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주전.. 결혼기념일이라고 남편이 돈을 주네요
겨울 코트를 사든 백을 사든 다른 뭔가를 하든 알아서 하라고...
일주일 동안 백화점엘 3번 갔어요
결국 제가 산건 편한 로퍼하나 마찬가지로 편한 셔츠하나..뿐이네요
곰곰히 생각해보니 3년쯤 전부터 매번 이런 패턴이었던것 같아요
제가 한땐 참...쇼핑을 좋아했어요
연말에 백화점 무슨 클럽회원에 꼭 선정됐었구요
시즌마다 매장 매니저들에게 전화왔었고
층마다 돌아다니면 아는척하며 인사하는 직원들 많았고
신제품 패션쇼 매장별 식사초대 같은곳에도 시간있음 놀러갔었고...
너무 갖고 싶은데 못 샀다 하는거 별로 없었던것 같아요
돈이 많아서가 아니라 그땐 그런게 정말 저한테 중요했다 생각했었어요
무슨 모임엘 가도 상대방의 말이나 그날의 화제꺼리에 집중하기보단
상대방이 무슨 백을 들었는지 옷은 어디껄 입었는지 손톱 끝까지 완벽하게 네일케어가 되있는지
머리스탈은 신경썼는지 신발은 어울리는지 피부는 공들인 티가 나는지...
뭐 이딴것만 스캔하고 앉아서 나또한 그들한테 충분히 괜찮게 보이는지만 신경쓰고 있었어요
그렇게 몇년을 살았는데...언젠가부터 시들해졌어요
그냥 문득 갑자기 참.... 제가 속물처럼 느껴지더라구요
왜....난.......그랬을까.......
내 스스로한테 자신이 없었나??
내 속이 지극히 얕고 들여다보면 텅 비어서 보여줄건 겉치레 뿐이었을까???
책도 주변 친구들중엔 나름 많이 읽는다고 생각했는데 그것도 그냥 지적 허영심 그런거였을까????
언제부터 이렇게 겉만 핥는 식의 삶을 살았을까????
그냥 그런 생각이 들었어요
정말 거짓말처럼 어느날부터 사고싶은게 없어졌어요
요즘엔 물도 아까워서 설거지할때 무심코 틀어놓는 수도꼭지 잠그구요
식기세척기도 안쓴지 오래됐어요
뭔가 삶이 심플해지는 이 느낌이 너무 좋네요
사람의 맘이라는게 욕망이라는게 자꾸 변하는 건가봐요
지금 제가 관심있는건 좋은 음식...힘들고 가끔 너무 귀찮아도 자꾸 집밥을 할려고 노력해요
무엇보다 82쿡님들 공감하시죠^^
예전엔 정말 일주일의 절반은 외식으로 때웠는데^^;;;;
지금은 하루에 아침, 저녁 두끼를 반드시 집밥을 차려요
맛이 없고 찬이 별로여도 꾸역꾸역 밥을 하고 있는 저를 보면서
이게 지금 나의 욕망인걸까....란 생각도 했어요
이불도 항상 뽀송뽀송 포근하게 만들겠단 생각에 너무 자주 빨아대서 막 헤지고
새하얀 침구세트 이방 저방 정리해서 깔아놓으면 정말 기분이 뿌듯...
지금 이런 제모습도 또 변하겠죠
제 관심이 애들 교육으로 옮겨갈지 재태크로 옮겨갈지 아님 또다른 뭔가가 생길지
지금으로썬 알수가 없는데
그냥 이렇게 사람은 계속 변하고 성장하는 건가봐요
82에 자주 올라오는 겨울코트얘기, 가방얘기, 화장품얘기 보다보니 문득 예전 제모습이 많이 생각났어요
전 정말 이제 나나 상대방의 겉모습에 아무 신경이 쓰이지 않거든요^^
그렇다고 그사람의 본질을 알아볼수 있는 내공이 있다거나 그런건 아니구요^^;;;;
처음으로 돌아가서....특별한 날 남편이 준 돈은 몇년째 그냥 통장으로 들어가고 있어요
그 돈은 아마 다시 돌아서 남편이나 애들에게 갈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