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면서도 버티다가 큰 손해를 보는 일이 많습니다. 요 이틀간 벌어진 소동을 보면서 더 그런 생각이 듭니다. 이번 소동에서 상황을 가장 잘 파악한 이는 진중권입니다. 하지만 그의 영향력이 예전 같지 않았고 그의 말은 철저하게 무시되었습니다. 초기 진화의 기회를 날린 셈입니다.
그렇다고 그를 찬양하는 것은 아닙니다. 오히려 그는 비판받아 마땅합니다. 그 자신이 영향력 축소의 원인이니까요. 나꼼수와 모 아나운서 관련 말실수에 대해 사과했으면 이런 일이 없었을텐데 그러지를 않았지요. 안타까운 일입니다.
공지영과 허 모라는 기자의 대처도 마찬가지입니다. 허 기자는 의도적으로 왜곡하려 한 것이 아니냐는 의심까지 받고 있습니다. 많은 팔로우들이 정확한 사실을 전해줬음에도 조선의 낚시 내용을 그대로 올리면서 자기 눈으로 봤다고 거짓말을 했지요. 공지영은 그걸 알면서도 그 글을 자신의 트윗에 올렸습니다. 이 시점에서라도 잘못을 시인하고 사과했으면 일이 쉽게 끝날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더 무리수를 두었지요. 인순이와 김장훈까지 무대에 등장시킵니다.
질서정연하던 전열이 무너지고 난전이 시작됩니다. 이게 종편을 향한 싸움인지, 김연아를 향한 싸움인지, 인순이와 김장훈을 향한 싸움인지 모를 지경이 됩니다. 이러던 중에 공지영이 조선의 인터뷰에 응한 사실이 밝혀집니다. 이제 싸움은 공지영의 도덕성을 향합니다. 눈 앞에 적을 둔 상태에서 유언비어에 속아 중립지역을 공격하다가 스스로 무너지는 꼴입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전체주의의 아이콘, 로리타 컴플렉스의 결정체, 천민자본주의 꽃, 이완용과 동급의 매국노(이상 여기 82에서 붙여준 별명)라 불리던 김연아가 이 싸움에 끼지 않겠다고 말한 점입니다. 세금 절약이 목적인 기부천사(역시 이곳에서 붙여준 이름) 김장훈도 같은 말을 합니다. 탈세의 여왕(82의 센스가 빛나는 별명이지요)인 인순이도 아마 그렇게 하겠지요.
전 나꼼수가 정말 고맙습니다. 나꼼수로 인해 정권이 힘을 잃고 있고, 나꼼수로 인해 정권교체의 희망이 커지고 있습니다. 마찬가지의 이유로 이 세 사람에게도 감사를 드립니다. 일방적으로 얻어 맞았으면서도 무대응으로 일관해 준 이들 덕분에 에 다시 전열을 정비할 수 있는 시간을 벌게 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