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fta 날치기비판 부장판사가 쓴 조선일보를 향한 페이스북 글

판사 조회수 : 1,542
작성일 : 2011-11-26 21:52:35

최 부장판사는 25일 오전 올린 페이스북 글 전문:

 


저는 페북에서 글을 한번 올리면 지금까지 한번도 내린 적이 없었습니다. 한번 한 말은 시위를 떠난 화살이라 생각합니다. 그래서 신중하게 글을 썼고 어떨 때는 맞춤법이 틀리더라도 수정하지 않았지요.

 한미 FTA 비준안이 날치기로 통과된 것에 대해 토론과 소통을 가치로 여기는 민주주의가 민의의 전당에서 유린당하는 모습을 보고 민주주의와 인권 옹호를 법관직을 수행하는 저로서는 도저히 참을 수 없어 저의 소회를 짧은 글로 올렸습니다.

  여기에 어느 보수 언론 기자가 이런저런 것을 물어왔습니다. (아무리 많아도) 페이스북 친구에게 한 것은 사랑방에서 도란도란 이야기하는 수준 이상, 이하도 아니다. 이를 기사화하는 것은 대단히 적절치 않다고 이야기했습니다.

  그 직후 저는 글을 내렸습니다. 불필요한 논란이 더 확산되는 것을 막겠다는 생각에서 그랬습니다. 그 글에 ‘좋아요’라고 화답해주신 분들께는 대단히 죄송하다는 말씀드립니다.

  판사까지 SNS에서 특정 사회적 현안에 대해 ‘자기들이 볼 때 거북한’ 의견을 표명하는 것을 본 보수층이 한번은 언급해서 위축 효과를 주어야겠다고 생각하고, 저런 기사에 사설까지 쓴 것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그만큼 다급하겠지요.

  제가 한 것에, 잘못된 것은 없다고 생각합니다. 판사는 어떤 사회적 현안에 대해 말을 하지 않는 것이 옳고, 그렇게 말을 하려면 법복을 벗으라고 말하는 것은 지금까지 자신의 입맛에 맞게 충실히 행동하는 공직자(이번에 통상관료를 보면 잘 알 수 있습니다)를 바라는 권력층과 가진 자들이 입버릇처럼 하는 말입니다.

  하지만, 세계적인 흐름은 이렇지 않습니다. 판사를 포함한 공무원은 수행하는 직무에서 정치적으로 편향되어서는 안 되고 이는 국민의 봉사자로서 헌법에서 규정하고 있는 사항입니다. 다른 한편 공무원은 공직자이면서 또 민주주의를 최고 가치로 여기는 우리 사회에서 한 시민입니다. 그리고 공직자가 되는 과정에서 교육을 포함해서 공동체의 관심과 지원을 받고 그 사람에게 공동체가 지향하는 가치를 수행할 것을 명받고 개인의 안일과 특정 집단이나 개인의 이익에 기초하여 공직을 수행하는 것이 아니라, 공동체를 위해 봉사하며 다수에게서 소외된 약자와 소수자를 보호하도록(특히 법관은) 국민에게서 명령받았습니다. 그런데 권력이라는 이름으로 단 한번의 선거나 임명을 통해 자신과 다른 견해를 가진 사람이 더 높은 직위를 받아 나라 살림이 그 사람에 의해 많은 것이 결정되고(이번 한미FTA가 그렇습니다) 공공기관이 그런 사람이 기관장이 되어 운영되는 과정에서, 자신의 소신에서 볼 때 그 조직이 공동체가 나아갈 정당한 가치와 어긋나는 행동을 할 때에는 이를 지적하고 시정을 요구해야 하며, 만일 그것에 맞지 않을 때는 사직을 하는 것이 아니라 이를 공론화하고 민주주의가 가르친 방법대로 토론과 의견 표명을 통해 그 조직과 사회 안에서 민주주의가 작동하게끔 할 의무가 있습니다. 그리고 한 시민으로서 공무원 역시 직무 수행 과정에서 현실화될 때 특정 정치적 편향에 따른 직무 수행이 나타나지 않는, 개인적 견해를 밝히거나 다른 사람들에게 자신의 견해를 자유롭게 밝힐 수 있습니다.

  미국보다 역사가 더 오래되고 민주주의 전통이 더 확고하게 자리 잡은 유럽의 많은 나라에서는 판사들이 사회적 이슈에 대해 의견을 적극하고 노동조합(Union)이나 자주적인 판사들의 결사체에 자유롭게 가입하며, 그 단체는 여러 현안(정치적 현안까지도)에 대해 찬반 의사를 표명하고, 판사들이 사법 현안에 대해 파업을 하고 시위까지 합니다.   

  제가 좋아하는 사람, 저와 이야기하고 싶어 하는 사람들에게 제 생각을 말하고 어떨 때는 같이 감동하고 깔깔대며 웃기도 하고, 어떤 때는 같이 분노하기도 하는 저의 SNS 공간에서 저의 생각을 말한 것에 잘못은 없다고 생각합니다. 국가공무원법과 법관윤리강령에서 말하는 정치적 중립성과 직무의 공정성을 항상 염두에 두었고, 제가 한 페이스북 활동이 여기서 전혀 어긋난 점이 없었습니다.

  간단히 저의 소회를 밝힙니다.

  끝까지 읽어주셔서 고맙습니다.

IP : 219.251.xxx.162
0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42083 저도 여의도로 출발합니다. 15 나거티브 2011/11/30 1,272
    42082 책대여점 창업 8 책방 2011/11/30 2,843
    42081 저 여의도 가요~~~ 5 우히히힣 2011/11/30 875
    42080 이사하는데 음료수 준비해 둬야 하나요? 3 11 2011/11/30 1,350
    42079 유럽가는.. 아시아나.. 비즈니스 좌석이요.. 9 .. 2011/11/30 3,871
    42078 아무래도 나꼼수 생중계될것 같습니다.. 10 .. 2011/11/30 2,590
    42077 기상캐스터 박은지 어떠세요? 22 날씨 2011/11/30 4,708
    42076 카레 만들때 바나나 넣어도 될까요? 4 카레 2011/11/30 1,407
    42075 미술하신 분들, 정물수채화와 이대 입시 그림이 많이 다른가요? 2 조세핀 2011/11/30 993
    42074 어제,보이스피싱과 한판 했어요 ㅋ 4 아침 2011/11/30 1,533
    42073 나꼼수 여의도 82깃발 위치입니다. 안가시는 분 무한복제요망~ 3 푸나님글 2011/11/30 1,121
    42072 어제 우아달.. 1 .. 2011/11/30 1,049
    42071 수능 성적표 이메일 4 질문이요 2011/11/30 1,982
    42070 회사 남자직원때문에 짜증나요ㅠㅠ 5 .. 2011/11/30 1,619
    42069 전기매트 2 겨울 2011/11/30 821
    42068 한솔에서 나온 노피곰 연산 시키신 분들께 질문이요 연산 2011/11/30 816
    42067 나꼼수 30회 봉도사의 주기자님 성대모사 넘 웃겨요. ㅎㅎ 2 꼼수 2011/11/30 1,720
    42066 시누이선물... 3 샤랄라 2011/11/30 1,176
    42065 정윤희씨 아들보니 정말 인생은 인과응보구나 싶네요.. 90 aaa 2011/11/30 26,094
    42064 마트에서 애 잡는(?) 엄마보면 어떤생각 드시나요? 24 냉정한엄마 2011/11/30 3,278
    42063 학생부에서 3 재수생맘 2011/11/30 778
    42062 [소심한 7세 남아] 초등을 앞두고... 직장맘 2011/11/30 625
    42061 일산에서 나꼼수공연가시는분들 계신가요 ???!!! 4 일산구민 2011/11/30 864
    42060 남편은 자꾸 자기 연봉 계산할 때는 많이 잡고 제 연봉 계산할때.. 6 치사 2011/11/30 1,764
    42059 오늘 여의도, 모이는 숫자가 중요한 이유 by.딴지일보 망설이시는분.. 2011/11/30 1,3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