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마취도 제대로 못하고 맹장수술했던 엄마

나거티브 조회수 : 3,304
작성일 : 2011-11-25 11:20:03
(뒤에 시국 얘기 있느니 싫으신 분은 패스하세요. 강요하고 싶은 건 아니니까요)

요즘 김장 준비 때문에 친정엄마와 떠드는 일이 많네요.

친정엄마의 결혼 후 고생담 중에 맹장수술이 있어요.

결혼 전에 크게 고생하신 분이 아닌데,
고향에서 농사짓는 없는 집 홀어머니 장남과 결혼하시는 바람에 결혼 후에 힘드셨죠.

시골에서 합가해서 살던 새댁일 때 
배가 많이 아픈데 
병원도 흔치 않던 시절에 돈이 없으니 
그냥 참으셨답니다.
(아주 심한 깡촌은 아닙니다. 걸어서 한시간 안쪽에 병원이 있으니)

아침부터 배가 아팠는데,
결국 오후에 쓰러지다시피해서
병원에 옮기고

전신마취하려면 옆 도시에 큰 병원에 가야하는데,
이미 시간이 너무 지체되서...

하반신만 신경을 죽었는지 몸 움직이게 하고
팔은 어디서 묶고 수술하셨대요.

그 고통이 상상도 안됩니다.

1년 남짓 후에 제가 태어났는데...
집에서 출산하셔서 진통도 오래하고 
결국 위험할 것 같아 부랴부랴 의사인지 간호사인지 
집으로 모셔올 상황까지 되어서 
저를 낳으셨지만,
제 동생들까지 셋을 집에서 혼자 낳다시피 하셨지만

맹장수술했던 거에 비하면 애 낳은 것은 
정말 별 거 아니었다고 하세요.

어제 저녁에 친정부모님과 김장거리 다듬다가 
FTA 얘기, 의료민영화 얘기 하다가
맹장수술 얘기까지 나왔습니다.

의료보험으로 국민들 전체가 혜택 본지 사실상 그렇게 오래된 거 아니에요.
의료보험이 없어서
아파서 병원 못가고 버티다가 
죽을 뻔한 사람이 가족 중에 있으니,
의료민영화가 너무 두려워요.

저희 엄마 교회 권사시라 
장로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MB를 어떻게든 좋게 보려고 하셔서
저와 부딪힌 적도 여러번인데
FTA에 의료보험 헌재소송 얘기까지 
나오는 지금은 서민들 다 죽인다고 하세요.

저도 넉넉하게 자란 것 아니고, 지금도 빠듯한 살림이지만
경제성장 혜택을 보고 자란 세대라
IMF이후의 불황의 시기만도 힘듭니다.
96년인가 노동법 날치기 될 때만 해도,
정규직 없는 세상이 어떤 건지 몰랐어요.

내 자식은 어떤 세상을 살게되는 건지,
두렵고, 미안합니다. 
마음이 너무너무 무거워요.

IP : 118.46.xxx.91
4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제가 딱 30대중반인데
    '11.11.25 11:29 AM (116.120.xxx.67)

    시골 면단위 리에서 살았어요. 그 동네서 우리 조상님이 터 잡으신지 300년 지났슴.
    땅값도 오를 동네에 자릴 잡지 완전 깡촌이라... ㅎㅎㅎㅎㅎ
    근데 저 초등학교 다닐때 아빠가 시골이여도 직장의보가 있는 직장에 다니셨어요.
    그 동네에 학교샘하시는 분 한분이랑 울 아빠만 직장의보가 있었는데...
    동네 사람들 아프면 만날 의료보험증 빌려 달라고 찾아왔어요.
    아빠가 못 빌려주게 한다고 해도 찾아와서 빌려 달라고 하는 사람들 진짜 많았어요.
    그 땐 암 걸리면 집안 망한다고 했어요. 이런 소리 나오던 때가 20년 전인데..
    사람들이 너무 빨리 쉽게 잊는 거 같아요.

  • 2.
    '11.11.25 11:38 AM (203.244.xxx.254)

    의료보험증 빌려서 병원 가던 때가 생각해보니 그렇게 옛날이 아니군요..
    어느덧 익숙해져서 중요하고 소중한 것의 가치를 사람들이 많이 잊고 사는 것 같아요.

  • 3. ..
    '11.11.25 11:42 AM (222.121.xxx.183)

    제가 13살 때 제 사촌동생이 입원하는데 제 동생이라고 하고 병원에 입원했던 기억이 있네요..
    저 36인데.. 20여년 전만 해도 우리는 그렇게 살았지요..
    친정 아버지가 신장 투석을 하시는데 요즘은 정말 싼데요.. 10년 전만 해도 무지 비싸서 그냥 죽는다고 그랬었대요..
    정말 이렇게 좋은 세상에 돈 없어서 죽는 사람은 없었으면 하는 마음입니다..

  • 4. 그래서
    '11.11.25 12:09 PM (59.6.xxx.65)

    진짜 요즘 젊은 세대들은 더더욱 자식 낳기를 꺼리는것 같습니다

    미래가 완전 암울한데 어캐 낳아 키우나요 어휴 ㅠㅠ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78851 어제 15세 어린 부부 보셨나요? 7 한숨만 2012/03/03 5,714
78850 남성캐주얼 정장, 뭐가 좋을까요? 1 흰눈 2012/03/03 1,534
78849 예쁜 여자 연예인 보면 기분 좋고, 사진도 모으고 그러는데요. .. 17 전지현조아 2012/03/03 3,733
78848 롯지프라이팬 쓰시는 주부님들, 사용팁 관리팁 귀띔해주세요 9 무쇠팔 2012/03/03 4,929
78847 프랭클린플래너 사용하시는분 계신가요? 1 아지아지 2012/03/03 1,509
78846 부주 어느정도 하시나요? 19 붓꽃 2012/03/03 3,564
78845 임신 초, 중기에 외출복으로 입을만한 옷 브랜드좀 알려주세요 ㅠ.. 예비맘 2012/03/03 1,239
78844 패션계 종사자 분들 계신가요? 111 2012/03/03 1,127
78843 먹는 꿈 1 대체 2012/03/03 1,265
78842 아이가 긴장하면 잘 우는데... 도울방법 2012/03/03 1,023
78841 힘쓰는 일 좀 도와주실 분 어디서 찾아야 하나요 6 주부 2012/03/03 1,288
78840 ★박은정 검사님! 우리는 당신과 함께 합니다.(광고 모금액 정산.. 1 끌리앙링크 2012/03/03 1,496
78839 봄에 신을만한 운동화 추천해주세요.. 1 바다 2012/03/03 1,278
78838 사순절 오순절? 3 베티 2012/03/03 2,631
78837 이정희 의원 완전 실망입니다..... 6 뭐라고카능교.. 2012/03/03 2,384
78836 제이미올리버가 한국에 체인식당을 오픈한데요...!! 3 와웅~ 2012/03/03 2,421
78835 유시민의 단점 한가지? - 동생 유시주 인터뷰 3 아파요 2012/03/03 4,416
78834 이게 무슨뜻? 5 리봉소녀 2012/03/03 1,803
78833 피마자오일 좋네요. 4 리봉소녀 2012/03/03 6,884
78832 MBC ‘뉴스데스크’ 앵커도 비정규직으로 채용 세우실 2012/03/03 1,482
78831 영화 바베트의 만찬 2 영화 2012/03/03 1,882
78830 어제 위층에 층간소음으로 쪽지보냈어요 3 윗층 2012/03/03 2,311
78829 사춘기 아들이 학원샘과 갈등이 있습니다. 32 들들맘 2012/03/03 6,569
78828 가벼운 나무 밥상은 정녕 없는건가요? 1 폭풍검색 2012/03/03 1,610
78827 한라봉 맛이 영... 2 한라봉 2012/03/03 1,9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