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내 남편의 주사

남편아 조회수 : 1,967
작성일 : 2011-12-15 21:45:53

내 남편의 한결같은 주사가 있습니다.

술이 일정 이상으로 들어가면 꼭 김광석 노래를 크게 틀어놓고 듣습니다. 목청 세워 따라 부르기도 합니다.

노래방을 가도 절반 이상은 김광석을 부릅니다.

하도 많이 듣고 불러 그런가 몇곡은 제법 잘 부릅니다. 음치를 겨우 벗은 수준임에도요.

거기서 술이 좀 더 되면

항상 노통이 나오는 동영상들을 찾아 틀어놓고 봅니다.

그리고 웁니다.

 

노통 가신 뒤 한번도 둘이 붙들고 울어보진 못했습니다. 늘 따로따로 자리 피해서 웁니다. 서로가 운다는 걸 압니다.

노통 영결식날 다녀와서 남편은 목욕탕서 울고 전 거실에서 그렇게 한참을 울었던 기억이 나네요.

 

그런데요..

너무 저러니까 좀 이제 쳐연타 못해 청승맞은 생각까지 듭니다.

30대 아직도 힘이 펄펄해야 할 남자가 저리 술 마실 때마다 코 들이삼키는 모습 자주 보여주는 것도 그렇고요.

아니, 그것도 그렇고, 저를 매번 다시 울리는 것도 싫네요.

저는 서재방에 있고 남편은 거실에서 노트북 켜놓고 있어요. 휴지 뽀시락거리며 코맹맹소리 내는 거 보니 오늘도 역시나입니다.

지금도 거실에서 노통이 '타는 목마름으로'...를 후보 시절에 열창하는 목소리가 들리네요.

부살갈매기, 사람사는세상 다 듣고 이제 저거마저 듣나 봅니다.

목이 아픕니다.

노통이 노래 마치고 묻네요.

"저는 할일이 많습니다. 여러분은 뭘 할겁니까?"

 

남편아, 이제 김광석도 노통도 적당히 듣자.

씨바, 졸라 슬프다.ㅠㅠ

IP : 211.41.xxx.12
5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내비도
    '11.12.15 9:56 PM (121.133.xxx.110)

    울어야 할지 웃어야 할지 ㅠㅠ

  • 2. ..
    '11.12.15 9:59 PM (221.139.xxx.20)

    그런 주사라면 전 평생 받아줄 각오가....;

  • 3. 오달
    '11.12.15 11:14 PM (219.249.xxx.52)

    일단 웃었어요. ㅎㅎ 뭐라고 표현하기가...짠하네요.

  • 4. ....
    '11.12.15 11:50 PM (58.143.xxx.27)

    제 남편의 얼마 전까지 주사와 같네요...
    이제는 나꼼수를 스피커에 연결해서 들어요...
    코 골아도 끄면 안돼요...
    바로 깨서 꼬장부려요...
    남편아. 우리도 할 일이 많단다...
    그래도 그 마음이 너무도 잘 이해 되어서 야단은 못 치겠어요...

  • 5. 플럼스카페
    '11.12.15 11:57 PM (122.32.xxx.11)

    제가 쓴 줄 알았어요. 똑같습니다.
    저 김광석씨 노래 좋아하던 사람인데 남편때매 지긋지긋해요.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48729 밥은 뭐드셨어요? 1 인천공항 2011/12/16 838
48728 초등학교 1학년 수학문제 설명 좀 부탁드려요... 7 나 모냐~ 2011/12/16 1,344
48727 12월 16일 [손석희의 시선집중] "말과 말" 세우실 2011/12/16 700
48726 아이명의 청약통장이 나을까요. 다른 예금상품이 나을까요? 2 궁금 2011/12/16 1,371
48725 옆에 베스트 고1 성정체성 댓글들 완전 쩔어요 1 ㅋㅋㅋ 2011/12/16 1,286
48724 한복이 너무 입고 싶어요. 13 아휴 2011/12/16 1,468
48723 잠들기전 보일러1번 돌리고 자고일어나기 전 1번돌리는게 헤픈가요.. 33 정말헤픈가?.. 2011/12/16 5,113
48722 혹시 집에 책 많으신 분들요 (아이책말고 어른책요) 8 girl 2011/12/16 1,531
48721 한나라당 의원들이 해체니 쇄신이니 떠들면서 뒤로는 딴 짓을 하고.. 3 sooge 2011/12/16 1,155
48720 침대쓰면 겨울에 무조건 전기장판 쓰나요? 20 겨울추위 2011/12/16 10,005
48719 치질이라고 하나요.... 11 참는법 2011/12/16 2,087
48718 중딩 2012년도에 쓸 교과서 여쭤요 2 ^^ 2011/12/16 657
48717 아더의 크리스마스 보셨어요? 6 강추 2011/12/16 1,578
48716 목사아들돼지 김용민 PD의 12월 16일 조간 브리핑 세우실 2011/12/16 1,046
48715 스파에서는 어떤 수영복을 입어야 할까요? 2 스파 2011/12/16 1,210
48714 알림장 내용을 잘 모르는 아이.. 3 좋은것만닮으.. 2011/12/16 1,071
48713 상해로 패키지 여행가는데 그 와중에라도 상해 꼭 가 볼 맛집이나.. 5 중국 패키지.. 2011/12/16 1,540
48712 술 잘마시는 방법? 5 2011/12/16 981
48711 롱패딩 유행같은 얘기보니 유행에 민감하세요? 2 ... 2011/12/16 1,168
48710 준국책사업 종편 미스터리 ^^별 2011/12/16 678
48709 팔꿈치에... 1 어느 브랜드.. 2011/12/16 860
48708 '도토리 키재기'에 아전인수…암울한 종편 - 시사되지 김용민 -.. 1 ^^별 2011/12/16 1,172
48707 딸이 혹시 공부잘하면 정신과 의사 시키세요~~ 46 ddd 2011/12/16 34,087
48706 초4 초3 올라가는 아이... 역사책 추천부탁드려요 2 .. 2011/12/16 1,612
48705 갑상선 조직검사하라는 건강검진 결과가 나왔는데 내년 5월에 해도.. 5 ㅇㅇ 2011/12/16 1,6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