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드라마 자체가 사실은 세종의 심리극이지요. 거기 등장하는 모든 인물들은 사실 세종의 갈등과 고민을 형상화한 존재들이고요. 장혁도 세종이요, 신세경도 세종이고, 가리온도 세종이며, 심지어 무휼과 조말생도 세종의 마음 한 켠을 상징화한 존재들이지요.
이런 저만의 관점으로 보았을때, 이번 회에서 가리온이 한 말 " 백성을 누가 말릴것인가?"하는 대사는 정말 탁월했어요. 지금껏 세종이 주장한 한글 창제(=정보의 대중화)에 가린 어두운 면을 이렇게 뚜렸하게 드러낸 적이 없었지요.
정보의 대중화, 그로인한 대중의 등장이 마침내 진정한 민주사회를 이룰 것이라는 일반적인 통념이 과연 옮바른 것인가 하는 질문이 늘 있었지요. 먼 예로는 바이마르 헌법(20세기초 가장 민주적인 헌법)이 보장한 절차를 통해 집권에 성공한 나치가, 가까운 예로는 국민투표로 유신을 지지한 우리의 선택이 이런 의문을 불러오지요.
이처럼 일반 대중의 한계가 명확하지만, 그렇다고 가리온의 그것을 따를 수는 없지요. 소수의 엘리트가 부패한 예는 인류 역사책의 대부분을 차지할 정도이니까요. 그렇다고 무조건 대중을 신뢰할 수도 없어요. 그게 모순이지요. 이점에서 앞으로 뿌나의 작가가 어떤 말을 할지 정말 기대가 됩니다. 밀본을 선택할리는 없지요. 아무리 대중의 정치화에 따른 부작용이 크더라도 밀본이 이끌어온 엘리트주의 보다는 나을 테니까요. 동시에 무조건 대중이 선이라는 결론을 내리기도 어렵지요.
이 양 극단 사이에서 어떤 결론을 이끌지 기대가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