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업주부입니다. 두 돌 살짝 안된 아기 보고 있습니다.
남편 일 열심히 합니다. 피곤한 것 잘 알고 있습니다.
평일에 집안일 절대 안시킵니다.
남편, 야근하고 들어오면 아들한테 뽀뽀 쪽하고 자면 됩니다.
일주일에 한 번 정도 집에 와서 저녁 먹을 땐,
제가 저녁먹은 것 설거지하고 음식물 쓰레기 버리는 동안
아들이랑 조금 놀아주고 목욕시켜주는 거 부탁합니다.
그리고 9시쯤 집안일이 마무리되면 피곤하니까 먼저 자라고도 합니다.
전업주부라곤 하지만, 종종 알바도 합니다.
원고 쓰는 일인데, 한 건하려면 하루 대여섯시간씩 최소 나흘닷새는 해야합니다.
그동안 아기보라고 안합니다. 남편 퇴근하면 애기 맡겨놓고 일하고 안그럽니다.
낮에 친정부모님께 아기 맡겨놓고 일하고, 밤에 아기 재워놓고 일하죠.
따라서 뭐, 저도 피곤합니다. 놀지 않습니다.
그런데 어쩜 저렇게 자기만 피곤하다고 매일 부르짖고, 매일 잠만 쳐잡니까!!!
애가 두돌이 다되어가는데 아직 말도 제대로 못합니다. 엄마아빠 정도만 합니다.
낯설음, 두려움 많이 타고 자존감도 적은 것같습니다.
저는 아기 발달이 걱정되고, 계속 말걸어주고,
여러 사람과 특히 아빠와 시간 되는대로 놀아야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주말이면 하루 30분은 좀 적극적으로 놀아주라고 애걸복걸 아무리 부탁해도,
놀아주기 시작한지 십분 지나면 집안이 침묵에 휩싸입니다.
설거지하다가 돌아보면 남편은 꾸벅꾸벅 졸고 있고, 아기는 불쌍하게 혼자 뒹굴거리고 있습니다.
얼마나 피곤하면 그러겠냐고 하시지만, 정말 단 하루도 "오늘 좀 피곤한데"라는 말을 안하는 날이 없습니다.
아들 그냥 물끄러미 보고 있다가, 이미 신체 장기의 일부가 되어버린 듯한 핸드폰 붙잡고 인터넷 하고 있습니다.
아 정말, 아들과 놀아주고 뒤치닥거리하는 건 온전히 저만의 일이라고 생각하면 미칠 것 같습니다.
집안에 세 사람이 있는데 내가 떠들지 않으면 이 무거운 침묵이 걷히지 않는다는 것이 너무너무 숨막힙니다.
틈만 나면 자려고 드는 남편이 정말 꼴도 보기 싫습니다.
오늘도 여러 경조사를 돌고 돌아 집에 5시에 돌아왔습니다.
청소도 해야하고, 저녁도 해야하고, 저는 마감 얼마 안남은 일도 해야합니다.
남편은 피곤하니 아기 잘 때 자기도 좀 자겠답니다.
제가 더 면벽수행해야합니까.
도대체 이해가 안간다고, 좀 거들라고 아무리 화를 되풀이해서 내봐야,
아기한테 안좋은 모습만 보이는 것 같아 지치고 힘듭니다.
이쯤에서 포기하고 그냥 제가 모두 다, 할까요. ㅜ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