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내 남편의 주사

남편아 조회수 : 2,320
작성일 : 2011-12-15 21:45:53

내 남편의 한결같은 주사가 있습니다.

술이 일정 이상으로 들어가면 꼭 김광석 노래를 크게 틀어놓고 듣습니다. 목청 세워 따라 부르기도 합니다.

노래방을 가도 절반 이상은 김광석을 부릅니다.

하도 많이 듣고 불러 그런가 몇곡은 제법 잘 부릅니다. 음치를 겨우 벗은 수준임에도요.

거기서 술이 좀 더 되면

항상 노통이 나오는 동영상들을 찾아 틀어놓고 봅니다.

그리고 웁니다.

 

노통 가신 뒤 한번도 둘이 붙들고 울어보진 못했습니다. 늘 따로따로 자리 피해서 웁니다. 서로가 운다는 걸 압니다.

노통 영결식날 다녀와서 남편은 목욕탕서 울고 전 거실에서 그렇게 한참을 울었던 기억이 나네요.

 

그런데요..

너무 저러니까 좀 이제 쳐연타 못해 청승맞은 생각까지 듭니다.

30대 아직도 힘이 펄펄해야 할 남자가 저리 술 마실 때마다 코 들이삼키는 모습 자주 보여주는 것도 그렇고요.

아니, 그것도 그렇고, 저를 매번 다시 울리는 것도 싫네요.

저는 서재방에 있고 남편은 거실에서 노트북 켜놓고 있어요. 휴지 뽀시락거리며 코맹맹소리 내는 거 보니 오늘도 역시나입니다.

지금도 거실에서 노통이 '타는 목마름으로'...를 후보 시절에 열창하는 목소리가 들리네요.

부살갈매기, 사람사는세상 다 듣고 이제 저거마저 듣나 봅니다.

목이 아픕니다.

노통이 노래 마치고 묻네요.

"저는 할일이 많습니다. 여러분은 뭘 할겁니까?"

 

남편아, 이제 김광석도 노통도 적당히 듣자.

씨바, 졸라 슬프다.ㅠㅠ

IP : 211.41.xxx.12
5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내비도
    '11.12.15 9:56 PM (121.133.xxx.110)

    울어야 할지 웃어야 할지 ㅠㅠ

  • 2. ..
    '11.12.15 9:59 PM (221.139.xxx.20)

    그런 주사라면 전 평생 받아줄 각오가....;

  • 3. 오달
    '11.12.15 11:14 PM (219.249.xxx.52)

    일단 웃었어요. ㅎㅎ 뭐라고 표현하기가...짠하네요.

  • 4. ....
    '11.12.15 11:50 PM (58.143.xxx.27)

    제 남편의 얼마 전까지 주사와 같네요...
    이제는 나꼼수를 스피커에 연결해서 들어요...
    코 골아도 끄면 안돼요...
    바로 깨서 꼬장부려요...
    남편아. 우리도 할 일이 많단다...
    그래도 그 마음이 너무도 잘 이해 되어서 야단은 못 치겠어요...

  • 5. 플럼스카페
    '11.12.15 11:57 PM (122.32.xxx.11)

    제가 쓴 줄 알았어요. 똑같습니다.
    저 김광석씨 노래 좋아하던 사람인데 남편때매 지긋지긋해요.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84829 펌)문재인, 박근혜 조롱에…손수조 '통쾌한 반격' 14 ........ 2012/03/18 3,422
84828 아기 낳은 분한테 케익 사가는 거 별로일까요? 12 ... 2012/03/18 4,614
84827 이런것도 막장에 들어갈까요? 1 .... 2012/03/18 1,197
84826 학부모님 여러분 반드시 주의하셔야 할것 하나 119 통번역사 2012/03/18 18,489
84825 20개월 딸아이 젖떼는 날 4 ㅠㅠ 2012/03/18 1,779
84824 남편이 환장하게 싫으면 이혼만이 정답일까요? 19 ... 2012/03/18 11,123
84823 서울시 장기세금 체납자 대여금고 봉인 이야기 13 ,,, 2012/03/18 2,548
84822 분당,수지쪽에 치과중 아말감쓰는 곳 있나요? 2 충치 2012/03/18 1,474
84821 방송3사가 파업을 하는 이유 4 정치꾼들 2012/03/18 1,936
84820 지금 초등5학년 교과서가... 3 .. 2012/03/18 1,820
84819 안산 다문화음식거리 4 종이달 2012/03/18 1,787
84818 한글, 통글자로 떼면 단어뜻을 모르나요? 4 한글공부 2012/03/18 2,111
84817 정말 혈액형이 사람의 성격과 관계가 있나요? 17 혈액형 2012/03/18 3,983
84816 지금 kbs1에서 탈북자 강제북송 이야기 하네요 2 ,, 2012/03/18 1,058
84815 시어머니 정말 좋아지질 않아요 9 휴... 2012/03/18 3,278
84814 꽃다발, 내가 주문해서 받기 ㅋㅋㅋ 5 결혼 11주.. 2012/03/18 1,661
84813 재물손괴죄로 경찰서에서 오라고 할 때... 14 아고고.. 2012/03/18 21,202
84812 롤라 크랙클 어떤가요? 핏플랍 2012/03/18 972
84811 혹시 아시는 분? 1 하늬바람 2012/03/17 953
84810 프런코 멋져요! 7 현수기 2012/03/17 2,086
84809 열화와 같은 댓글 감사합니다. 영어에 대한 이야기.. 136 통번역사 2012/03/17 10,127
84808 요새 차 운전많이하세요? 2 미친물가 2012/03/17 1,856
84807 혹시 중국영화'여름궁전' 보신분 계신가요? 싱글이 2012/03/17 1,374
84806 더 로맨틱 보신분 없나요?? 7 옹따 2012/03/17 1,681
84805 좋아졌어요. 물론 그 역할이 좋겠지만 김남주가 2012/03/17 87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