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정말 사람은 계속 변하는 건가봐요

문득 조회수 : 2,526
작성일 : 2011-12-11 01:07:22

2주전.. 결혼기념일이라고 남편이 돈을 주네요

겨울 코트를 사든 백을 사든 다른 뭔가를 하든 알아서 하라고...

일주일 동안 백화점엘 3번 갔어요

결국 제가 산건 편한 로퍼하나 마찬가지로 편한 셔츠하나..뿐이네요

곰곰히 생각해보니 3년쯤 전부터 매번 이런 패턴이었던것 같아요

제가 한땐 참...쇼핑을 좋아했어요

연말에 백화점 무슨 클럽회원에 꼭 선정됐었구요

시즌마다 매장 매니저들에게 전화왔었고

층마다 돌아다니면 아는척하며 인사하는 직원들 많았고

신제품 패션쇼 매장별 식사초대 같은곳에도 시간있음 놀러갔었고...

너무 갖고 싶은데 못 샀다 하는거 별로 없었던것 같아요

돈이 많아서가 아니라 그땐 그런게 정말 저한테 중요했다 생각했었어요

무슨 모임엘 가도 상대방의 말이나 그날의 화제꺼리에 집중하기보단

상대방이 무슨 백을 들었는지 옷은 어디껄 입었는지 손톱 끝까지 완벽하게 네일케어가 되있는지

머리스탈은 신경썼는지 신발은 어울리는지 피부는 공들인 티가 나는지...

뭐 이딴것만 스캔하고 앉아서 나또한 그들한테 충분히 괜찮게 보이는지만 신경쓰고 있었어요

그렇게 몇년을 살았는데...언젠가부터 시들해졌어요

그냥 문득 갑자기 참.... 제가 속물처럼 느껴지더라구요

왜....난.......그랬을까.......

내 스스로한테 자신이 없었나??

내 속이 지극히 얕고 들여다보면 텅 비어서 보여줄건 겉치레 뿐이었을까???

책도 주변 친구들중엔 나름 많이 읽는다고 생각했는데 그것도 그냥 지적 허영심 그런거였을까????

언제부터 이렇게 겉만 핥는 식의 삶을 살았을까????

그냥 그런 생각이 들었어요

정말 거짓말처럼 어느날부터 사고싶은게 없어졌어요

요즘엔 물도 아까워서 설거지할때 무심코 틀어놓는 수도꼭지 잠그구요

식기세척기도 안쓴지 오래됐어요

뭔가 삶이 심플해지는 이 느낌이 너무 좋네요

사람의 맘이라는게 욕망이라는게 자꾸 변하는 건가봐요

지금 제가 관심있는건 좋은 음식...힘들고 가끔 너무 귀찮아도 자꾸 집밥을 할려고 노력해요

무엇보다 82쿡님들 공감하시죠^^

예전엔 정말 일주일의 절반은 외식으로 때웠는데^^;;;;

지금은 하루에 아침, 저녁 두끼를 반드시 집밥을 차려요

맛이 없고 찬이 별로여도 꾸역꾸역 밥을 하고 있는 저를 보면서

이게 지금 나의 욕망인걸까....란 생각도 했어요

이불도 항상 뽀송뽀송 포근하게 만들겠단 생각에 너무 자주 빨아대서 막 헤지고

새하얀 침구세트 이방 저방 정리해서 깔아놓으면 정말 기분이 뿌듯...

지금 이런 제모습도 또 변하겠죠

제 관심이 애들 교육으로 옮겨갈지 재태크로 옮겨갈지 아님 또다른 뭔가가 생길지

지금으로썬 알수가 없는데

그냥 이렇게 사람은 계속 변하고 성장하는 건가봐요

82에 자주 올라오는 겨울코트얘기, 가방얘기, 화장품얘기 보다보니 문득 예전 제모습이 많이 생각났어요

전 정말 이제 나나 상대방의 겉모습에 아무 신경이 쓰이지 않거든요^^

그렇다고 그사람의 본질을 알아볼수 있는 내공이 있다거나 그런건 아니구요^^;;;;

처음으로 돌아가서....특별한 날 남편이 준 돈은 몇년째 그냥 통장으로 들어가고 있어요

그 돈은 아마 다시 돌아서 남편이나 애들에게 갈것 같아요^^

 

 

IP : 218.153.xxx.107
2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과거
    '11.12.11 1:18 AM (114.207.xxx.163)

    한패션 하셨던 분이 담담하게 이런 글 쓰시니 설득력이 있네요 ^^

    일부 잘 꾸미시는 분들은 거기서 끝나는 게 아니라,
    남의 상태를 한 번 쓰윽 스캔.....하고 판단 내리는 태도가 보여 불편 하드라구요,
    옷 못 입는 사람에게는 얼마나 냉정하게 평가를 내리는 지, 가혹해요 ㅠㅠ

  • 2. ......
    '11.12.11 1:57 PM (211.224.xxx.253)

    헐..매장언니들이 다들 아는척을 할 정도면 진짜 많이 가셨나보네요. 아마 소비를 해볼때까지 해보셔서 더 이상 그쪽으론 더 이상의 욕망이 안생기시나보네요. 좋은 현상이네요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73662 90년대 초반 꽃미남 가수 김태후 근황 아는 분? 3 ... 2012/02/19 6,909
73661 에탄올 청소 비법 최고에요. 16 -- 2012/02/19 24,032
73660 알바로 몰면 기분 좋아지나요 52 알바타령지긋.. 2012/02/19 2,326
73659 대순진리 4 비온 2012/02/19 2,245
73658 마흔중반.....도대체 무슨 일들 하세요? 4 으아...... 2012/02/19 3,415
73657 현금 2억원 예금하려 하는데요, 신협과 저축은행, 알려주세요!!.. 9 가정주부 2012/02/19 5,625
73656 자습서 질문있어요. 1 중학생 2012/02/19 832
73655 저는 82쿡 계속 할라구요 쭈욱 5 저는 2012/02/19 1,356
73654 KBS1 스페셜다큐-서른 보니까 참 착잡합니다 2012/02/19 2,341
73653 왜 시부모님은 친정가는 보고를 저보고 하라 하실까요? 54 별것도아닌것.. 2012/02/19 11,845
73652 그만 ... 아들때문에 울어버렸습니다 2 희망사항 2012/02/19 2,880
73651 인터넷으로 세탁기 주문하려는데 추천해 주심 고맙쥬 3 마이센 2012/02/19 1,218
73650 전세들어갈 집 주인이 빌트인 가스레인지를 가져 간다는데 8 빌트인 2012/02/19 8,875
73649 혹시 기계 중에 뜨거운 김 나오는 기계가 있을까요?? 6 .. 2012/02/19 2,275
73648 런닝맨의 이다혜 얼굴 또 고친것 같아요. 18 성형 2012/02/19 14,644
73647 족저근막염 충격파 치료 잘하는 곳 아시나요? 2 요청 2012/02/19 2,062
73646 북한이 다시 대남협박을 하는데, 의도가 보이네요 14 ㅎㅎㅎ 2012/02/19 2,001
73645 저도 카톡 질문이요.. 4 궁금궁금 2012/02/19 1,993
73644 뉴비틀 여자가 타기에 어떤가요? 17 ck 2012/02/19 4,534
73643 인천에서 일어난 지반 꺼진 사고말인데요.. 4 ㄷㄷ 2012/02/19 2,672
73642 글삭제 했습니다 댓글달아주신 분들 죄송해요! evilka.. 2012/02/19 1,214
73641 한국국적이지만 미국에서 태어나면 군대안가도 되나요? 8 미국시민권 2012/02/19 2,998
73640 가카의 한미 fta 폐기는 국격훼손론 찬반 투표하네요 6 -_-;; 2012/02/19 993
73639 다이어트 하면서 시력이 떨어진듯한 느낌 3 ... 2012/02/19 2,334
73638 건강검진 어떻게 하는게 좋을까요? .. 2012/02/19 95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