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12월 19일 경향신문, 한겨레, 한국일보, 서울신문 만평

세우실 조회수 : 1,109
작성일 : 2011-12-19 06:31:19

_:*:_:*:_:*:_:*:_:*:_:*:_:*:_:*:_:*:_:*:_:*:_:*:_:*:_:*:_:*:_:*:_:*:_:*:_:*:_:*:_:*:_:*:_:*:_

황사가 덮친 뒤 지붕들은 실의에 빠졌다.
희뿌연 대기 속에서 먼 산들은 조금 더 멀어지고
먼 바다에는 파랑주의보가 내려진다.
실의는 너희들 것이 아냐, 꽃눈만 맺고
끝내 꽃을 터뜨리지 못하는 자들의 것이지.
실의에 빠진 지붕들을 위로해 보지만
그건 하나마나한 짓이다.
명왕성이 태양계에서 퇴출당하고
새정부가 들어서며 국정원장도 바뀌었다.
어제는 한국 최초의 우주인이 이소연 씨로 교체되었다.
밖에서 돌아와 코트를 벗는데 단추가 떨어진다.
무심코 마당 한 귀에 떨어져 있는 새똥들.
작년의 새들은 돌아오지 않고
강들은 성형수술을 받고 물길은 인위로 바뀌리라고
한다, 흐름을 바꾸려는 자들이 돌아온다.
나는 강까지 걸어가던 습관을 버렸다.
어제부터 옆집에서 갓난아기가 울음이 들렸다.
작년에 맞은 베트남 며느리가 아이를 낳은 모양이다.
아기들은 습관의 동물들이다.
배고프면 울고 기저귀가 축축해지면
또 운다. 따뜻한 목욕과 이야기와 젖만이 그 울음을
달랜다. 모든 습관은 무섭다.
습관에 길들여지면 습관에 살고 습관에 죽는다.
이 세상은 태어나는 자들과 죽은 자들의 정류장,
기일忌日들은 언제나 빨리 돌아오고
세상에 기일을 남긴 자들은 서둘러 잊힌다.
며칠 전 아버지의 일곱 번째 기일이 지났다.
나는 기일에 맞춰 납골당에 가는 대신에
아버지가 말년을 보낸 성북동엘 다녀왔다.
옛 성곽 아래 가파른 골목길을 오르며
남의 집 마당을 들여다보고
빨랫줄에 걸린 빨래들이 잘 마르는가를 염려했다.
기일 저녁에는 오랜만에 면도를 하고
정종 파는 집에 혼자 가서 정종 석 잔을 마셨다.
동생들은 연락이 없고
내 슬픔도 미적지근했다.
미국 경기침체가 본격화하리라는 소식에
코스닥은 맥을 못추고 급락했다.
페놀이 스민 강물에서 죽은 고기들이 떠오르고
오, 대운하로 한몫 챙기려는 자들이
잠 못 든 채 사업구상에 골몰하는 이 밤,
나는 밤길에서 빈 깡통을 차서 어둠 저쪽으로 날렸다.
내가 차 날린 깡통에 맞고 어둠 한쪽이 일그러진다.
판자들은 삭고 삭은 판자에 박힌 못들은
붉은 땀을 흘리며 세월을 견딘다.
사철나무의 푸름이야 어제 오늘의 것이 아니다.
나 역시 모든 뻔뻔한 자들의 공범자다.
나는 용서하는 자가 아니라 용서받아야 할 자다.
오직 뻔뻔하지 않은 유일한 당신,
당신 속에는 암초와 법칙들이 자라난다.
내가 나를 용서할 수 없기 때문에
나는 당신을 사랑할 수 없는 것이다.
개나리 목련 찬바람 속에서 꽃눈을 준비하는데
서쪽에서 밀려온 황사로 개화는 며칠 더 늦춰진다.
기어코 조카애 초경이 터진다.


   - 장석주, ≪저공비행≫ -

_:*:_:*:_:*:_:*:_:*:_:*:_:*:_:*:_:*:_:*:_:*:_:*:_:*:_:*:_:*:_:*:_:*:_:*:_:*:_:*:_:*:_:*:_:*:_

※ 대운하(이름만 바뀐) 반대와 생명의 강을 모시기 위한 시인 203인의 공동시집
   "그냥 놔두라, 쓰라린 백년 소원 이것이다"에서 발췌했습니다.

 

 

 

 

 


2011년 12월 17일 경향그림마당
http://img.khan.co.kr/news/2011/12/16/1l1703a1.jpg

2011년 12월 17일 경향장도리
http://img.khan.co.kr/news/2011/12/16/1l1723a1.jpg

2011년 12월 17일 한겨레
http://img.hani.co.kr/imgdb/resize/2011/1217/132403439039_20111217.JPG

2011년 12월 17일 한국일보
[하루만 더 기다려봐요~]

2011년 12월 17일 서울신문
http://www.seoul.co.kr/cartoon/manpyung/2011/12/20111217.jpg
 

 


 
2011년 12월 19일 경향그림마당
http://img.khan.co.kr/news/2011/12/18/20111219-gggg.jpg

2011년 12월 19일 경향장도리
http://img.khan.co.kr/news/2011/12/18/20111219-jjang.jpg

2011년 12월 19일 한겨레
http://img.hani.co.kr/imgdb/resize/2011/1219/00414375205_20111219.JPG

2011년 12월 19일 한국일보
http://photo.hankooki.com/newsphoto/2011/12/18/alba02201112182018500.jpg

2011년 12월 19일 서울신문
http://www.seoul.co.kr/cartoon/manpyung/2011/12/20111219.jpg
 
 

 

 


어쨌건 일반인들과 "종" 자체가 확연하게 다른 듯.

 

 


 
 

―――――――――――――――――――――――――――――――――――――――――――――――――――――――――――――――――――――――――――――――――――――
왕은 배, 민중은 물이다. 물은 큰 배를 띄우기도 하고 뒤엎기도 한다.
                                                                                                                                                        - 순자 -
―――――――――――――――――――――――――――――――――――――――――――――――――――――――――――――――――――――――――――――――――――――

IP : 202.76.xxx.5
0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51013 ISD로 캐나다 위협한 필립모리스, 이번엔 호주에 소송 1 참맛 2011/12/21 640
    51012 속초여행 도움 받고 싶어용~~ 7 속초가요 2011/12/21 2,733
    51011 알바 조건 봐주세요 6 .. 2011/12/21 982
    51010 김정일 조문과 자위대행사 참가 1 킹어홍 2011/12/21 668
    51009 보온병을 사고 싶은데 홈쇼핑에서 파는거 괜찮나요? 4 보온병 2011/12/21 1,589
    51008 초 2 남자 아이 크리스마스 선물 뭐가 좋을까요? 3 선물 2011/12/21 847
    51007 동지 팥죽 써요. 어쩐대요? 7 흐 흑 ㅠ 2011/12/21 2,503
    51006 좀아까 에스티로더 팩트 글쓰신분 망나니 2011/12/21 838
    51005 과일 값보다 택배비가 더 비싸네요 ** 2011/12/21 836
    51004 딸아이 가방에서 쪽지편지를 읽어봤는데(따돌림문제)넘겨야할까요 6 고민맘 2011/12/21 2,221
    51003 연금보험 궁금증 4 고민 2011/12/21 1,788
    51002 키 커피 아시는 부~~~~~운! 2 커피 카피 .. 2011/12/21 990
    51001 정봉주 의원 아무래도 느낌이 좋지않네요 16 양이 2011/12/21 3,250
    51000 기타를 사려고하는데 어떤걸 사야될까요?? 1 로즈마미 2011/12/21 710
    50999 아이 치아가 이상해요 3 걱정 2011/12/21 909
    50998 MB 조카사위도 '주가조작' 혐의로 고발 12 참맛 2011/12/21 1,480
    50997 물미역 어떻게 해먹는거에요.....??? 도와주세요!!! 6 주부 2011/12/21 1,682
    50996 조중동에게 뉴라이트 단체 대표의 횡령이란? 2 yjsdm 2011/12/21 777
    50995 소형견 입맛 까다로운 강아지 무조건 맛있는 사료 추천 부탁드립.. 10 rkddkw.. 2011/12/21 10,816
    50994 증권사 찌라시 신빙성있나요?? 8 2011/12/21 3,493
    50993 25세 고교중퇴 청년 연봉 2억원 억대연봉 2011/12/21 1,136
    50992 냉이를 냉동에 보관할때 데치나요 생으로 하나요? 2 보관법 궁금.. 2011/12/21 4,554
    50991 아무리 생각해도 시누이 말 기분 나빠요. 24 ,, 2011/12/21 9,388
    50990 전세 문의 5 의견 한 말.. 2011/12/21 1,033
    50989 부동산 거래중인데요. 8 전세 2011/12/21 1,74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