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사 166명 동의, 인천법원장 통해 전달
"ISD 조항은 서부시대 총잡이" 등 의견 담아
(서울=연합뉴스) 임수정 기자 = 현직 판사들이 `사법부에 한미 FTA(자유무역협정) 재협상 연구를 위한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야 한다'는 취지로 작성한 건의문을 9일 양승태 대법원장에게 제출했다.
대법원에 따르면 김하늘(43·연수원 22기) 인천지법 부장판사는 이날 소속 법원장인 김종백 인천지법원장에게 건의문을 냈다. 김 원장이 이를 양 대법원장에게 전달하는 방식으로 문건이 제출됐다.
이에 양 대법원장은 법원행정처에 건의문 내용에 대한 검토를 지시했다.
김 부장판사는 애초 대법원장을 직접 만나 건의문을 전하겠다는 의사를 밝혔지만, 사법행정 절차상 이 같은 형식을 취했다.
김 부장판사는 `대법원장께 올리는 건의문'에서 "대법원 산하에 FTA 연구 TF를 설치해 사법주권을 침해하고 있는지 연구·검토하는 조치를 취해달라"고 요청했다.
총 166명의 판사가 `FTA에 의해 사법권이 침해받을 가능성이 있어 연구·검토가 필요하다'는 건의문 취지에 동의했다. 애초 찬성한 175명 중 9명은 동의를 철회했다.
김 부장판사는 원래 청원문을 낼 계획이었지만 청원법에 따라 소관 이전될 수 있다는 점을 감안, 건의문으로 형식을 수정했다.
그는 건의문에서 "네거티브 방식 개방, 역진방지 조항, 간접수용 손실보상 등의 조항이 불공정성을 판단하는 데 있어 연구해볼 가치가 있다"고 주장했다.
특히 ISD(투자자국가소송제도) 조항의 사법주권 침해 소지에 주목했다.
FTA 자체가 법규범으로 효력을 갖는 우리와 달리 미국에서는 의회를 통과한 이행법률만 효력이 있는데, 해당 법률을 보면 우리 기업이 과연 미국 정부를 제소할 수 있을지 의문이 든다는 것이다.
이밖에 미국 투자자가 국제투자분쟁해결센터(ICSID)에 제소하면 우리 정부가 무조건 중재에 동의한 것으로 간주하는 규정, ICSID에 미치는 미국의 막강한 영향력, 미국 정부가 제소당한 사건에서 승소율 100%라는 점 등을 지적했다.
김 부장판사는 이어 "우리 정부는 새 경제정책을 취할 때마다 미국 기업에 소송을 당할까 봐 눈치를 보는 신세가 될 것"이라며 "미국으로서는 ISD 조항은 서부시대 총잡이들이 차고 다니는 총과 같다. 굳이 뽑지 않아도 눈치를 보면서 피해가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삼권분립 원칙에 어긋난다는 비판에도 재반박하는 의견을 담겼다.
그는 "이제껏 국회에서 심의 중인 법률안에 대법원이 의견을 제시한 경우는 많았고 아무도 비판하지 않았다"고 꼬집었다.
법관들은 "연구 결과에 따라 사법부의 입장을 확립하고 필요한 경우 대외적인 입장표명도 검토해달라"고 요청했다.
sj9974@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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