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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게시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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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단따돌림 목격기

목격자 조회수 : 1,914
작성일 : 2011-12-22 18:02:58

무슨 말부터 해야할 지 잘 모르겠습니다.

어린 시절의 경험으로 , 또 관련된 일과 전공을 하는 바람에 저는 집단따돌림에 대해 많이 공부했습니다.

그런데요... 저는 성인이고 충분히 내 삶에 만족하는데도, 집단따돌림에 대해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데도,

아직도 따돌림으로 자살한 아이의 기사를 읽거나 다른 이야기를 듣거나 하면 미세한 떨림을 느낍니다.

그 떨림이 분노인지 두려움인지 슬픔인지 잘 구별이 안 갑니다. 아마도 그 모든 감정의 합일겁니다.

 

아래 집단따돌림을 극복하신 분의 글을 읽었더니 저와 비슷한 면이 있더군요.

저도 공부 잘 하고 내성적이지만 바른 말 잘 하는 아이였습니다.

그다지 예쁘지도 않고 키도 작습니다. 하지만 옳고 그름에 대해서 민감하게 반응했습니다.

 

여하간 이런 저런 까닭에 친구를 많이 사귀지는 못했고 몇몇 아이들과 친하게 지내는 정도였지요.

 

다들 아시겠지만 집단따돌림의 이유 따위는 없습니다. 피해자가 되는 이유는 없습니다.

이유라면 경쟁이 심하고, 스트레스를 풀 길이 없을 때, 무엇인가 구성원에게 이질감을 주는 경우 그 때 피해자가 생기는 법이지요.

 

제 집단따돌림 목격기는 지금부터 이야기하겠습니다.

비평준화 지역 지방 명문여고, 그리고 공부 잘 하는 아이들만 모아놓은 특수반.

대강 그림이 그려지시나요?

모의고사 성적표가 교실 앞에 붙어있고 석차와 점수가 그대로 공개되는 그런 곳.

그런 곳에서 여고 시절을 보냈습니다.

네, 저는 일등짜리였습니다.

그래서 주변머리도 없고 입찬 소리도 잘 하고, 내성적이지만 아이들은 그런 나를 따돌리지는 않았지요.

무리지어 다니는 아이들이 시끄러웠고 그저 혼자 있고 싶었습니다.

우리 반에는 아주 예쁜 아이들이 많았는데, 그 중에 군계일학처럼 예쁜 친구가 하나 있었어요.

공부도 잘 하는 편이었고, 집안이 아주 부자였지요. 키도 아주 커서 모델같았고 얼굴은 하얗고 탤런트처럼 예뻤습니다.

그 친구 나이가 들어도 여전히 탤런트처럼 예쁩니다.

그런데 어느날 담임선생님이 그 친구에게 따로 불러 무슨 말을 합니다.

사단은 그렇게 시작되었습니다.

아이들이 모여서 수군거리기 시작했습니다. 그 아이에게만 따로 무엇인가 담임선생님이 주거나 이야기를 했을 것이다.

그런 내용이었던 것 같습니다.

하여간 그 날부터 아이들이 그 친구를 따돌리기 시작했지요.

투명인간처럼 취급했어요. 교실에서 누구도 그 친구에게 말을 걸지도 않고 눈을 마주치지도 않고

점심을 같이 먹지도 않았습니다. 그 친구가 귀에 이어폰을 꽂고 공부를 하면 더 큰 소리로 그 친구 앞에서 그 친구 욕을 했습니다. 옷을 이상하게 입는다, 말을 이상하게 한다... 별별 이야기를 다 하더군요.

저는 지켜보다가 그 친구와 친해지기 시작했습니다.

왜 그랬는지는 모르겠지만, 그래야 할 것 같았습니다.

그 친구와 밥먹고 이야기하고 그러다보니 저도 은따가 되어있더군요.

저는 그리 상관없었습니다. 상관없다고 자신했습니다. 저도 마음이 아팠지만 공부가 우선이었기 때문에

따돌리는 아이들에 대해 신경을 쓸 시간이 없었지요.

우리반 친구들은 졸업식날까지 그 친구를 따돌렸습니다.

 

또 한 친구가 있었지요.

그 친구를 소극적이고 좀 뚱한 성격이었는데 그 아이도 따돌림 피해자였지요.

그 친구가 피아노 전공을 위해서 준비하고 있었는데, 그 친구 앞에서 아이들은 피아니스트치고 손가락이 저렇게 못 생긴 사람이 없다는 둥 하며 흉을 보고 있었습니다. 그 친구, 그 날도 말없이 아이들의 흉을 다 듣고 있더군요.

보다 못한 제가 세계적인 피아니스트의 손가락이 가늘고 예쁘기만 한 사람이 있더냐고, 손가락이 예쁘건 안 예쁘건 간에 힘이 있어야 잘 치는 거라고, 그 친구 손가락이 힘이 있어서 피아노 잘 치는 거라 한 소리 했더니

그 날 이후로는 더는 그 친구 앞에서 손가락 가지고 뭐라 하지는 않더군요.

 

아... 이야기할 것이 많으니 횡설수설이로군요.

 

각설하고, 담임선생님과 이야기 나누었다고 따돌림 당했던 친구... 잘 삽니다.

그런데 아직도 그 일로 괴로워합니다.

 

따돌림 시켰던 친구들... 잘 살겠지요.

하지만, 잘 산다면 인과응보라는 말도 없어야해요.

지금 돌이켜봐도 참으로 잔인했습니다. 아이들이 참으로 잔인했고

선생님들은 무력했습니다.

사실 교사의 역할이 매우 중요한데, 그 당시 선생님들도 따돌림에 대해 전혀 알고 있지 못했고

아이들이 유별나다고만 생각하셨습니다.

어찌 해야 할 바를 몰라서 일을 더 크게 만드셨던 부분도 있구요.

 

자, 이제 목격자인 제 아야기를 좀 해볼까요.

저는 사람이 참 악하다고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옆에서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정신적인 내상이 상당했습니다.

그리고 도와야겠다고 다짐했습니다.

공부를 하다보니 따돌림당하는 아이 곁에 한 명이라도 관심을 가지는 또래가 있다면

그 수위가 훨씬 덜해진다고 하더군요.

여하간, 저는 선생이 되었습니다.

그간 우리반에도 따돌림이 왕왕 있어왔습니다.

하지만 담임이 적극적으로 개입하니 적어도 노골적으로 누군가를 괴롭히는 일 따위는 하지 못하더군요.

 

제가 아이들에게 늘 말하는 것.

 

1. 따돌림 피해자는 누구나 될 수 있다. 즉, 따돌림 당하는 사람은 그 이유가 있어서가 아니다.

2. 따돌림 가해자의 공격성이 문제이다.

3. 따돌림을 당했던 사람도 가해자가 될 수 있다. 가해자였던 아이도 피해자가 될 수 있다.

   따돌림을 하고 당하는 사람은 언제든 뒤바뀔 수 있다.

4. 따돌림은 정신적인 폭력이며 절대로 있어서는 안 되는 범죄행위이다.

5. 학교폭력에 관한 특별법에 대해 알려줍니다.

학교폭력자치위원회에 신고하면 문제가 표면화 되고, 그 때부터는 자신의 행위에 대해 응분의 대가를 치르게 되며

이와는 별도로 경찰에 신고하거나 민사로 일이 진행되는 경우는

학교에서 해 줄 수 있는 일이 거의 없다.

6. 따돌림이 일어날 경우 대처할 수 있는 방법을 알려줍니다.

   - 담임이나 부모님께 꼭 말씀드리기

   - 신고방법(담당교사의 이름과 전화번호, 경찰에 신고하는 것 등등)

   - 친구가 따돌림 당하는 것을 보면 도와주기

   

 

따돌림 당하는 아이들을 위해 할 일은 다음과 같습니다.

 1. 아이들이 왜 따돌렸는지 알아보기 , 문제 해결하기

 2. 문제를 해결한 뒤에도 따돌림이 계속된다면 내적인 힘을 길러 대처하기(혼자도 재미있게 놀 수 있는 법 알기, 스스로 자신감을 갖기, 다른 친구와 교우관계 형성하기 등)

 

긴 글이 되었군요..

여하간...

사람은 악하기도 하고 선하기도 합니다.

악한 면을 다스리고 선하게 만드는 것이 교육의 또다른 역할이겠지요.

저는 제 나름의 방법으로 이 문제를 앞으로도 꾸준히 다루어 나갈 겁니다.

집단따돌림으로 고통받는 여러분들께 힘내시라 전해드립니다.

 

IP : 175.116.xxx.5
4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ㅇㅇ
    '11.12.22 6:14 PM (121.130.xxx.78)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힘드시더라도 아이들 지금처럼 잘 이끌어주세요.
    감사합니다.

  • 2. ...
    '11.12.22 6:15 PM (123.109.xxx.36)

    정말 절대공감하고 제시하신 해결책에 동의합니다

    가해자 피해자 모두 겪지말아야할 경험이에요

    아래 동영상...보신분도ㅠ있겠지만
    단 한명이라도 있었다면 지나갈 힘을 낸다..를 보여줘요.

    (영상연결이 안되면 유톱에서 Swedish Friends 검색해보세요)

    http://m.youtube.com/index?desktop_uri=%2F&gl=KR#/watch?v=UaaNJBc3ZTs

    http://m.youtube.com/index?desktop_uri=%2F&gl=KR#/watch?v=5aZkk2iUY2k

  • 3. .......
    '11.12.22 6:43 PM (58.239.xxx.82)

    원글님은 참 좋은 선생님이신것같네요,그것이 아픈경험에서 기인한것이라 하니 맘이 아프지만요
    그러나 이런 극복스토리 참 감동입니다
    저희 아이 내년엔 원글님같은 분 뵙기를 기도합니다

  • 4. ...
    '11.12.22 7:41 PM (221.155.xxx.88)

    전 교사도 학부모도 아니지만 그럴 땐 어떻게 도와야 하나 늘 막연했거든요.
    그것이 '범죄'라는 것을 확실히, 반복적으로 주지시키기
    남의 일이 아니라는 걸 각인시키기
    적극적인 개입
    적당한 엄포

    이런 노력이 필요하군요.
    써먹을 일이 없어야하겠지만 일단 익혀둡니다.
    저 역시 초등학교 때 전학 온 아이를 무척이나 괴롭혔던 철없고 못된 기억이 있어서 늘 부끄럽고
    제 동생도 초등학교 때 선생님이 예뻐한다는 이유로 따돌림을 당해 스무 살 다 될때까지 힘들어했던 생각이 납니다.
    감사해요. 좋은 선생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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