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심이니 뭐니.. 하지만..
제가 어렸을 때 바로 그 크리스마스의 산타 할아버지의 진실을 혹독하게 앓았습니다.
저희 부모님께선 거짓말을 병적으로 싫어하는 분들이셨어요.
초등학교 들어가서 학교에서 써오라고 한 가훈에 부랴부랴 지은 게 "정직" 이었죠.
특히 부모를 속이는 건 세상에서 가장 나쁜 죄라고 생각하게끔 저희를 키우셨어요.
(그것도 초등학생 때 까지지, 나중엔 그런 부모님이 무섭고 잔소리가 싫어서 오히려 거짓말이 갈수록 늘었지만요..)
산타 할아버지의 진실은 초등 6학년 때 처음으로 알았죠.
친구를 통해서 알았는데.. 우리 부모님이 내게 거짓말을 하실리 없어 라며 버팅기다가
그 해 크리스마스 때 결국 알게 되었는데..
그 때 느낀 배신감은 정말 상상초월....
동심이 박살나는 건 물론이고.. 부모님이 내가 알던 분들이 아닌 것 같았어요.
어린 마음에 너무 밉고 서러워서 집을 나갈까 하는 고민도 많이 햇던 것 같아요.
그 때부터 부모님께 대항하기 시작했고 삐딱선도 많이 탔구요.
결혼하고.. 4살, 1살 아기들의 엄마가 된 지금 생각해봐도 굳이 아이에게 언젠간 알게 될 거짓말을 해야 하나..
하는 생각이 들어요.
제가 너무 때가 탄 것 일지도 모르겠지만...
그런 거짓말을 믿고 좋아하고 산타를 기다리는 아이를 보며 귀엽다고 흐뭇해 하는 걸 전 못할 것 같아요.
산타 선물을 안 주자니 왜 나한텐 산타할아버지가 안 오시냐고 언젠간 물을 것 같은데...
사실대로 말하자니.. 산타를 믿을 아이 친구들의 동심이 걱정되고.....
그 때의 저만큼 부모님을 사랑하고 따르고 감수성 풍부하고 예민한 4살 내 아이의 크리스마스........
어떻게 해야 할 지 모르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