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20대만 아프냐. 십대도 아프다.

sukrat 조회수 : 867
작성일 : 2011-12-18 10:03:07

 

신경성 식욕부진증(섭식장애)이 있었던 영주(16·가명)는 지난 8월 자신의 집 아파트에서 투신했다. 당시 집에는 엄마가 함께 있었다. 영주의 방에는 ‘학교 가기 싫다. 학교 가기 싫다. 학교 가기 싫다’를 반복해서 써놓은 노트만 펼쳐져 있었다. 노트에는 아무도 볼 수 없도록 볼펜으로 지워진 글들도 있었다. 영주는 밥을 먹을 수 없었다. 조금만 먹어도 엄청나게 살이 찐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잘게 쪼갠 음식을 조금씩 먹어봐도 이제는 위에서 받아주지 않았다. 음식을 먹지 못한 영주는 거의 매일 아팠다. 학교는 다닌 날보다 다니지 않은 날이 더 많았다. 그러다 보니 어울려 놀 친구도 없었다. 다니던 학교에서는 정신병원에 갈 것을 권유했다. 영주는 정신병원에 입원해 46일간 치료를 받고, 대안학교로 전학을 갔지만 그곳에서도 친구들과 어울릴 수 없었다. 자기와 어울리는 친구가 아니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영주는 여름방학이 지나고 다시 원래 학교로 돌아왔다. 하지만 여전히 학교에서 영주는 이방인이었다. 섭식장애와 우울증이 있다는 사실은 학교 안에 이미 다 퍼진 상태였다. 아이들은 겉으로는 영주를 따돌리지 않았지만 함께 놀자고 권하지도 않았다. 영주는 ‘은따’였다. 영주는 외로웠다. 엄마와도 사이가 좋지 않았다. 늘 밥 먹는 문제로 싸웠다. 엄마는 “왜 치료를 받아도 나아지지 않느냐”며 무조건 밥을 먹으라고 강요했다. 엄마는 영주가 왜 우울한지를 물으려 하지 않았다. 이해하려 하지도 않았다. 영주는 저녁식사 전인 오후 6시30분 숨졌다.

 

 

지난 3월 어느 날 기석이(17·가명)는 새로 구입한 스마트폰을 들고 학교로 향했다. 음악을 좋아했던 기석이는 2만원을 주고 산 메모리칩 안에 최신 음악을 잔뜩 담아 친구들에게 “음질 정말 좋지 않으냐”며 자랑했다. 친구들이 “좀 만져보자. 나도 좀 써보면 안 되겠느냐”고 했지만 기석이는 단호하게 “그냥 보기만 해”라며 허락하지 않았다.

 

 

친한 친구였던 동수(17·가명)가 기석이에게 “전화 한 통만 하게 빌려주면 안되겠느냐”고 말했다. 기석이는 머뭇거리며 휴대전화를 건넸지만 동수는 전화를 할 수 없었다. 기석이가 전화기의 잠금장치를 해제하지 않은 것이다. 기석이가 얄미워 동수는 휴대전화 뒤쪽 케이스를 열어 음악이 든 메모리카드를 빼낸 후 돌려줬다. 기석이는 음악을 들으려다 휴대전화 안에 메모리카드가 없다는 알림글이 뜨자 화가 났다. 동수에게 “내 메모리카드 네가 빼갔지, 빨리 내놔”라고 말했다. 하지만 동수는 “나는 모르는 일이다. 왜 나보고 그러느냐”며 발뺌했다. 기석이는 “경찰에 신고하겠다”며 교실 밖으로 나가 학생 복지부 선생님을 찾았지만 선생님은 “1교시가 시작되기 직전이니 1교시 수업이 끝나면 그때 이야기하자”고 말했다. 담임도 “수업이 없을 때 찾아줄 테니 걱정하지 말라”고 말했다. 기석이는 1교시 수업 내내 엎드려 있다가 2교시 수업이 시작되자마자 교실을 나가 옥상으로 향했다. 기석이를 붙잡는 친구도, 선생님도 없었다. 옥상으로 간 기석이는 왼쪽 손바닥에 ‘이런 세상에서 살기 싫습니다. 다음 생에는 평화롭게’라는 글을 남겼다. 그리고 몸을 던졌다.

 

 

 

...

 

이상은 경향신문 특별 취재팀의 기사다.

 

우리 아이들은 어느새 변했다.

 

33사이즈를 입는다는 연예인들을 보며 55사이즈인데도 살을 뺀다. 66사이즈인 아이들은 자신을 뚱뚱보라고 생각한다. 자기는 알인지 팅인지를 다썼다며 서로에게 수신자부담으로 전화를 건다.

 

어른들이라면 전화를 하려고 빌렸는데 잠금이 걸려있다면 풀어달라고 한다. 그런데 아이들은 그것에도 마음이 상한다. 화가 나서 남의 것을 훔친다. 그걸 안 주인은 더 화가 나서 친구를 경찰에 신고한다고 하고 선생님이 당장 도와주지 않자 자살한다.

 

 

그들이 말하고 탓하고 싫어하는 “이런 세상”이 어떤 세상일까.

 

우리는 표현의 자유를 얻었다. 인터넷에 보면 33사이즈라는 연예인에게 예쁘다는 찬사가 쏟아진다. 거기에 33이 정상이냐는 식에 글을 썼다가는 오크는 떠나라는 둥 열폭한다는 둥 온갖 욕이 따라붙는다. 그걸 반복적으로 보면 자신의 55사이즈인 몸이 오크, 돼지, 비정상으로 보이게 된다. 당연히 다이어트를 해야만 한다는 생각이 든다.

 

한학생이 선생님이 때리는 영상을 찍어 그걸 근거로 선생님을 신고했다. 그런 기사를 반복적으로 본 아이들은 나도 선생님이 때리면 찍어야지. 신고해야지. 대드는게 당연한거지 하는 마음을 가지게 된다.

 

더 자극적인세상. 더 이기적인 세상, 더 외모지상주의적인 세상.

 

누가만들었을까. 씁쓸해진다.

 

IP : 180.182.xxx.45
0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59752 아파트 청소기 소리 13 중간소음 2012/01/18 3,145
    59751 시장을 언제 가는게 좋을까요.. 2 명절스트레스.. 2012/01/18 679
    59750 혹시 옛날만화 꾸러기 기억나세요? 9 명랑만화 2012/01/18 511
    59749 베가 넘버파이브 휴대폰 쓰시는분 계세요? 2 베가 2012/01/18 722
    59748 2주전에 담은 굴젓 유통기한 얼마나 될까요? 1 냉장고 청소.. 2012/01/18 8,967
    59747 아이한테 화가 날때 어떻게 하세요 14 진정모드 2012/01/18 2,079
    59746 다이어리 정리,활용 팁좀. 2 // 2012/01/18 1,360
    59745 겨울옷 보풀 1 저만 모르나.. 2012/01/18 667
    59744 시어머님 드릴 화장품 기초 어떤게 좋을까요? 1 ... 2012/01/18 658
    59743 화장품(혹은 스페인어) 잘 아시는 분~ rosa mosqueta.. 5 um 2012/01/18 3,677
    59742 입대후 5주 훈련 끝나고 다녀오신분 7 훈련생엄마 2012/01/18 819
    59741 동생이 결혼 할 아가씨를 지금 집에 데려온다는데,,, 5 홍홍홍 2012/01/18 1,895
    59740 아파트 공동전기료 5만7천원.. 17 살다살다.... 2012/01/18 7,172
    59739 캐나다 여행... 가보신적 있으신가요? 12 ... 2012/01/18 2,549
    59738 이건 어떻게 해석해야 하나요? 8 이건 2012/01/18 751
    59737 친정어머니패딩선물 5 옷고민 2012/01/18 1,068
    59736 헤나염색약 어떤가요? 2 촌티벗고파 2012/01/18 1,366
    59735 cf속 원피스 분노의 검색.. 2012/01/18 454
    59734 저희 형편에 조카들 용돈 얼마 정도가 적정한지 봐주세요. 9 고민 ` 2012/01/18 1,896
    59733 朴의장 "수사결과 따라 책임..총선불출마"(종.. 1 세우실 2012/01/18 325
    59732 회사 출퇴근 시간이 얼마나 되세요? 6 ,,,, 2012/01/18 1,311
    59731 직장일과 집안일 다이어리 및 일정 관리.. 1 질문에맛들인.. 2012/01/18 745
    59730 네이트 곽노현교육감 기사에 5 ㅠㅠ 2012/01/18 1,047
    59729 이 원피스 좀 봐주세요. 3 2012/01/18 893
    59728 시댁에 정말 잘하고 싶었는데.. 15년 후 이모냥이네요. 9 시댁 가기 2012/01/18 2,59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