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한국에서 여자로서 일 한다는 것..

휴.. 조회수 : 1,808
작성일 : 2011-12-06 17:23:54

휴...

가슴속에 모든 종류의 감정이 들어 차 있어 말로 표현할 수 없이 답답하여 위로 좀 받고자 글 올려봅니다..

주저리 주저리 쓰다보니 좀 기네요....

 

일이 있어 이박삼일 지방 출장을 갔습니다.

저만 혼자 여자였고 거래 업체등 모두 남자였습니다.

 

외국계 회사라 저희 회사쪽은 두분이 외국인, 저 혼자 한국인이자 여자였지요

일이 끝나고 저녁때 호텔로 돌아가는데 거래처에서 나와 운전을 해 주시던 분이 저에게 슬그머니 하시는 말씀이..

접대를 하고자 한다고 제 저녁은 어떻게 했으면 좋겠냐고 하더군요.

처음에 무슨 말인지 못 알아들었었는데 알고 보니

저희 회사 남자 외국인 두분에게 한국식 접대를 해야 되겠다고 판단되어서 제가 여자이니 빠져달라는 말이었습니다.

저희 사장님 이하 대부분 카톨릭이고(실제 사장님은 실한 카톨릭이라 회사에서 매우 엄격한 것을 전직원이 알고 있습니다)그동안 나와 같이 일해왔던 업무 파트너들은 그런 접대에 긍정적이지 않을 거라고 말했는데 남자들은 대부분 같다, 본인들이 정 원하지 않으면 술만 먹으면 되고 원하면 2차까지도 해준다,  술자리에 여자가 끼는 접대 뭐 그런것을 하면 거래가 달라진다.. 계속 해왔는데 대부분 다들 아주 좋아했다...고객들이 더 원한다...뭐 계속 그런 말들을 하더군요.

 

계속 그런 말들을 들고 있던 저는 너무도 황당하여 뭐랄까.. 목소리까지 떨리더군요.

한국접대문화 뭐 그런 것 많이 들어왔는데 제 직장생활 10년만에 바로 제 앞에서 일어난 것은 처음이었습니다.

저더러 보수적이라 하더군요. 그러려니 이해해달랍니다.

작은 업체들도 아닙니다. 이름대면 알만한 회사도 있었고 이름은 모르겠지만 매출규모가 왠만한 업체도 있었습니다.

남자들은 대부분 그렇다 뭐 그러는데 제 업무파트너들은 한국말 전혀 못 알아듣기 떄문에 같은 차 안에 타고 있어도 상황을 몰랐습니다.

 

결론적으로 접대가 필요하니 빠져달라해서 저는 저녁도 못 얻어먹고 호텔에 갔답니다. 완전 내팽개쳐졌다고나 할까요.

제가 너무도 불쾌하고 이해할 수 없었던 건.

1) 그런 접대가 거래에 필수라고 생각하는 그 업체들 (세 업체에서 나온 남자들이 주르륵 다 가셨답니다..)

2) 접대 하면 단가도 후려칠 수 있고 여러가지로 오픈 마인드가 되서 매우 좋다라고 생각하는 그 안일한 마음

한 마디로 사장님 부장님 하던 사이가 형님 형님, 좋은 게 좋은 거가 되어 좋다고 합니다.

3) 여자니까 빠져라 (나이도 임원진에 비해 어려보이고 한국사람이고 여자이고 하니 결정권이 없다고 생각했겠죠)

4) 의견은 물어보지도 않고 무조건 차려진 곳에 일단 데려가고 보자는 정신

 

상식이 너무 없었던 것이 혹 죽어도, 발등에 도끼가 찍혀도 접대를 해야겠다 생각했다면 내가 아닌 그 두사람에게 슬며시 의사타진을 해야 하는 것이 아닌가...

남자 상사들만 접대해야 겠으니 저녁도 혼자 알아서 하고 또 알아서 슬며시 빠져주면 좋겠다... 이게 뭡니까...

나를 어찌 본게냐...  

저보다 더 많이 아시네요, 진정 커리어 우먼이시네요, 능력 좋으시네요.. 이것도 한번 하셔야지요 저희가 정성을 다해야지요...이런 사탕발림할때부터 왜 이렇게들 오버하시나 부담스럽다했는데.... 헛... 참...

 

남자들이 정말 다 그런 것인가. 내가 이 사람들 기회를 박탈하는 것인가 참 그 짧은 순간 여러 생각이 많이 들어 상사들에게 사실대로 말은 하지 않았지만 불쾌한 기분 숨길 수가 없어 그냥 남자들끼리만 가면 될 것 같다라고만 간단히 멘트하고 가지 않았죠. 아니 못갔죠. 열받아 밥 생각도 없더라구요.

 

결국 상사들이 밥먹으러 갔다가 바에 남자들 가운데 마담이 앉아 있는 것을 보고 밥도 먹는 둥 하고 1시간만에 돌아왔습니다. 아니나 다를까 매우 불쾌하다고 합니다. 제가 가지 않은 이유를 이상하다 생각하고 혹시하며 눈치는 챘었지만 실제로 확인하고 오니 업체들을 신뢰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합니다.

 

- 거래가 성사되지도, 요청한 것들이 다 완료되지도 않은 상태인데 럭셔리한 술집에서 여자들과 왜 술을 마시냐고 합니다.

- 그런 자리 참석 관련 동의도 구하지 않았고 한팀원인 저를 회사 동료들 모르게 먼저 여자라고 빼돌리는 권한이 그들은

   없다.  한국에서 거래는 이렇게 하는 거냐고 합니다.

- 그렇게 비싼 술과 여자를 대접하면 거래를 살 수 있다고 생각하냐고 합니다.

- 내일 전부 스케줄 바꾸어 돌아가자고 합니다.

 

제가 뭐라고 하겠습니까...

제가 알아야 할 일들은 끝난 상태라 상사들과의 동의하에 저는 다음날 바로 비행기 스케줄 바꾸어 돌아왔습니다.

전부 스케줄을 바꾸어 버린다면 미래에 있을 수 있는 잠재거래까지 없애버리는 것이기에 저만 가겠다고 했지요.

저더러 한국에서 일하는 게 매우 힘들겠다고 오히려 위로를 합니다.

약속대로 일정은 끝내겠지만 미팅에서 매우 불쾌하다는 입장을 전달하겠다고 합니다.

그런데 어쩌나... 모든 남자들이 다 더러워 보이고 믿을 수가 없습니다...... --;

솔직히 한국이 다 그런것도 아닌데 한국에서 여자는 이런 대접 받는구나 생각해 버리는 모습들을 보니 자존심이 더더욱 상하고 화가 납니다..

 

완전 개인적인 것이라면 미친x처럼이라도 표출할 텐데 거래에 영향을 미칠까 자중하고 있어야 하는 것도 울화통이 터집니다. 예정일 바꾸어 가 버리니 거래업체에게서 부재중 전화가 걸려옵니다.

그러나 제가 느끼고 들을 수가 있네요. 여자 하나 때문에 일 망쳤네 하는 그들의 얘기들이.

 

세계 어느 나라든 남녀평등이 백프로 실현되어 있는 나라는 없을 겁니다.

그러나.. 하... 참.. 이 답답함, 불쾌함, 짓밟힌 듯한 자존심.. 오늘 내내 머리도 가슴도 구정물에 담겨진 축축한 걸레로 꽉 차 있는 듯합니다.

 

지금쯤 선상에서 부페 먹고들 있겠지요..

상사들도 히히덕거리고 있을지 누가 아나요.  다들 남자들인 것을...

 

가슴 치며 지금 와신상담하여 꼭 성공해야겠다는 다짐만 하고 있습니다..

허....... 돈 있으시고 고상하시고 많이 배우시고 다 소용없네요.

 

제가 누구말대로 오버한건지 혼자 자존심 상해 날뛰는 건지 모르겠습니다.

이건 정말 아닌게야 하는 생각이 떠나지가 않네요.. --;

IP : 175.126.xxx.116
7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11.12.6 5:29 PM (164.124.xxx.136)

    저도 그런 경험 있는데요
    저희 상사도 그런접대 질색 하셔서
    오히려 자리 피한 제가 혼났어요
    그다음부턴 자리 안피해 주구요
    그런 문화 안닌 회사라는 걸 아니 상대방 회사도 그런 접대 아예 안하더라구요

    그리고 여자라도 업무의 일정한 부분에 권한이 있다는 걸 알려주셔야 해요
    그러면 꽃이라도 보내고 싶어 한답니다
    여직원은 의사결정 권한도 없다고 생각하는 지못미 남자들 아직도 많네요

  • 2. 맞습니다.
    '11.12.6 5:32 PM (112.168.xxx.63)

    진짜 더러운 접대지요.
    뒷돈 챙겨주고 뒤로 그런거 챙겨줘야 일이 성사되는 걸로 생각하고
    알아서 챙기는 사람도 문제고
    그 맛을 알고 나서 당당히 요구하는 사람도 문제지요.

    가장 문제는 요구하는 쪽이 아니라 알아서 그게 좋은 접대인양 챙기는 사람이 문제라고 봅니다.
    일을 해도 더 깨끗하게 당당하게 할 생각을 하지 않고 요령부려서 편하게 가려고
    돈쓰고 드러운 일 하는 거 ...

    거래처에서 원글님께 빠져 달라는 요구를 했을때 원글님이 거절하고
    간단하게 식사 하자고 할 권한은 안돼시는 건가요?
    어차피 원글님네 회사 분위기나 사장님도 그렇고 그런 일에 대해서 엄격한데
    원글님이 거절해도 돼는 부분이 아니었나 싶어서요.
    단호하게...

    그리고 그런식으로 영업하고 접대하는 거래처는 일부러 잘라낸다고 하셨어도 되는게 아니었나
    싶기도 하고..
    웬지 그사람들 한방 먹이고 싶은 마음이 막 일어서요.

  • 3. 호호홋
    '11.12.6 5:33 PM (111.91.xxx.66)

    저도 남자들이랑 회사 다녀서리 ;; 저런일은 별것도 아니고 ;;
    님한테 같이 가자고 뻘짓거리 안하는게 얼마나 다행이예요 ㅠㅠ
    전 별거 다봐서리 ;; 여자가 사회생활 하기 힘든 나라 맞는듯요
    근데 여자들 많은 회사 다니는 친구들 보면 이해못하더라구요

  • 4. 그러게요
    '11.12.6 5:41 PM (175.126.xxx.116)

    지나고 나니 이렇게 말할 것을 저렇게 말할 것을 별 생각과 후회가 많이 드네요.
    생각지도 않은 일 처음 접해 너무 당황하여 목소리까지 떨렸으니 제가 컨트롤 못한 바보짓을 한게지요.

    상사들도 좋아하는게 아닐까,
    다른 업체 직원들 전부 가 있는 상황에서 내가 거절해 버리면 오버하는 것일까
    그냥 차 안에서 상사들에게 의견을 물어볼까.
    정말 이 남자 말처럼 우리 신랑도 역시나 그러는 걸까.
    여자만 이해 못하는 남자들 세계인것인가...
    참 차 막히는 그 시간에 엄청 고민했던 제가 한심할 지경입니다... 헐...

  • 5. 양배추
    '11.12.6 5:52 PM (59.8.xxx.165)

    음....... 기분 몹시 불쾌하셨겠네요

    저런 접대 자체도 그렇지만
    당하신 상황이랑 업체의 태도가 몹시 불쾌해 보여요.

    제가 그리 당했으면 바로 뒤집어졌을듯...
    근데 전 남자군요 ㅜ..ㅜ

  • 6. 유항심
    '11.12.6 7:30 PM (115.161.xxx.247)

    저도 일를 하지만..이부분은 정말 할말이 없네요..
    일할수록 이런 사회분위기를 더 느끼기에
    ~~~~~~~~

  • 7. 반대경우
    '11.12.6 10:47 PM (69.112.xxx.50)

    그런데 꼭 원글님 회사 같은 경우만 있는 건 아니예요.
    그 반대경우도.... 있긴 해요.
    한국식 접대에 맛들린?? 사람들은 은근히 기대도 하고 바라기도 한다고.
    이런 경우는 한국남자들보다 더하대요..
    접대하는 쪽 입장에서는 상대가 어떤 사람인지 모르니 어쩌는 게 좋을지 고민되는 경우도 많다고들 합니다.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59080 명절선물로 백화점정육코너에서 맞췄어요 1 지현맘 2012/01/16 550
59079 인생에 회의적인 아이 16 ... 2012/01/16 2,650
59078 경찰대학은 캠퍼스 라이프가 없나요? 5 궁금 2012/01/16 1,694
59077 일주일새 갑자기 살쪘을때 5 eee 2012/01/16 2,304
59076 시중에 생태는 다 일본산이던데요. 1 방사능 2012/01/16 1,138
59075 저를 며느리인냥 생각하는 시고모님때문에 시댁에 가기 싫어요. 8 명절이 두려.. 2012/01/16 5,075
59074 학원에서 연말정산을 안해준데요 원래 그런가요? 14 아름다운 시.. 2012/01/16 2,583
59073 스키장갑은 대여 안해주나요? 5 스키캠프 2012/01/16 11,565
59072 세종사이버대학 팝업창 보기싫다... ... 2012/01/16 415
59071 지난주에 2개 저축은행 부실발표한다고.. 1 .... 2012/01/16 902
59070 이 맘을 어찌 다스려야 할지 1 암흑기 2012/01/16 748
59069 명절에 꼭 부모님께 봉투 드려야 하나요? 12 .. 2012/01/16 2,111
59068 fta발효중지운동해달라고 민통당에 전화걸어주세요!! 5 fta반대 2012/01/16 404
59067 제가 가지있는 학원10%할인카드요 현금 2012/01/16 937
59066 뉴욕에서 드라이 클리닝시 옷 주의할점이요~ 앗실수 2012/01/16 383
59065 해를 품은 도지사 4 ㅋㅋ 2012/01/16 1,069
59064 세뱃돈 어떻게 주시나요? 4 궁금해요 2012/01/16 726
59063 생리통에 뭐가 좋을까요? 8 달별 2012/01/16 852
59062 강남서초권에 테라스 있는 아파트 어디있나요? 5 이사 2012/01/16 2,210
59061 명절날 시댁에서 제일 견디기 힘든게 뭔가요? 8 궁금 2012/01/16 2,741
59060 몸무게가 1킬로 늘었네요. 4 임신 4개월.. 2012/01/16 768
59059 결혼하면 뭐가 좋아요?? ㅠㅠ 11 .. 2012/01/16 2,055
59058 토너 가는 문제 문의 합니다. 도와주세요. 5 흑백레이져 2012/01/16 523
59057 4월부터 연 6%대 대학생 대출 나온다 세우실 2012/01/16 487
59056 아이 없이 사시는 분들이요, 시부모님이 뭐라고 부르세요? 3 딩딩 2012/01/16 1,2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