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친정아버지가 너무 불쌍해요..

인생은 조회수 : 4,022
작성일 : 2011-12-13 14:50:49

이 글을 쓰면서도 눈물이 나네요.
말그대로 친정아버지의 인생이 너무 안쓰럽고 불쌍해요.

환갑도 넘은 저희 아버지 두메산골에서 초등학교 겨우 마치고 상경해서
50년 넘게 돈을 버셨어요.
워낙 성실하신탓에 정년퇴임한 지금도 새벽 4~5시에 일어나 일하는 자영업 꾸리고 계시구요.
슬하에 저와 오빠하나.
둘다 결혼했고 저는 또래에 비해 기반도 일찍잡고 안정적이지만
오빠는 그렇지 못했어요.
늘 사고가 끊이지 않았고, 아버지가 늘 번번히 마지막이라며 수습해주셨죠.

불과 몇달전에도 대형사고를 친 오빠일로 상심이 너무 크셔서
인생이 너무 억울하다며 몇날며칠 식사도 못하시고 통곡만 하셨어요.
저희 아버지 지금도 신용카드 한장없고, 전 경제권 엄마한테 주시고
그리 좋아하시는 술도 밖에서 사드신적이 없어요. 늘 집에서 반주만,,술값이 아까워서.
현금카드 쓰는것도 모르고 엄마에게 평생을 용돈 조금씩 타서 쓰면서
아끼고 아껴서 저희 대학, 대학원 뒷바라지까지 해주셨어요.
그런 아버지 덕분에 크면서도 돈걱정 해본적 없었죠.
지금도 아버지가 경제활동 하시면서 늘 갈때마다 저녁사주시고, 용돈 찔러주세요.

그런 아버지에겐 친구도 없어요. 늘 일만 하셔서,,
그나마 친했던 동네사람들은 재개발이다해서 다 떠나버리고
일안하는 주말을 함께 보내거나 속상한 일 털어놓을만한 친구한명이 없어요.
늘 위안거리는 2,3주에 한번씩 보는 저와 오빠 내외..
아버지가 새언니를 너무 예뻐라하셨어요.
애교라곤 거리가 멀고 살갑지 않은 딸보다 더 예뻐하셨는데
최근 새언니얘기가,,시아버지가 너무 부담스럽다고,,
자주 식사하자고 하고 보고싶다고하는 시아버지
저도 결혼한 입장에서 부담스러운거 이해해요.
새언니 탓을 할 생각은 전혀 없어요. 저도 며느리니까 충분히 어떤 마음인지 알수있으니까요.
다만 그 얘기를 듣고 너무 기운빠져서 저녁식사도 거른채 술한잔하고 주무신다는 아버지 얘길 전해들으니
눈물만 나더라구요.

아버지가 최근 이런 말씀을 자주하셨어요.
일 열심히하고, 돈 헛투루 안쓰고, 가족들 먹여살리겠다고 옆길은 쳐다본적도 없는데
남은건 자식도 없고, 손주도 없고, 친구도 없다고.

이러다 우울증이라도 오는건 아닌지.
이젠 좀 편히 인생좀 즐기시라고 늘 말씀드리지만
너희들 왔을때 저녁이라도 사주려면 칠십까지는 일해야된다고 하시던 아버지..
너무 안쓰럽고 눈물만 나는 하루입니다.

IP : 59.10.xxx.5
10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ㅇㅇㅇ
    '11.12.13 2:58 PM (121.130.xxx.78)

    이제 아버지도 아버지의 생활을 좀 즐기셔야겠네요.
    며느리 보고 싶어하면 뭐하나요?
    손주도 재롱 떨때만 이쁜 거죠.
    아버지가 어머니와 여행도 다니고 두분이 밖에서 맛있는 것도 드시고
    영화도 보러 다니시고... 뭣보다 두 분이 운동 함께 하시면 좋겠네요.
    아버지 연세 아직 젊으신데 (요즘 60대면 젊습니다.) 자식만 바라보고 살면 안됩니다.
    저희 친정부모님은 70중반이지만 두분이 취미 삼아 텃밭도 일구고
    친구들 모임도 꾸준히 나가고 뭣보다 끊임없이 배우십니다.
    사진, 컴퓨터,영어, 요가...
    두분 공통 취미가 등산이어서 등산도 함께 다니시고요.
    영화도 가끔 보러 다니십니다.
    원글님 아버지 생각을 바꾸시게 딸이 잘 다독여드리세요.

  • 2. 새언니
    '11.12.13 2:58 PM (221.138.xxx.55)

    오빠가 역할을 제대로 못하니 죄송하기도 하고 그래서
    시아버지가 더 어려운거 아닐까요?
    맨날 뒷치닥거리 해준다면서요.
    그래봤자 말짱 소용 없겠지만...

  • 3.
    '11.12.13 2:59 PM (112.168.xxx.63)

    아버님이 정말 열심히 살아오신 분 같아요.
    아버님의 희생으로 어머니, 자식들 모두 큰 고생없이 잘 살아왔으니..
    오빠는 무슨 사고를 그리 치는지. 오빠의 문제면 정말 답이 없네요
    아버님도 지친 거 같고요.

    인생 다 바쳐서 가족들 먹여 살리고 열심히 살았는데도 지금도 아들때문에
    사고 수습해줘야 하고 마음은 쓸쓸하고 힘은 들고..우울하신 거 같아요.
    뭔가 즐거운 꺼리를 찾으셔야 할텐데요.

  • 4. 그래도..
    '11.12.13 3:02 PM (58.126.xxx.162)

    아버지 마음이 이해갑니다.님이 위로해드리세요.

  • 5. 원글
    '11.12.13 3:04 PM (59.10.xxx.5)

    저도 며느리인데 며느리 탓 아니에요.
    아버지의 요즘 힘드신 얘기를 하다보니 최근 겪으신 얘기가 나온건데
    그럴 의도 전혀 없어요.

    워낙 희생하시며 살아온 인생이라 안타깝고,
    딸인 저야 자주 연락드리고 찾아뵙고 하는거 외에 본인이나 엄마와 함께
    새롭고 재미나게 사셨으면 하는데
    그게 본인스스로 잘 안되고 힘들어하시니 쓴 글입니다.
    오해 말아주세요.

  • 6. 오빠가
    '11.12.13 3:08 PM (121.88.xxx.241)

    빨리 정신을 차려야 되겠네요.. 왜 그러신데요?
    아님 아버지라도 그냥 오빠가 어찌되든말든 그냥 모른척하고 있었으면 더 나았을 거 같은데..

  • 7. ..
    '11.12.13 3:23 PM (115.136.xxx.167)

    자식도 없고, 손주도 없고, 친구도 없다고....

    이말씀이 참 가슴아프게 와 닿네요.
    저희 아버지 올해초 돌아가셨어요.
    평생 소처럼 일해서 가족들 처가집식구들 먹여살리고,
    나중에 돈 못벌게 됐을때 의부증있던 엄마에게 구박만 당하다
    억지로 돌아가셨어요.

    아버지에겐 친구사귈시간도, 아픈 아버지를 챙겨줄 자식도 없었어요.

    아버지 돌아가신뒤.. 제사 거하게 치루겠다고 비싼 제기사고
    그런것 하나도 와닿지 않아요. 살아계셔서 지옥이었는데
    돌아가신뒤 그런게 다 무슨소용있어요.

    저는 많이 아팠다고 핑계댔지만, 우리아버지에겐 아무도 없었던거예요.
    살아계실때 따님이 친구가, 다정한 자식이 의지할곳이 되어주세요.
    후회해도 아무소용없고 가슴에 한만 남아요.

    님글보니까 우리아버지가 생각나 눈물이 나는군요.

  • 8. 아빠
    '11.12.13 3:41 PM (112.165.xxx.185)

    울 아빠도 평생 술,담배 안하시고 가족밖에 모르셨어요..
    1년 365일 350일을 집에서 저녁 드신 분이예요..

    친구도 엄마하고 고향 친구들 1달에 1번 계모임이 전부셨어요..
    오로지 가족들 편히 살게 하신다고 본인 희생만 하셨어요..

    70에 하시던 일 관두시고 지역의 노인 대학이란 대학에는 다 등록하셔서
    지금은 재미나게 사세요..
    종중(?)의 일에도 빠짐없이 참석하시고 바쁘게 사세요..

    잘 해드리세요..

  • 9. ...
    '11.12.13 4:33 PM (210.210.xxx.128)

    시간 나시는대로 건전한 취미생활 하실 수 있도록 방향을 잡아주시는 게 좋으실 것 같습니다. 요즘은 문화원이나 각 대학 평생교육원 등 취미프로그램 많잖아요. 보고 평소 관심 있으신 분야 따님이 신청해주셔도 좋을 것 같고. 그렇게 취미를 붙이고 재미가 들다 보면 다른 것들은 눈에 들어오지도 않아요 ㅎ

  • 10. ......
    '11.12.14 4:04 AM (118.38.xxx.44)

    고기도 먹어본 사람이 먹을 줄 안다고
    평생 놀아본 적 없고, 자신을 위해 자신의 몸 편하자고 뭔가를 해 본적이 없는분은
    연세 들어도 취미를 즐기지도 놀지도 못해요. 여행요?
    여행도 해 본사람이 즐깁니다.

    그래서 자식위해 살지 말라는 겁니다.
    그래 봤자 자식은 결코 모르거든요.

    안다고 해 봤자 귀찮고 성사신게 더 크죠.
    특히 남의 자식은 더더욱 모릅니다.
    그래서 며느리든 사위든 절대 정 줄 필요 없어요.

    너무 안타깝네요.

    취미생활해라, 즐겨라 하는 것도
    결국 나 귀찮게 하지 말고
    너 혼자 놀아라는 말의 다른 표현일 뿐이죠.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47725 파워 블로거 sbs (냉무) 2 ... 2011/12/13 1,603
47724 얼굴의 감각이 이상합니다 4 얼굴 2011/12/13 2,918
47723 학벌가지고 사람 선입견 가지면 안되지만 51 JK님 2011/12/13 12,237
47722 최재천 변호사님 한미 FTA 특강(서울대, 2011.12. 6).. sooge 2011/12/13 806
47721 말꼬리 잡고 계속 말을 물고 들어지는 사람은 어찌하면 되나요? 14 말꼬리 2011/12/13 2,020
47720 크루즈여행이 너무 무서운데 제가 이상한건가요? 20 여행이 싫어.. 2011/12/13 3,813
47719 오븐 사고싶다...키톡보니 10 아... 2011/12/13 2,740
47718 어린이집 생일잔치 선물, 물티슈도 괜찮을까요? -_-; 7 급질.. 2011/12/13 1,582
47717 나는 꼼수다를 까는 분들에게 고함[펌] 2 ^^ 2011/12/13 1,117
47716 이 바이올린은 가격이 어느정도 일까요? 바이올린 2011/12/13 1,331
47715 백김치 등 물김치류 잘 드세요? 1 애들도? 2011/12/13 869
47714 설거지만 해주는 도우미도 있나요? 5 2011/12/13 1,973
47713 주병진쑈..초대손님예상이 삼성가? 그네씨? 10 이상 2011/12/13 2,282
47712 “4대강 목적세 신설 검토” 보고서…네티즌 “국민이 호구냐” 4 흠... 2011/12/13 1,301
47711 정성으로 키운 자식 vs 대충 편한대로(?)키운 자식 15 아메리카노 2011/12/13 4,698
47710 그 여자네 집/김용택 (정말 기네요...) 2 박명기 2011/12/13 1,931
47709 여기서 제일 가까이 하기 싫은 사람 9 ..... 2011/12/13 3,357
47708 내귀에맥박소리 4 아들과 나 2011/12/13 2,294
47707 강력하게 원합니다. 5 흠... 2011/12/13 1,110
47706 방금 통장이 취학통지서 전해주고가네요 3 ,,, 2011/12/13 1,162
47705 멕시코 FTA 성장의 허구-통계청과 세계은행 자료를 토대로 만든.. 3 sooge 2011/12/13 670
47704 토목왕 박원순 1 합리적 2011/12/13 1,162
47703 회원장터 정말 너무하네요. 6 회원장터 2011/12/13 3,481
47702 민사고 졸업까지 교육비가 많이드나봐요 9 민사고 2011/12/13 4,429
47701 펌) 곽노현교육감 요절복통 재판 관람기 11 하루정도만 2011/12/13 2,74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