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름쯤 전에 새벽까지 안들어오길래 두시쯤 남편에게 전화를 했습니다.
스마트폰이 간간히 그런일이 있다는 얘기는 들었는데, 남편은 전화온줄 몰랐고 어찌어찌 전화기가 스쳤는지...
전화기 넘어로 여자 웃음소리가 들리더라구요.
처음엔 응? 잘못걸었나 했다가 핸드폰을 보니 저장된 남편이름이 떠있고, 가만히 들어보니 남편 목소리도 들리더군요.
뭐 순간 멍했다가, 절벽에서 떨어지느 기분도 좀 들었다가, 퍼뜩 녹음해야지 하는 생각에 삼십분 정도 녹음도 했네요.
술집에서 술마시다가 합석을 한건지 어떤건지 코맹맹이 여자 목소리에 애교가 잔뜩 들어가 있고, 남편은 자기는 뭐~ 하는 사람이다 하면서 간간히 떠들고, 그 여자(들??? )하는 말이 자기도 가정이 있어서 미안하긴 하지만 집에가서 "여봉~ 미안해" 하면서 자면 된다고 하기도 하고...
간간히 남편의 농담과 낄낄거리는 웃음...
결정적으로 자기는 29에 결혼했는데, 결혼 후 확~ 갔다고 하더군요...
남편목소리보다 여자목소리가 감이 더 좋고 또렷하게 들리는건 옆에 나란히 앉아서 그런걸까요?
어찌 남들이 여자 꼬실때 한다는 말들을 똑같이 다 하고 있는지....
별거아니라고 하는 분들도 있을지 모르지만, 그순간 저는 손이 덜덜떨리고, 마음이 진정이 안되더라구요.
그이후로 계속 냉전중이에요.
남편은 첨엔 잡아떼다가, 나중엔 그게 뭐가 문제냐고 대화를 들어보라고 자긴 아무잘못없다고 하다가, 녹음된거 들려주니 끄라고 하고는 지금까지 나 죽었소~ 하고 있어요.
뭐 나름 변명이 돈벌기도 힘들고(나름 사업이라고 하고 있어요), 요새 일이 잘 안풀려서 친구랑 술한잔 하다가 어찌어찌 그리된거라고...지도 힘들다며...변명갖지도 않은 말을 했구요.
뭐 시간도 이만큼 지났고, 그보다 더한 일이 있어도 이혼같은건 절대 안할거기 때문에, 아이가 슬슬 눈치를 보기 시작하니 그냥 마음 풀어주고 적어도 겉으로는 말이라도 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도 들어요.
근데 문제는 남편 얼굴을 쳐다볼수가 없어요. 남편하고 눈을 맞출수가 없네요.
농담하고 낄낄거리던 목소리가 귀에서 들리는거 같아서 고개도 남편쪽으로 못돌리겠어요.
그날 이후로 정말 한마디도 안하고 있어요. 애들 생각해서 이러면 안되지 하면서도 남편쪽으로는 고개도 안돌아가니
어쩌면 좋을까요.
아침도 우리끼리 먹고, 남편은 그냥 이불쓰고 누워있다가 애들나가면 눈치보고 나가고, 저녁도 우리끼리 일찍먹고 치워놓으면 늦게들어와서 혼자 라면먹고 자요. 나죽었소 하고 있어요.
마음으로는 하나도 불쌍하지 않아요.
그런데 9살 아이가 유난히 저한테 붙어요. 엄마 기분나쁘냐고 계속 물어보고, 지금은 좋으냐고 물어보고, 자기 미우냐고 물어보고....에휴...
어찌할까요...에휴
남편이 밉거나 하지 않아요. 그냥 한심해요. 마음 한쪽 구석에서는 남편이랑은 이제 끝났다 그래요. 그날밤에 물어봤어요. 혹시 나랑 이혼같은거 생각해서 이러는 거냐고.... 절대 아니라네요..애들때문에 그럴 사람 아닌거 알아요. 그냥 한심하단생각만 들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