 듯;;;
    이리해야 하옵니다. 그것은 아니되옵니다.

    가만히 생각해보면
    한성질이라기보다 그리라도 농락하면서 스트레스 푼듯,
    너무 영리하니까
    나오는 멘트인듯 해요.

  • 5.
    '11.12.23 11:31 AM (210.204.xxx.253)

    맞아요... 정말 이런 나라가 어디 있었겠어요.... 전근대사회에 중앙집권체제고 절대군주인데... 저렇게 하나하나를 논쟁하고 토론하고.... 제대로만 돌아갔으면 정말 그 어떤 유교문화권 나라보다도 이상적인 유교적 국가운영이 가능했을지 몰라요..... 하지만 그게 가능하질 않죠 ㅎㅎ

  • 6. ㅇㅇㅇ
    '11.12.23 11:39 AM (121.189.xxx.87)

    우아...재밌다.


    고마워요!!

  • 7. 베리떼
    '11.12.23 11:45 AM (180.229.xxx.111)

    ㅎㅎㅎ

    한석규로 음성지원 됩니다,,,,,,
    실록을 읽어볼까하는,,,, 맘이,,, 급 생기는데요 ^^;;;

    토론,,,
    세종과 노대통령이 겹치며 생각되는 이유는?

  • 8. 이런 맘도 있지 않았을까요?
    '11.12.23 11:46 AM (125.142.xxx.3)

    세종이 자기 뜻대로만 밀지 않고 여러 의논을 수렴도 하고 그러지만
    정말 자신이 하고자 하는 일은 신하의 말을
    자신의 입장에서 좋은 것만 취하고 나쁜 것은 취하기도 하는 분인 듯 싶어요.
    불사에 관해서는 신하가 아무리 반대해도 하려는 마음이 강했을 겁니다.
    맏자식인 정소공주가 죽었을 때 염을 못할 정도로 붙잡고 울었을 정도록 자식 사랑이 강했던 임금인데
    스물이 다 된 두 아들(광평대군과 평원대군)이 갑자기 요절해서 당한 충격이 대단했다고 합니다.
    둘 다 똑똑하고 세종의 아들들과 딸들은 모두 머리가 비상했다고 하니까요 특히 7번째 아들 평원대군은
    아들 중에서 생긴 모습이며 하는 행동이 모두 아버지 세종을 가장 많이 닮았다고 하는 인물이라네요.
    그러니 어디 의지하고 싶었지만 신하에게 의지하고 싶었을까요?
    공자니 맹자니 하는 유교는 좌우가 없고 오로지 상하 밖에 없는데
    자식 잃은 부모의 슬픔을 위로 받고 싶었을 뿐인데 신하들이 법도를 따지니
    나는 차라리 어진 임금이 아니 되어 니네들 말 안 듣고 싶다 이런 심정이었을 듯 합니다.

  • 9. ...
    '11.12.23 12:09 PM (121.144.xxx.92)

    정말 속상해서 꼬장부리는 모습;;;

    니네들은 집에서는 불도를 허용하고 이짓저짓 다하고
    너네 집안 처자들이 하자는대로 부처숭배 다 하면서
    궁에만 오면 다들 안 그런척,
    표리부동하다는 것에 더 분노한듯 합니다.

    나는 진짜 절실한데
    단지 임금이라는 이유로,
    오직 나한테만 형식적인 금지를 씌울려고 야단이냐
    나는 부덕하니까 못따른다.

    신하들은 얄밉고 속은 엄청 상하고;;
    그냥 멘트 하나만 봐도
    참 영리한 임금이었던것 같아요.

  • 10.
    '11.12.23 12:11 PM (118.46.xxx.133) - 삭제된댓글

    실록을 인터넷으로 볼수가 있군요.
    감사해요
    심심할때 봐야겠네요 ㅎㅎ

  • 11. 실상은
    '11.12.23 12:23 PM (116.38.xxx.72)

    이러저러한 신하들의 간언에 발끈하여 "지랄하고 자빠졌네!"하고 말씀하신 것을,
    기록하면서 열심히 순화하여 쓴 건 아닐런지? ^^;;;
    왜 규장각 각신들의 나날...에서도 보면 정조가 온갖 험한 말을 다 내뱉어도, 윤희는 그것을 아주 현학적인 표현으로 다듬어 기록하잖아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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