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 한번 친한 친구들이 있는 까페에 그런 말을 한 적이 있어요.
동거남과 룸메이트는 뭐가 다른거냐..
댓글로 명쾌한 정리가, '침대를 같이 쓰냐, 집을 같이 쓰냐의 차이지' 라고;;
아주 잠깐 외국에 연수를 다녀오면서,
우리나라에서는 어쩌면 편한 것만 '외국은~' 이라고 가져와서 사는 구나.. 느낀 적이 있어요.
예전에, 지금은 참 싫어라하지만, 그땐 좋아라했던 황산성 변호사 책에,
이혼 남녀에 대한 글 꼭지 중에서 어린 딸이 '살아보고 결혼하면 되잖아~' 라고 했다는 부분이 있었어요.
그땐 그걸 그냥 아이와의 에피소드로 넘겼는데, 지금은 그 말이 진리가 아닌가 싶네요.
외국 친구들과 동거와 결혼에 대해서 이야기하다가 신기했던 거 하나가,
대부분 친구들이 '어떻게 살아보지다 않고 결혼을 해??' 라고 했다는거.
뭐라 설명하기가 어려웠어요.. 이런 저런 이야기로 사회적 시선.. 어쩌고 했다가,
외계인 취급을 당했네요 ;;
이후에, 나름 혼자 생각해본 건데..
우선, 룸메이트가 무조건 sex 와 동반이라는 시선 자체가 다른 것 같다..가 결론이에요.
외국 친구 하나는 실제로도 남친이 따로 있는데, 남자 룸메이트를 소개해줘서 깜놀한 적도 있어요.
그 룸메이트도 여친이 있고.;;;
넷 모두 전혀 아무렇지 않아서, 오히려 제가 놀린 게 들킬까봐 아닌 척 했었네요.
그저 '주거를 같이 하는 게' 왜 문제가 되는지... 싶은 거죠.
그건 아마도 문화적으로 성인이 되면 부모로부터 독립하는 그네들 분위기가 큰 이유일거에요.
그러려면 집이 있어야하는데, 그 나이에 혼자 집을 쓰긴 경제적으로 부담이 되고,
그러니 자연스럽게 누군가와 함께 사는 그 조건만 맞추는 겁니다.
한국 같으면 그래도 어떻게 남자와.. 싶겠죠?
그건 뒤집어 보면 우리 스스로가 이미 '집 안에 남자를 들여놓은 것은 여자가 몸을 허락하는 뜻이다' 라는
남자들의 논리에 묻혀있는 게 아닐까요?
두 번째로, 남자친구와의 동거.. 이건 성관계를 동반할 확률이 아주 높은 거겠죠.
이 경우에도 생각해보면, 어차피 그럴 거라는거 남들도 아는데~~ 왜 문제??
요즘 많이 개방이 되었다고는 하나,
인도 등지에서는 아직도 부모님이 정해주시는 상대와 결혼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예전엔 결혼식 전날까지도 얼굴도 몰랐다... 하죠.
우리나라도 불과 기백년 전 일이기도 하구요.
함께 살아보지도 않은 사람과, 그저 데이트 몇번 해보고 결혼한다는 걸
그 친구들은 우리가 인도 사람들이나 옛사람들의 결혼관을 보는 것처럼 느끼겠죠.
서양 문화가 다 맞는 것도 아니고, 다 따라가야할 이유는 물론 없죠.
하지만, 대체적으로 성에 대해서는 드러내놓고 말하지 못하고, 뭔가 감춰야하는 거고,
- 이게 성매매와 성폭력이 판을 치는 이유 중 하나라는 데 공감합니다. -
결혼이라는 건, 부부가 되는 건 정말 중요한 일이라,
아주 신중하게 선택하고, 그에 따른 책임도 끝까지 져야하는 게 맞다면,
동거에 대해서는 지금과는 좀 다른 시선이 필요하지 않을까요?
몇 년전 영어 회화 수업 때,
항상 이 토론 주제가 활발하게 돌아갔던 기억이 나서, 이야기를 까내봤습니다.
역시나, 참여했던 대부분의 남자들 반응이..
차라리 이혼녀가 낫지, 동거 경험이 있는 여자는 싫다..라고 하더군요.
지금의 문화에선 지극히 당연한 거겠지만,
어쩌면 우리는,
더 중요한 문제에 대해서, 더 쉽게 생각하는 모순이 있는 것 같아요.
쓰잘때기 없이 좀 길어졌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