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래 글 읽다가 몇년 전에 우리 아들 생각이 나서...
중학교 1학년 2학기에 성적이 안나와서 종합 학원에 보냈어요.
매우 좋아하더군요.
첫달에 성적이 올랐어요. (학원시험 매달 치는 것), 학교 시험도 조금 올랐어요.
그런데 그 다음 달 부터는 학원 가기 전이랑 별 차이가 없었어요.
5개월 정도 지켜 보다가 아들한테 이번에도 성적 안 오르면 학원 끊어야 한다.
네가 인문계를 못 가더라도 안 보내겠다.
네 발로 서라 했어어요.
협박에 공부 좀 하는 것 같았는데 오래 가진 못하더군요.
역시 성적도 제자리고 그래서 과감하게 학원 안보냈어요.
학원 보내기 전에 중간 기말 앞두고 문제지 사오면 오만 짜증 다 냈어요.
알아서 한다고 큰 소리치고.
그리고 중 2, 중 3 때 혼자 해 보려고 무지 애를 쓰더군요.
겨울에 찬 물에 발 담그고 찬 방에서 공부도 하고
그런데 이상하게 성적이 안올라서 저도 애가 좀 불쌍해 보였어요.
고등학교 1학년에 진학하더니 (인문계) 눈에 띄게 공부를 좀 한다 싶더군요.
그래도 중간고사 치고나니 그다지 열심히 하지는 않더군요.
그리고 수능치고 지방 4년제에 입학했어요 (집이 지방 임)
대학에 입학하고 두달 다니더니만 자신이 학교 다닐 이유를 모르겠다고 하며 군에 갔다오면 재수 할 거라고 하더군요.
공부를 열심히 하는 꼴을 못봤으니 어처구니 없더군요.
대학 1년 다니고 군 복무하고 제대한 그달에 재수 하고 싶다고 기숙학원에 보내달라고 하더군요.
매정한 어미는 그곳은 어짜피 외부 힘에 의지해서 공부하는 곳이니 꼭 재수해서 다시 학교 가고 싶으면
스스로 하는 길을 찾아라고 했어요.
사실 비싼 학원비 댈 엄두도 안났어요.
재대하고 일주일 만에 (2월) 인강을 신청해서 11월까지 공부했어요.
태어나서 와 ~ 공부 열심히 하네
이런 느낌 처음이었어요.
작년 이맘 때 수능치고 원서 내서 올해 수도권 사범대학에 입학했어요.
주위에서 인간승리하고 하더군요.
입학할 때는 등록금 고스란히 다 냈는데 2학기 등록은 30만원 만 냈어요.
장학금 받았거든요.
그 후에 주변에서 수능치고 재수하는 집들 보면서 아들이 새삼 기특했어요.
독하고 매정한 어미 때문에 고생은 했지만 나름대로 고생이 가치는 있었던 것 같아요.
아들이 스카이 갈 만큼 성적은 안나왔지만 고맙고 뿌듯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