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왕따당했던 한 사람으로써 드리는 글 (깁니다..)

왕따라.. 조회수 : 9,321
작성일 : 2011-12-21 23:42:33

1.

제가 어렸을 때에 공부를 좀 잘했더랬죠.

반장도 하고 선생님들도 좀 예뻐라 하고.

그런데 뚱뚱하고 못생겼고 우물쭈물하고 몰려다니면서 여자애들이랑 꺄르르 이런걸 잘 못하는 성품이었었는데.

덕분에 크게 왕따를 당했었습니다. 좀 어둡고 재미없는 느낌의 사람이었나봐요. 답답하기도 하고.

어릴적부터 왠지 애어른 같은 느낌이었는데. 그래서 그런건지.

초등학교 6학년 때였죠. 반장이었는데 왕따였습니다.

 

2.

매일매일 재잘재잘 잘도 얘기하던 애들이 제가 앞에 가면 딱, 말이 없어집니다.

투명인간 취급입니다.

누구 욕을 한참 하다가, 저게 누구 얘긴가 하면 제 얘깁니다.

체육시간 미술시간 이렇게 이동해야 되는 시간이 너무 싫습니다.

같이 갈 사람이 없는것 되게 싫었습니다.

제가 봤을 때는 참 쓰잘데기 없고 한심해 보이는데, 쟤들이 다 같이 그러니까

정말 내가 이상한 건가 싶고 그렇습니다.

선생님이 저한테 뭘 시키면 교실은 물을 뿌린듯 조용해집니다.

선생님 앞에서는 제게 온갖 친한척은 다 합니다.

 

3.

참 한학기가 지옥같더군요.

집에가서 학교 잘 다녀왔냐고 묻는 엄마를 보면 눈물이 납니다.

엄마가 걱정하실까봐 왕따당했던 거 얘기도 못합니다. 얘기하기 부끄럽기도 하고.

 

4.

그 충격이 생각보다 참 오래갔습니다.

중학교 가서 성격도 많이 밝아지고, 친구들도 많고, 누가 봐도 밝은 아인데

마음 깊숙히는 "버려지는 아픔" "달라지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 늘 있었더랬습니다.

초등학교 동창생들은 보고 싶지도 않고.. 예전의 제 모습을 떠올릴까봐.

 

5.

그런데 그러다가 대학교 1학년때 또 크게 왕따 한번 당했습니다.

동아리에서였는데, 한달동안 거의 합숙하다시피 공연 준비를 하는 동아리였는데

말도 없고, 굼뜨고, 뚱뚱하고 뭐 이런것들이 합쳐지면서 별로 가까이 하고 싶지 않은 사람이었던 것 같아요.

다같이 하나, 둘, 셋, 해서 왕따가 되는게 아니에요.

그냥 하나 둘 서로 가까이 하기 싫고, 그런 분위기가 퍼지면 왕따가 되는거지.

저 자신이 엄청나게 위축되어 있기도 했었고..

어쨌든 그런 일들이

어렸을 때 치유될까 말까 한 트라우마를 아주 후벼 팠달까요.

 

6.

완전히 혼자인 것도 아니었고 주변에 친구들도 많았지만

극복하기 쉽지 않더라구요.

그땐 우울증인지도 모르고 늘 별로 살아있는 기분이 아니고

"내가 나 같지 않다"라는 기분으로 매일매일을 살았는데 그게 전형적인 우울장 증상

"이인증 depersonalization"이더라구요.내가 나같지 않은 기분.

우울증 치료를 받아서 조금 더 의욕이 생겼으면 자살했을지도 모르죠.

 

7.

그 모든 것을 극복하기 까지의 이야기들도 각각이 책 한권이지만

어쨌든 극복해 냈습니다.

극복한 지금은 정말 좋은 경험이었어, 라고까지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나를 따돌렸던 그 사람들이 밉고 원망스러운 마음도 하나도 없고

내가 잘 사는걸 보여줘서 복수하겠어, 심지어 이런 마음까지도 없어졌습니다.

모든 단계를 거쳐서 진짜로 제가 왕따였던 시절을 잊어버렸습니다.

 

8.

왕따에 대해서 우리가 해야 할 것은

교사에게 돌을 던지는 것도 가해 학생에게 돌을 던지는 것도 아닙니다.

그들은 "평범"합니다.

 

한나 아렌트의 "예루살렘의 아이히만" 이라는 책을 아시나요?

악의 평범성에 대한 책입니다.

홀로코스트때의 전범이었던 아이히만의 재판과정에 대한 책입니다.

그 재판과정에서 "악의 평범성"이라는 개념이 나오게 됩니다.

그 사람이 유태인에게 엄청난 증오가 있다거나, 그 사람 자체가 싸이코패스여서가 아니었습니다.

그런 신념이 아니었습니다.

 

아이히만에게 주어진 임무가 단지 유태인을 분류해서 가스실로 보내는 일이었고

그는 그 임무를 충실히 수행하지 않았다면 오히려 죄책감을 느꼈을 것이라고 이야기하는

둔감하고 평범한 사람이었습니다.

 

이 사실은 양면성을 지닙니다.

제가 왕따의 피해자였을 때 나를 미치게 했던 것은

객관적으로 보았을 때 , 저들은 너무나 평범해 보인다는 것이었습니다.

나쁜 사람들이 아니었습니다. 오히려 제가 좋아하던 사람들이었습니다.

그런 그들이 왜 나를 미워하고 못살게 굴까요?

 

9.

만약 이 글을 읽는 당신이 왕따의 피해자 이거나 왕따의 피해자의 보호자라면

 

첫번째는 , 담대해지십시오.

이 일은 반드시 지나가고, 나를 죽이지 못하는 모든 것은 나를 강하게 합니다.

내가 이 일을 극복해낸다면 성장하게 되리라는 것을 꼭 믿으셔야 합니다.

제가 그랬습니다.

 

두번째는 강해지십시오.

내가 피해자라는 생각에서 벗어나세요.

내게 힘이없다는 생각에서도 벗어나세요.

당신에게는 힘이 있습니다. 다시 회복할 힘도 있으며 그들과 싸워 승리할 힘도 있습니다.

그들을 무시할 힘도 있습니다. 분노할 힘도 있습니다.

 

세번째는, 객관적이어 지십시오.

왕따의 발단이 되는 사건이 있을 것입니다. 최대한 그것을 고치려고 노력해야 합니다.

그러나, 이것과 감정을 구분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객관적인 팩트와 "그들"의 가치판단을.

내가 뚱뚱하다면, 살을 빼는 것이 좋습니다.

지저분 하다면, 깨끗해지는 것이 좋습니다.

성실하지 못하다면, 성실해지는 것이 좋습니다.

 

그러나, 이것을 잘 구분해야 합니다.

무엇보다도 스스로를 사랑하고, 믿어야 합니다.

나는 원래 뚱뚱하고 지저분하고 성실하지 못한 사람이 아니며 그것 때문에 그들로부터 핍박받을 이유가

없는 사람입니다.

그것으로 나를 재단하고 괴롭히는 그들이 잘못된 행위를 하고있는것이라는 걸.

나는 그들로부터 사랑받지 못한다고 해서 사랑받을 가치가 없는 사람이 아니라는 걸 .

이 작은 집단의 사람들이 내가 속한 세계의전부가 아니라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하니다.

 

이 순간과 이 장소에서의 스스로의 모습이 너무 초라하다고 해서 그게 전부는 아니라는 것.

꼭 잊지 말아주세요.

 

10.

만약 당신이 왕따의 가해자 이거나, 왕따를 방조해본 적이 있는 사람이라면

평범한 사람도 악이 될 수 있으며. 세상 모든 것은 돌고 돌아서 피해자가

당신은 평범한 사람이며, 근본적으로 선한 사람이지만

악은, 적극적이고 의도를 가질 때가 아니라, 방조할 때에도 악이 될 수 있습니다.

내가 가까이 하고 싶지 않은 사람이더라도, 왕따를 당하는 상황이라면,

약간의 도움, 따뜻한 말로도 당신은 그 사람의 생명을 구할 수 있는 사람입니다.

피해자가 당신에게 집착하기 시작한다면 거리를 두는 것에 죄책감을 느낄 필요는 없지만

그렇지 않은 상태에서 약간만, 조금만이라도 따뜻한 말/행위를 해 주십시오.

 

극복하는 것은 피해자 본인의 몫이지만, 약간의 따뜻함이 그 사람을 구할 수 있다는 걸 압니다.

 

11.

어떤 방지책이나 처벌로도 왕따가 없어지지 않을 것을 압니다.

저는 피해자였지만, 동시에 제가 모르는 사이에는 의도치 않게 누군가에게 가해자일 수 있겠지요.

가장 근본적인 것은 이 사회의 가치관이라고 생각합니다.

 

집단 문화. 개인의 특징을 인정하지 않음.

배금주의, 모든 것들이 교묘하게 결합되어 만들어지는 것이기에, 쉽게 해결되지 않을 일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많은 얘기를 거쳐 해결책을 만들어가야 하겠지만

 

일단 피해자들에게 다시한번 당부드리고싶은 것은

이게 끝은 아니며, 나를 죽이지 못하는 어떤 것도 나를 더욱 강하게 한다는 것입니다.

역설적이게도 저를 더 좋은 사람으로 만들어 온 것은 그런 극단적인 경험들이었습니다.

꼭 이겨내십시오.

 

IP : 121.140.xxx.98
44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감사합니다
    '11.12.21 11:48 PM (203.81.xxx.41)

    아이가 왕따를 당해, 눈물을 흘리고 있었습니다.
    아이의 엄마로써 제가 담대해지고, 강해져야 겠네요.

    감사드립니다.
    제게 힘이 되는 좋은 글.
    다시한번 감사합니다,

  • 2. ...
    '11.12.21 11:48 PM (211.211.xxx.4)

    정말 대단하세요.
    많은 도움 되었습니다.

  • 3. ....
    '11.12.21 11:52 PM (218.152.xxx.163)

    좋은글이네요.. 추천기능이 있따면 추천눌러주고싶어요

  • 4. 나거티브
    '11.12.21 11:52 PM (118.46.xxx.91)

    추천 100개 드리고 싶은 감동적인 글 입니다.

    악의 평범성... 우리 아이들은 왜 이렇게 되어가는지 안타깝고 두렵습니다.

  • 5. ..........
    '11.12.21 11:53 PM (58.239.xxx.82)

    ㅠㅠ 좋은 글 감사합니다,,,오늘 자주 울고 있습니다,,,님 글 읽고 다시 웁니다
    우는 것은 자랑할일은 아니지만 무언가 정돈되는 느낌이 좋습니다
    저희 딸도 내년에는 올해같은 일 없이 원글님처럼 견고해졌으면 좋겠어요 지금은 조금 강해지긴 했지만
    약간 스스로를낮추는 경향이 있어요,,,원글님 쓰신 발단이 되는 사건,,그런 일들에서
    고쳐주려고 하면 그게 잘 안됩니다 아직 어려서 그런지,,,한편으론 어려서 더 안스럽고
    담대해지려고 하고 괜찮다고 하고,,,아이가 성취감을 느낄수있을 만한 일들, 좋아하는것을 하게하고
    그러다보니 거기서 위로받고 털고 오기고 하네요,,,,,그러나 한편으로 여전히 걱정스러워서 반편성까지 신경써야하나마나로 고민중이었습니다....

  • 6. 원글님
    '11.12.21 11:57 PM (222.117.xxx.122)

    참으로 좋은 글입니다.
    다 이겨내고 우뚝 선 당신이 참 아름답습니다.

  • 7. ...
    '11.12.22 12:01 AM (175.112.xxx.101)

    감사합니다.

  • 8. 감동...특히나
    '11.12.22 12:02 AM (220.117.xxx.38)

    객관적이어지라는 말씀 인상적입니다
    사소한 발단을 무시하기 쉽거나 무시하고 싶은
    부분에 대한 지적, 현명하고 냉철하십니다

  • 9. 원글님
    '11.12.22 12:07 AM (211.196.xxx.174)

    글 잘 읽었어요.

    저는 은따였어요.
    원글님과 비슷한 이유였죠...
    못생겼다고 초등학교 때부터 애들이 놀렸어요.
    과히 예쁘진 않지만, 그렇다고 아주 못생기진 않았는데,
    아무튼 그렇게 되더군요.

    초등학교 3,4,5,6학년.
    중학교 땐 괜찮았고요.
    고등학교 때 3년.

    사실 전 성격적인 문제도 좀 있었어요. 실제로 잘난 척도 했거든요.
    그치만 속마음은 너무 여리고... 강한 척하느라 그랬죠 뭐.

    제20대는 그걸 극복하느라 지나갔어요.
    심지어 전 연애도 잘 못했어요. 인간관계에 문제가 있으니까.
    지금은 극복했어요. 그래도 가끔 이런 글 보면 가슴이 너무나 싸해져요.

    나에게 문제가 있든 없든 나에게 뭔가 문제가 있을 거란 생각은 너무나 큰 고통이에요.
    내가 무슨 문제가 있을까 내가 뭐가 문제일까 나는 왜 이럴까
    너무너무 괴롭고 힘들어요.

    전 공부를 잘했고 모범생이었기 때문에 그렇게 심각하다는 생각을 부모님도 선생님도 안 했어요.
    우리 엄마는 알았지만,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으셨거나, 방법을 몰랐기 때문에 그냥 내버려 뒀어요.
    방치했어요.

    엄마 사랑하지만, 이해하지만, 그리고 그럴 수밖에 없었을 테지만...
    상처가 많이 돼요.

    만약 아이가 왕따를 당한다면...
    아이의 문제를 고쳐주시는 것과 별개로
    아이를 사랑한다고 안아주세요. 어떤 상황에서도 사랑받을 수 있다는 믿음을 심어주셔야 해요.
    왕따나 은따의 기억은 오래가고 치명적이에요.
    그거 별거 아니다, 얘기할 수 있지만...
    평생의 인간관계에 치명적인 영향을 미쳐요.

    사랑해 주셔야 해요, 그런 아이는.
    올바른 방법으로, 아주 많이요.

  • 10. 제가
    '11.12.22 12:09 AM (58.234.xxx.93)

    읽어야할 글이네요.

  • 11. ㅜㅜ
    '11.12.22 12:10 AM (58.239.xxx.82)

    211.196 님 제가 안아드리고 싶어요 원글님도 그렇고,,극복하셔서 다행이고 감사한 일입ㄴ다

  • 12. 용기
    '11.12.22 12:10 AM (1.245.xxx.52)

    좋은글
    정말 감사합니다...

    당해 보지 않은 사람은 잘모를겁니다...

    고3때 딸아이가 아주 심하게 시달리며 1년을 겪었지요ㅠ.ㅠ
    그때 그가해자들...언젠가는 본인들도 더더욱 강한 아픔을 당하리라!!!

  • 13. 따스함
    '11.12.22 12:17 AM (119.71.xxx.165)

    참 좋은 글입니다.
    고맙습니다.

  • 14. 아~
    '11.12.22 12:20 AM (210.57.xxx.160)

    좋은 글 입니다 제 아이에게 보여주고 싶습니다 저에게도 힘이 되네요 감사합니다

  • 15. ...
    '11.12.22 12:29 AM (112.151.xxx.58)

    감사합니다. 멋지시네요.

  • 16. 점두개
    '11.12.22 12:30 AM (59.15.xxx.160)

    느낀바가 많습니다. 간만에 82에서 좋은글 읽고가네요..
    원글님 강한 분이란거 팍팍 느껴집니다. 자살한 여고생이.. 생을 마감하기 전에 원글님 같은 조언자를 만났더라면 정말 좋았을것을.. 오늘 여러 글을 읽고나니.. 기분이 참 그러네요.. 원글님 존경합니다

  • 17. 꼭 다들 힘내세요
    '11.12.22 12:31 AM (121.140.xxx.98)

    :-)

    지금은 아주아주 평범하기 이를데 없는 삶을 자알 살고 있는 행복한 1인입니다.
    인간관계도 사회생활도 만족하며 행복하게 살고 있어요.
    일반인 코스프레 하면서.

    제 자랑이지만 왕따 당하시는 분들에게 용기 주기 위해서 자랑질 하면 (큼큼)
    같이 일하는 분들이
    ".. 씨는 어린데 이상하게 함부로 할 수 없는 위엄이 있어요."
    라고 말씀해 주시기도 해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다 저런 모진 경험들 덕분이지요.

    초등학교 때 점심시간에 화장실에 들어가서 혼자 책 읽고 훌쩍거리던 저도 이렇게 살고 있습니다.
    (밥도 혼자 화장실에서 먹었던가? ㅠㅠ)
    시간은 조금 걸리겠지만, 당당하게 맞서세요.

    관심있는 일이 있다면 그것에 몰두하고 (제경우에는 책?)
    남자들 경우에는 매일매일 일기장에 어떻게 당했는지 적어둔 후에 , 경찰서 갈 각오로
    한놈을 죽을때까지 패버리는 것도 괜찮은 것 같고
    여자애들의 질투등등에 의한 왕따인 경우에는, 풋, 하고 무시해주는 것도 방법이고.

    가장 안 좋은 것은, 위축되는 것.

    힘내세요. 입은 상처에 대해서는 일단 걱정하지 마시고
    일단 그 상황을 벗어난 다음에 그 상처를 보듬고 치유해 주세요.

  • 18. 원글님
    '11.12.22 12:33 AM (210.113.xxx.199)

    저에게 많이 힘이 되는 글입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 19. ㅇㅇ
    '11.12.22 12:39 AM (222.112.xxx.184)

    좋은 글 보고 갑니다. ^^

  • 20. 엄마
    '11.12.22 12:44 AM (175.117.xxx.174)

    정말 좋은 글!
    감사합니다.


    당사자가 아닌 엄마의 입장에서도 써볼께요.


    저는 아이가 오랜 시간 왕따를 당해왔었습니다.
    정신지체는 아니지만 완전히 정상도 아닌 지능을 가졌고,운동도 못하는 아이라
    말하자면 왕따를 당할 조건을 갖추었다고 할까요.


    그런다고 특수학교에 가기에는 너무 뛰어난(?)아이라
    일반 보통학교에 다닐 수 밖에 없었어요.
    아무리 노력해봐도 더 똑똑한 머리를 가질 수도 없고, 말을 잘할 수도 없고, 행동이 빠를 수도 없지만
    일반 보통 아이들과 같이 학교를 다닐 수밖에 없었어요.



    별별 종류의 왕따를 다 받아봤었어요.

    집요하게 괴롭히는 못된 아이를 보면 그 부모도 똑같은 사람이었어요.
    열이면 여덟, 아홉이요.


    아이가 방어를 제대로 못하니 제가 다니면서 해결을 했었지요.
    가해아이를 만나서 부탁하고, 야단도 치고, 그 부모도 만나고
    선생님과도 연락하고요.


    대부분 시간이 지나가면서 해결이 되었지만
    그러는 중에 상처입는 아이의 마음이 제일 걱정 되었지요.


    제가 아이에게 제일 자주했던 말이
    '지금은 곧 지나간다. 이 시간이 영원한 건 아니다. 인생은 길다. 지금이 전부가 아니다.
    언젠가 어른이 되면 저 아이들은 자기가 어떤 짓을 했는 지 부끄러워할 것이다. 너는 아무 잘못이 없다.
    학교는 꼭 다녀야할 필요가 없는 곳이다. 언제든 지 그만 두고 싶으면 그만 두어도 괜찮은 곳이다'
    힘들면 지금 당장이라도 그만 두자'


    학교를 다니는 것으로 선택한 건 아이였어요.
    그래도 견뎌낼만 했나봐요.


    학교 끝나고 많이 놀러다녔어요.
    학교에서 만나는 사람 말고 다른 사람들도 있다는 걸 알게 해주고 싶어서
    아이에게 호의적인 캠프나 모임 같은 곳도 주기적으로 다녔어요.


    미술치료, 음악치료도 꾸준히 받고
    운좋게도 공부를 가르쳐주는 과외선생님이 아이가 자신의 마음을 온전히 다 얘기할 수 있는
    멘토가 되어주었어요.


    학창시절에 한 시절 왕따를 당한 경험이 있는 아이하고는 좀 다른 케이스겠지만
    (제 아이는 학창시절 내내 왕따였으므로..)
    왕따를 당하는 엄마들의 마음은 똑같을 거에요.


    왕따전문가(-_-)로서 모든 케이스에 맞서본 경험이 있어서
    가끔 충고해드리고 싶은 케이스도 있는데
    당해본 사람이 아니면 이해하지 못할 방법도 있는 지라 입 꾹 다물고 있는 적도 많답니다.
    (폭력이나 이런건 아닙니다. 오해하지 마시길..._


    시간은 지나고 지금 아이는 대학생이 되었어요.
    학교공부와는 상관없이 기본예절에는 철저했던 아이라 누구에게나 상냥하고 예의바르고
    긍정적인 마인드를 가진 아이로 컸어요.
    주위와의 관계도 좋아요.


    지금은 옛날일이 다 꿈같아요.
    예전에 딱 한 번 아이에게 예전 일이 생각나냐고 물었었어요.
    '좋은 일만 생각하기도 시간이 없는데 왜 그런 나쁜 기억을 기억해? 난 다 잊어버렸어. 엄마'


    정말 다 잊은 건 아니겠지요.
    그러나 상처 없는 영혼이 어디 있겠어요.
    다스리면서 살겠죠.



    왕따는 나쁜거에요.
    서서히 사람을 말려죽이는거거든요.
    이게 왜 당연한 사회현상이 되는 지
    정말, 정말 이해를 못하겠어요.

  • 21. 초6
    '11.12.22 12:47 AM (116.41.xxx.74)

    요샌 은따, 왕따에 이어 찐따가 있어요. 찌찔한 왕따라나요?
    저희 딸아이 친구도 찐따로 지목된 아이가 있어요. 저희 아이는 그 아이와 친하게 지낸단 이유로
    찐따 친구가 되었고요.
    딸아이에게도 3학년때 전학와서 여자아이들에게 시달린 적도 있어요.
    그래서 그런지 센 아이들에게 위축되는 경향도 있더라고요.
    원글님 글을 같이 읽어보도록 할께요.
    "딸아, 너 많이 힘들었었구나" 하고 얘기하고 안아줄께요.
    좋은 글 올려주셔서 감사합니다.

  • 22. 폴리
    '11.12.22 12:48 AM (121.146.xxx.247)

    가슴 찡하네요
    분노가 가슴을 채웠었는데 다시금 진정이 되네요
    님 대단하시고 멋진분이에요
    새겨들을게요
    덧글주신분들 글도 감사히 볼게요
    글 지우지 말아주세요 ^_^

  • 23. 엄마님
    '11.12.22 1:03 AM (121.160.xxx.151)

    비슷한 아이를 키우고 있는 엄마로서 -지금 초4-
    정말 멘토로 모시고 싶네요.
    전 정말 우리 아이 키우면서 착하고 다정하게 아이를 대해주는 아이가
    두어 명이나 있었을라나... 차갑고 무시하고 폭력적인 애들을 보면서
    인간이란 원래 악한 존재라는 생각을 갖게 되었습니다.
    왕따의 주동자들, 따라가는 아이들 다들 평범해보이는 아이들이라는 사실이
    더 소름끼쳐요.

  • 24. 감사
    '11.12.22 1:14 AM (175.126.xxx.55)

    정말 좋은 글이었습니다.
    원글님 행복하시길 기도드려요^^

  • 25. 저도...
    '11.12.22 1:18 AM (122.32.xxx.10)

    글을 몇번이나 읽었는지 모르겠어요. 정말 많이 감사드립니다.
    나중에 제 아이나 다른 아이를 위해서 혹시 쓰일지 몰라 복사를 해둬도 될까요?
    저는 이렇게 도움이 되게 말을 할 자신이 없어서요... 안된다시면 안할께요..

  • 26. 감사
    '11.12.22 2:26 AM (114.206.xxx.66)

    마음속에 몬가 있었는데...
    갑자기 울컥했어요.
    정곡을 찌르는 정리... 정말 감사합니다.

  • 27. 좋은 글 감사합니다
    '11.12.22 4:21 AM (188.22.xxx.30)

    원글님 내면의 힘으로 극복하신점 존경합니다
    한가지 이이히만의 악의 평범성은 한나 아렌트가 속은 것으로 나중에 밝혀지죠
    아이히만은 절대 상부 명령에 복종만 하던 평범한 족속이 아니라
    유태인 말살을 즐기던 나치였습니다,
    왕따에 동조하는 이들도 절대 평범한 사람들 아닙니다
    다들 자기들이 잘못하는걸 잘 알고 있습니다

  • 28. 좋은 글 감사합니다
    '11.12.22 4:26 AM (188.22.xxx.30)

    동조하는 사람들 스스로 왕따하는 쾌감을 느끼는거죠
    그리고 일 나면 주동자에 몰아버리고 지들은 쏙 빠지는
    절대 평범하지 않아요, 어찌보면 더 비겁하고 더 나쁘죠
    쇼펜하우어의 말은 이번 대전사건에는 너무 비극적인 비유네요
    결국 죽어버렸으니까요

  • 29. 두고두고
    '11.12.22 9:52 AM (222.107.xxx.181)

    두고두고 읽고 싶은 글이네요.
    너무 좋습니다.
    내 아이가 왕따가 될 때,
    가해자가 될 때,
    혹은 방관자가 될 때에도
    꼭 이야기해줄게요.
    감사합니다.

  • 30. 나두
    '11.12.22 10:57 AM (58.145.xxx.22)

    넘 좋은글 입니다
    저두 원글님과 비슷한 경험과 방식으로
    오히려 그들을 무시하고 고비를 넘긴것 같네여
    많이 담대해지려 노력하고 무덤덤하게 넘겼네요
    대신 부지런히 혼자 있는 시간을 줄이고
    운동으로 극복했습니다

  • 31. 다들 감사드리고
    '11.12.22 11:09 AM (112.172.xxx.232)

    모두 힘내세요..

    니체의 "나를 죽이지 못하는 모든 것은 나를 강하게 한다"는..
    제가 너무 힘들때 듣고, 살아남아야 겠다, 는 힘을 준 말이라서 썼는데
    고인에게는 잔인한 이야기 일수도 있겠네요.
    슬프네요..

  • 32. 참 좋은 글이라
    '11.12.22 5:42 PM (1.225.xxx.126)

    저의 초등학교 까페로 카피해가려하는데 괜찮을까요???

  • 33. 저는
    '11.12.22 5:56 PM (203.234.xxx.81)

    왕따를 당한적도 피해를 준 적도 없는 것 같은데도 이 글보니까 눈물 나네요.. 아이 키우는 엄마 입장에서 깊이 마음에 새기고 살께요.

  • 34. 너무나 좋은글이라
    '11.12.22 6:00 PM (116.84.xxx.43)

    로긴합니다

    우리 아이한테 보여줘야 겠어요
    정말 감사합니다

  • 35. 글 잘 읽었습니다
    '11.12.22 6:06 PM (221.138.xxx.55)

    카피해 두었다 다른 사람에게도 전해 주어야 겠습니다.

  • 36. 허허
    '11.12.22 6:41 PM (119.70.xxx.51)

    감사하게 잘 읽고 가요 9번이 정말 좋네요 .
    저는 아직도 휴우증에 허덕이네요..허허

  • 37. 잘 이겨내셨습니다
    '11.12.22 7:14 PM (114.199.xxx.115)

    배우자의 배신이나 왕따는 살인에 버금가는 악행이지요.
    굳건히 서신 모습, 보기 좋습니다.

    감동만 하고 넘기지 말아야 한다는 생각이 드는군요.
    내 편이 여럿이라고, 우리 목소리가 더 크다고, 나와는 다르다고,
    나도 무심한 척 누군가를 따돌린 적이 분명 있지 말입니다..

  • 38. 과외하던학생이
    '11.12.22 7:39 PM (1.245.xxx.45)

    예전에 과외하던 학생이 왕따였던거 같더라구요..
    근데 걔태도가 자기 왕따하는애들이 좀 덜떨어지고 바보같은 애들이라고
    저것들은 대학가서도 히히덕 거리면서 저런 인생살다 죽을거라 단호하게 말하더라구요..
    좀 독한게 한 2년가까이 왕따당하는거 같은데도 스트레스나 상처따윈받지 않더라구요..
    원래도 자기 세계가 강한애라 놀자고 해도 잘 안놀아줫을거 같은 애였는데...
    결국 자기 맘대로 살다가 무사히 고등학교를 맞치더라구요...
    물론 친구들도 있었지만 자기랑 정신세계가 비슷한 학교밖애들이랑 놀더라구요..
    그걸 보면서 왕따도 극복하는 무서운년이라 생각했는데...
    잘 극복하셨네요...^^
    자기자신을 지키는게 왕따를 극복하는 젤 좋은일같아요...

  • 39. ㅜ.ㅜ
    '11.12.22 7:49 PM (175.117.xxx.108)

    미치겠다.화장실에서 정말 밥을 드셨다구요?
    지금은 물론 성인이지만 그땐 아이였는데...내 큰 아들이랑 비슷한 그런 어린 아이였을텐데...
    어머니가 그걸 아셨다면 얼마나 가슴을 치며 우셨을까요?
    잘 극복하셔서 훌륭하게 크셔서 제가 다 감사합니다.

  • 40. 딸기맘
    '11.12.22 8:15 PM (218.238.xxx.203)

    글 너무 잘읽었습니다..주위에 힘든사람있으면 보여주고 싶네요..

  • 41. 제 생각에
    '11.12.22 8:19 PM (218.154.xxx.112)

    왕따라는건 ``정의감``이 부족해서 생기는게 아닐까요?
    왕따는 어른들세상에서도 일어납니다.얼마나 유치하고 잔인한지...왕따인대상이 오면 못앉게 다리를 벌려서
    옆에 못앉게 하더군요..나이 30~60대의 일입니다.
    그많은 사람들중에 나쁘다 잘못됐다 악이다 라는 인식을 갖고 저항하는사람이 열에 둘셋만돼도 이길수있다고 보는데요.. 그게 세상살이고 처세겠지만 ....최소한 아이들세상에선 착하고 정의로와야 할텐데

  • 42. 맞아요
    '11.12.22 11:31 PM (210.124.xxx.70)

    저도 그냥 지루하고 느리고 그늘져 보이는 터라, 배제 된 적이 있네요.
    이런 소외나 배제 상황의 경우, 본인이 좀더 적극적이면 상황이 달라지긴 해요.
    저는 지금 무척이나 행복하답니다.

  • 43. ...
    '13.7.4 5:30 PM (112.217.xxx.253)

    감사합니다..

  • 44. 앨리
    '13.10.19 9:57 AM (223.62.xxx.122)

    지금 제아이가 겪고 있어서 지옥에 있습니다.
    아이에게 꼭 읽혀서 조금이라도 마음의 평안을
    주고 싶어요.
    감사합니다.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51124 시사인_죽음 부른 MB 조카사위 기업사냥 2 엠비씨바 2011/12/22 1,142
51123 .....정봉주 판결에 인터넷 들썩… 공지영 “나도 구속하라” 2 땟국물 가카.. 2011/12/22 1,890
51122 생활비문제..상담드립니다..(이시국에 죄송해요ㅠㅠ) 11 나라냥 2011/12/22 2,862
51121 노회찬 트윗....5시까지 출석해야할사람은 오히려 이상득 5 --;; 2011/12/22 1,576
51120 北 다독이는 中·美…설땅 잃은 韓 '외교미아'되나 外 3 세우실 2011/12/22 1,175
51119 선물 추천 부탁드립니다 선물추천 2011/12/22 463
51118 1억 3천으로 구할 수 있는 전세집 알려주세요. 도와주세요. 10 고통스럽다 2011/12/22 2,301
51117 고등학생 남자 아이들 코스트코 초코머핀 잘 먹나요? 21 00 2011/12/22 2,303
51116 올겨울, 롱부츠 신으셨어요? 14 궁금 2011/12/22 3,484
51115 경상도 젊은사람들은 한나라당 무지 싫어합니다. 34 사필귀정 2011/12/22 2,364
51114 김진표의원 사무실에서 전화가 걸려 왔어요.. 16 FTA반대 2011/12/22 3,123
51113 생일파티에서 9 까칠한가요?.. 2011/12/22 1,590
51112 이시국에 좀 도와주세요(전남쪽 계신분들 도움 좀 주세요) 1 깊은 슬픔 2011/12/22 849
51111 부동산 하시는 분들 중에 진실하신 분들도 계시겠죠? 7 세상공부 2011/12/22 1,622
51110 정봉주, 예정대로 5시반 ‘명진스님 사인회’ 간다-스님측 “당일.. 1 사월의눈동자.. 2011/12/22 2,126
51109 손님상 차리기 쉬운 배달요리 좀 알려주세요 4 배달음식 2011/12/22 1,906
51108 천안이나 수원에 삼성 기업이 많은 것 맞나요? 5 ... 2011/12/22 1,046
51107 성인이 폴로보이즈 입는 분들 계시나요? 폴로사이즈도 좀~~ 2 폴로 2011/12/22 7,233
51106 로보카 *리 변신로봇 왜케 잘떨어져 14 어휴 2011/12/22 1,003
51105 왕따가해자는 부모들의 문제 42 교육의 부재.. 2011/12/22 4,744
51104 향기좋은 나무 1 뭐가있나요?.. 2011/12/22 1,324
51103 식사는 좀 조용히 했으면 4 ... 2011/12/22 1,476
51102 맛있게 잡채 만드는 방법 좀 알려주세요 7 .. 2011/12/22 3,728
51101 재택부업에 대해 여쭐께요.. 5 꼬소한우유 2011/12/22 1,660
51100 미국사는 7살 꼬맹이.. 어떤 선물 좋을까요?? 3 .. 2011/12/22 77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