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남편의 한결같은 주사가 있습니다.
술이 일정 이상으로 들어가면 꼭 김광석 노래를 크게 틀어놓고 듣습니다. 목청 세워 따라 부르기도 합니다.
노래방을 가도 절반 이상은 김광석을 부릅니다.
하도 많이 듣고 불러 그런가 몇곡은 제법 잘 부릅니다. 음치를 겨우 벗은 수준임에도요.
거기서 술이 좀 더 되면
항상 노통이 나오는 동영상들을 찾아 틀어놓고 봅니다.
그리고 웁니다.
노통 가신 뒤 한번도 둘이 붙들고 울어보진 못했습니다. 늘 따로따로 자리 피해서 웁니다. 서로가 운다는 걸 압니다.
노통 영결식날 다녀와서 남편은 목욕탕서 울고 전 거실에서 그렇게 한참을 울었던 기억이 나네요.
그런데요..
너무 저러니까 좀 이제 쳐연타 못해 청승맞은 생각까지 듭니다.
30대 아직도 힘이 펄펄해야 할 남자가 저리 술 마실 때마다 코 들이삼키는 모습 자주 보여주는 것도 그렇고요.
아니, 그것도 그렇고, 저를 매번 다시 울리는 것도 싫네요.
저는 서재방에 있고 남편은 거실에서 노트북 켜놓고 있어요. 휴지 뽀시락거리며 코맹맹소리 내는 거 보니 오늘도 역시나입니다.
지금도 거실에서 노통이 '타는 목마름으로'...를 후보 시절에 열창하는 목소리가 들리네요.
부살갈매기, 사람사는세상 다 듣고 이제 저거마저 듣나 봅니다.
목이 아픕니다.
노통이 노래 마치고 묻네요.
"저는 할일이 많습니다. 여러분은 뭘 할겁니까?"
남편아, 이제 김광석도 노통도 적당히 듣자.
씨바, 졸라 슬프다.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