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82 맨날 눈팅만 하다가 아래 서울공대와 지방 의대 고민하시는 글 보고 제 얘기 써 보고 싶었어요.
모두 다 케이스 바이 케이스인 얘기이고, 또 사람 일이란게 앞으로 어떻게 될 지는 예측 불허인 줄 압니다. 여러 분들의 논쟁 보니 그냥 많은 생각이 들면서 문득 제가 잘 살고 있는 건가 라는 생각까지 하게 되었습니다.
저는 이천 년도 초반에 서울대하고 성균관대 의대 붙었었구요. 참고로 문과입니다. 그 때는 교차지원이 가능했는데 지금은 모르겠습니다. 당시 교차지원 가능한 의대로는 성대 의대가 제일 점수가 높아서 그냥 생각없이 의대 한 번 써본 케이스에요 그리고 서울대 진학했습니다. 당시에도 성대 의대 갔어야 한다고 말들이 많았는데요. 저희 집에서는 그냥 아무데나 가도 된다고 별 말 없던 케이스였구요.
저요? 지금 졸업하고 또 한 번 전공을 바꿔서 인문학 대학원에서 공부하고 있어요. 미쳤다고 하겠지요? 저는 이 논쟁을 알기 전에는 그런 생각 안 해 보다가, 제가 너무 현실감이 없는 건지. 아니면 다들 카더라 통신이나 그냥 통계를 너무 믿으시는 건지.. 잘 모르겠습니다. 사실 살아 봐야 알겠지요. 저도 한 십년 뒤까지 가봐야 또 알 수있을 거라 생각해요. 저는 지금은 뭐라도 밥은 먹고 살리라 생각해요. 공부가 재미있어서 하는 거니까 만족도도 꼬ㅐ 있어요.
음.. 성대 의대도 장학금이 있는 학교여서 망설인 점도 있었어요. 저는 꼭! 꼭 장학금이 필요했거든요. 그런데, 처음에 장학금 없던 서울대에서도 결국 계속 장학금이 생겨서 학비 걱정 안했구요. (다른 학교보다 기회가 확실히 많았어요. 지금 생각해도) 그리고 과외해서 용돈도 벌 수 잇었고 (이건 확실히 서울대라 유리했어요) 해외 배낭 여행도 3주 정도 했는데, 많이 배웠고 너무 좋았어요. 음.. 해외 교환학생도 생활비까지 장학금 나왔구요. 선택할 때는 걱정 많았는데, 막상 또 다른 선택도. 어떻게든 해결이 되더라구요. 물론 힘들어서 울 때도 있었지만. 돈 때문에 꼭 하고 싶은 것 못하진 않았던 것 같아요. 지금은 유학와 있어요. 의대 졸업한 친구들 보다야 한 참 못 미치겠지만, 생활비도 넉넉히 나와요. 한달에 200은 넘어요. 희망은 교수하는 거지만 사람일은 또 모르겠죠. 그런데, 사람들 생각보다 나쁘지만은 않아요. 미국에서도 인문학 자리 잡기 힘들다고 난리인데, 또 잘 들여다보면, 그런대로 또 어찌어찌 자리들 잘 잡으시거든요. 한국은 모르겠고, 물론 미국도 쉬운 건 아닙니다만.
저희 형제 중에 한 명은 연대 의대 나왔거든요. 근데 제가 대학갈 때 의대에서 너무 힘들어 하던때라 집에서 강요 안했어요. 의대 내에서도 정말 서열은 확실한 듯. 특히 집안도 중요해서.. 뭐든 행복한게 중요한 것 같아요. 지금은 연대 의대 나온 것 괜찮다고 생각하지만. 본인도 너무 힘들었는데 지금은 만족해요. 왠만큼 벌구요. 주변에 잘 풀린 경우, 못 풀린 경우 골고루 듣고 있어요. 물론 의대 나왔으니 대게 밥벌이 정도는 하고 일년에 수억씩 버는 경우도 있구요. 그리고.. 자살한 경우도 알아요. 물론 서울대 문과대에서도 자살한 경우 나옵니다. 불행해 하는 친구들도 직접 봤구요. 의대 간다고 재수 들어가는 경우도 직접 봤구요.
저희 대학신문에까지 나온 경우도 있었구요.
사람일은 잘 모르겠죠.
저는 제가 지금 잘 살고 있다고 생각하는데, 그냥 잘 모르겠어요. 남의 말들이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하다가도, 한 번씩 세상에 많은 사람들이 권하는 데에는 또 이유가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그래도 전 지금 하고 싶은 일이 뚜렸해서. 겨우 30이 되어가니 하고 싶은 게 좀 확실해져 가서 그것만으로도 감사해요. 사실 고등하교 졸업 할 무렵은 잘 모르거든요. 바뀌는 경우도 많구요. 그래서 기회를 최대한 넓게 갖을 수 있는 경우가 좋은 것 같아요.
음.. 그리고.. 대학 다닐때까지는 친구들한테 들었는데요. 공대생들 부러웠어요. 대기업에서 공대생들만 따로 리크루팅 하러 나오더라구요. (문과는 그런 것 없거든요.) 그냥 3, 4 학년에도 미리 리크루팅 원하면 충분히 할 수 있구요. 물론 그 다음은 저도 몰라요.
그런데, 가족이나 주변에서 보는 거랑 "본인이 직접하는 생활" 언제나 같지는 않아요. 사실 대부분 다르다고 봅니다. 본인이 행복하기.. 참 쉽지 않은 것 같아요. 주변에 화려한 사람들이 많을 수록... 자신이 초라해 보이기도 쉽고.. 그렇거든요. 서울대에 가면 서울대 생밖에 안 보이니까요. 적어도 학교 안에서는. 의대에 가면 의대생만 보이구요.
아드님이 어딜 가든 쉽지는 않을 길이라는 생각도 듭니다. 저도 어떻게 20대를 지났는지 모르겠어요. 지금의 기운으로는 못하지 싶어요. ㅋㅋ 그래도 젊을 때는 또 헤쳐 나갈 기운이 있더라는... 어딜 가도 행복하게 지냈으면 좋겠고. 또 열심히. 그리고 조금은 다른 사람도 생각할 줄 아는 지성인이 되었으면 좋겠네요.
제 삶에 충고 해주고 싶으신 분, 답글 환영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