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마취도 제대로 못하고 맹장수술했던 엄마

나거티브 조회수 : 2,646
작성일 : 2011-11-25 11:20:03
(뒤에 시국 얘기 있느니 싫으신 분은 패스하세요. 강요하고 싶은 건 아니니까요)

요즘 김장 준비 때문에 친정엄마와 떠드는 일이 많네요.

친정엄마의 결혼 후 고생담 중에 맹장수술이 있어요.

결혼 전에 크게 고생하신 분이 아닌데,
고향에서 농사짓는 없는 집 홀어머니 장남과 결혼하시는 바람에 결혼 후에 힘드셨죠.

시골에서 합가해서 살던 새댁일 때 
배가 많이 아픈데 
병원도 흔치 않던 시절에 돈이 없으니 
그냥 참으셨답니다.
(아주 심한 깡촌은 아닙니다. 걸어서 한시간 안쪽에 병원이 있으니)

아침부터 배가 아팠는데,
결국 오후에 쓰러지다시피해서
병원에 옮기고

전신마취하려면 옆 도시에 큰 병원에 가야하는데,
이미 시간이 너무 지체되서...

하반신만 신경을 죽었는지 몸 움직이게 하고
팔은 어디서 묶고 수술하셨대요.

그 고통이 상상도 안됩니다.

1년 남짓 후에 제가 태어났는데...
집에서 출산하셔서 진통도 오래하고 
결국 위험할 것 같아 부랴부랴 의사인지 간호사인지 
집으로 모셔올 상황까지 되어서 
저를 낳으셨지만,
제 동생들까지 셋을 집에서 혼자 낳다시피 하셨지만

맹장수술했던 거에 비하면 애 낳은 것은 
정말 별 거 아니었다고 하세요.

어제 저녁에 친정부모님과 김장거리 다듬다가 
FTA 얘기, 의료민영화 얘기 하다가
맹장수술 얘기까지 나왔습니다.

의료보험으로 국민들 전체가 혜택 본지 사실상 그렇게 오래된 거 아니에요.
의료보험이 없어서
아파서 병원 못가고 버티다가 
죽을 뻔한 사람이 가족 중에 있으니,
의료민영화가 너무 두려워요.

저희 엄마 교회 권사시라 
장로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MB를 어떻게든 좋게 보려고 하셔서
저와 부딪힌 적도 여러번인데
FTA에 의료보험 헌재소송 얘기까지 
나오는 지금은 서민들 다 죽인다고 하세요.

저도 넉넉하게 자란 것 아니고, 지금도 빠듯한 살림이지만
경제성장 혜택을 보고 자란 세대라
IMF이후의 불황의 시기만도 힘듭니다.
96년인가 노동법 날치기 될 때만 해도,
정규직 없는 세상이 어떤 건지 몰랐어요.

내 자식은 어떤 세상을 살게되는 건지,
두렵고, 미안합니다. 
마음이 너무너무 무거워요.

IP : 118.46.xxx.91
4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제가 딱 30대중반인데
    '11.11.25 11:29 AM (116.120.xxx.67)

    시골 면단위 리에서 살았어요. 그 동네서 우리 조상님이 터 잡으신지 300년 지났슴.
    땅값도 오를 동네에 자릴 잡지 완전 깡촌이라... ㅎㅎㅎㅎㅎ
    근데 저 초등학교 다닐때 아빠가 시골이여도 직장의보가 있는 직장에 다니셨어요.
    그 동네에 학교샘하시는 분 한분이랑 울 아빠만 직장의보가 있었는데...
    동네 사람들 아프면 만날 의료보험증 빌려 달라고 찾아왔어요.
    아빠가 못 빌려주게 한다고 해도 찾아와서 빌려 달라고 하는 사람들 진짜 많았어요.
    그 땐 암 걸리면 집안 망한다고 했어요. 이런 소리 나오던 때가 20년 전인데..
    사람들이 너무 빨리 쉽게 잊는 거 같아요.

  • 2.
    '11.11.25 11:38 AM (203.244.xxx.254)

    의료보험증 빌려서 병원 가던 때가 생각해보니 그렇게 옛날이 아니군요..
    어느덧 익숙해져서 중요하고 소중한 것의 가치를 사람들이 많이 잊고 사는 것 같아요.

  • 3. ..
    '11.11.25 11:42 AM (222.121.xxx.183)

    제가 13살 때 제 사촌동생이 입원하는데 제 동생이라고 하고 병원에 입원했던 기억이 있네요..
    저 36인데.. 20여년 전만 해도 우리는 그렇게 살았지요..
    친정 아버지가 신장 투석을 하시는데 요즘은 정말 싼데요.. 10년 전만 해도 무지 비싸서 그냥 죽는다고 그랬었대요..
    정말 이렇게 좋은 세상에 돈 없어서 죽는 사람은 없었으면 하는 마음입니다..

  • 4. 그래서
    '11.11.25 12:09 PM (59.6.xxx.65)

    진짜 요즘 젊은 세대들은 더더욱 자식 낳기를 꺼리는것 같습니다

    미래가 완전 암울한데 어캐 낳아 키우나요 어휴 ㅠㅠ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42131 로타리 난로 써보신 분 계세요? 1 .... 2011/11/26 2,534
42130 팔로워 열풍이군요.. 2 .. 2011/11/26 1,666
42129 친정엄마가 돌아가셨는데 적당한 문자 뭐가 좋을까요? 2 아는분 2011/11/26 3,035
42128 오랜만에 한국가는데 4,6세 남매랑 갈만한곳 추천부탁드려요. 5 소리나 2011/11/26 1,886
42127 주례 목사와 신부 간통? 이런 파렴치한눔을 봤나! 3 호박덩쿨 2011/11/26 2,839
42126 나꼼 30회 떴네요! 14 참맛 2011/11/26 2,741
42125 수능 치른 고3들 뭐하면서 시간보내요? 3 긴기다림 2011/11/26 1,928
42124 파워포인트에서 원 그릴 때요.. 1 궁금이 2011/11/26 1,092
42123 초5근대사 공부시키면서 4 어째요ㅜㅜ 2011/11/26 1,862
42122 mbc 마감뉴스에서 어제 2011/11/26 1,676
42121 회사에서 말실수를 해버렸어요.. 3 ... 2011/11/26 2,959
42120 콘써트 티켓올라와 있던데... 4 장터에 2011/11/26 1,490
42119 세종문화회관 안이나 근처에 놀이방 2 있나요? 2011/11/26 1,457
42118 오늘은 광화문광장 6시죠? 2 한나라당ou.. 2011/11/26 1,368
42117 어그부츠에 어울리는 옷차림? 3 패션센스꽝 2011/11/26 2,415
42116 절임배추 물빼는게 뭔가요? [컴대기중]ㅠ 지나치지마세요.. 7 조안 2011/11/26 3,554
42115 여권에 날짜가 지났는데 연장?하는데 기간이 얼마나 걸리나요? 6 여권 2011/11/26 3,873
42114 시위대에는 일반인 없어요.(펌글) 4 직장시청부근.. 2011/11/26 1,258
42113 조문가서 향을 꼭 피워야되나요? 4 향기 2011/11/26 15,203
42112 내 입을 꿰매버리고 싶은 날( 엄마가 미안해~ㅠㅠ) 8 벙어리 2011/11/26 2,735
42111 절임배추가 밤 10시에 도착할거라고 전화왔는데.... 5 김장 2011/11/26 2,039
42110 가든 파이브에 여자아이 발레복 파나요? 2 ,,,,,,.. 2011/11/26 1,822
42109 훌라후프 다이어트 6 .. 2011/11/26 4,987
42108 고민있습니다.(남편 직장) 6 .. 2011/11/26 1,713
42107 로레알 화장품 좋아하세요? 5 궁금 2011/11/26 3,97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