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마취도 제대로 못하고 맹장수술했던 엄마

나거티브 조회수 : 2,615
작성일 : 2011-11-25 11:20:03
(뒤에 시국 얘기 있느니 싫으신 분은 패스하세요. 강요하고 싶은 건 아니니까요)

요즘 김장 준비 때문에 친정엄마와 떠드는 일이 많네요.

친정엄마의 결혼 후 고생담 중에 맹장수술이 있어요.

결혼 전에 크게 고생하신 분이 아닌데,
고향에서 농사짓는 없는 집 홀어머니 장남과 결혼하시는 바람에 결혼 후에 힘드셨죠.

시골에서 합가해서 살던 새댁일 때 
배가 많이 아픈데 
병원도 흔치 않던 시절에 돈이 없으니 
그냥 참으셨답니다.
(아주 심한 깡촌은 아닙니다. 걸어서 한시간 안쪽에 병원이 있으니)

아침부터 배가 아팠는데,
결국 오후에 쓰러지다시피해서
병원에 옮기고

전신마취하려면 옆 도시에 큰 병원에 가야하는데,
이미 시간이 너무 지체되서...

하반신만 신경을 죽었는지 몸 움직이게 하고
팔은 어디서 묶고 수술하셨대요.

그 고통이 상상도 안됩니다.

1년 남짓 후에 제가 태어났는데...
집에서 출산하셔서 진통도 오래하고 
결국 위험할 것 같아 부랴부랴 의사인지 간호사인지 
집으로 모셔올 상황까지 되어서 
저를 낳으셨지만,
제 동생들까지 셋을 집에서 혼자 낳다시피 하셨지만

맹장수술했던 거에 비하면 애 낳은 것은 
정말 별 거 아니었다고 하세요.

어제 저녁에 친정부모님과 김장거리 다듬다가 
FTA 얘기, 의료민영화 얘기 하다가
맹장수술 얘기까지 나왔습니다.

의료보험으로 국민들 전체가 혜택 본지 사실상 그렇게 오래된 거 아니에요.
의료보험이 없어서
아파서 병원 못가고 버티다가 
죽을 뻔한 사람이 가족 중에 있으니,
의료민영화가 너무 두려워요.

저희 엄마 교회 권사시라 
장로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MB를 어떻게든 좋게 보려고 하셔서
저와 부딪힌 적도 여러번인데
FTA에 의료보험 헌재소송 얘기까지 
나오는 지금은 서민들 다 죽인다고 하세요.

저도 넉넉하게 자란 것 아니고, 지금도 빠듯한 살림이지만
경제성장 혜택을 보고 자란 세대라
IMF이후의 불황의 시기만도 힘듭니다.
96년인가 노동법 날치기 될 때만 해도,
정규직 없는 세상이 어떤 건지 몰랐어요.

내 자식은 어떤 세상을 살게되는 건지,
두렵고, 미안합니다. 
마음이 너무너무 무거워요.

IP : 118.46.xxx.91
4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제가 딱 30대중반인데
    '11.11.25 11:29 AM (116.120.xxx.67)

    시골 면단위 리에서 살았어요. 그 동네서 우리 조상님이 터 잡으신지 300년 지났슴.
    땅값도 오를 동네에 자릴 잡지 완전 깡촌이라... ㅎㅎㅎㅎㅎ
    근데 저 초등학교 다닐때 아빠가 시골이여도 직장의보가 있는 직장에 다니셨어요.
    그 동네에 학교샘하시는 분 한분이랑 울 아빠만 직장의보가 있었는데...
    동네 사람들 아프면 만날 의료보험증 빌려 달라고 찾아왔어요.
    아빠가 못 빌려주게 한다고 해도 찾아와서 빌려 달라고 하는 사람들 진짜 많았어요.
    그 땐 암 걸리면 집안 망한다고 했어요. 이런 소리 나오던 때가 20년 전인데..
    사람들이 너무 빨리 쉽게 잊는 거 같아요.

  • 2.
    '11.11.25 11:38 AM (203.244.xxx.254)

    의료보험증 빌려서 병원 가던 때가 생각해보니 그렇게 옛날이 아니군요..
    어느덧 익숙해져서 중요하고 소중한 것의 가치를 사람들이 많이 잊고 사는 것 같아요.

  • 3. ..
    '11.11.25 11:42 AM (222.121.xxx.183)

    제가 13살 때 제 사촌동생이 입원하는데 제 동생이라고 하고 병원에 입원했던 기억이 있네요..
    저 36인데.. 20여년 전만 해도 우리는 그렇게 살았지요..
    친정 아버지가 신장 투석을 하시는데 요즘은 정말 싼데요.. 10년 전만 해도 무지 비싸서 그냥 죽는다고 그랬었대요..
    정말 이렇게 좋은 세상에 돈 없어서 죽는 사람은 없었으면 하는 마음입니다..

  • 4. 그래서
    '11.11.25 12:09 PM (59.6.xxx.65)

    진짜 요즘 젊은 세대들은 더더욱 자식 낳기를 꺼리는것 같습니다

    미래가 완전 암울한데 어캐 낳아 키우나요 어휴 ㅠㅠ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43213 'FTA 괴담'보다 더 무서운 '이명박 괴담', 그 진실은? 참맛 2011/11/30 1,923
43212 강제로 받아온온 쉰 김치.. 이거 어떻게 처리하나요? 11 ... 2011/11/30 5,127
43211 아이방에 책상에 놓을 스탠드좀 추천해주세요 3 스탠드어려워.. 2011/11/30 1,323
43210 부모님 읽으실 건강 서적 추천 좀.. 3 000 2011/11/30 922
43209 침구류 욕심 많은 분들.. 계신가요?? 11 .. 2011/11/30 3,437
43208 이번 달 부터 영어학원을 끊었어요. 7 밤늦게 고민.. 2011/11/30 3,084
43207 가질수없는것은 포기해야 하는데..삶이 초라하네요 56 ... 2011/11/30 14,946
43206 소년조선일보 보시는분(어쩔수없이라도) 계시나요? 6 ,. 2011/11/30 1,400
43205 김총수님 걱정이에요. 4 잠이안와 2011/11/30 2,031
43204 남편이 실직중인데 택배일을 알아보려고 합니다. 35 먹고살기힘들.. 2011/11/30 25,590
43203 63세 되신 부모님 컴퓨터 장만해드리려는데.. 3 Brigit.. 2011/11/30 959
43202 코스트코에 세타필크림 얼마인가요?? 8 세타필 2011/11/30 3,275
43201 부산 사시는 분 계시나요?? 그냥 잡담이요 1 ... 2011/11/30 1,295
43200 펌]일본 경제평론가, "한국은 미국의 식민지가 되었다" 녹차맛~ 2011/11/30 1,049
43199 쌍커풀 수술 중 자연유착 쌍커풀이란거 2 777 2011/11/30 3,904
43198 사진 여러개 붙일때 사진 주소를 어떻게 알아내나요? 3 사진 주소?.. 2011/11/30 1,123
43197 26개월 분리불안?인 딸과 이제 겨우 4개월인 아들 ㅠ.ㅠ 8 뷰리풀랍 2011/11/30 2,936
43196 TV가 맛이 가려고 하네요. 요즘 어떤 tv가 좋나요? 1 tv 2011/11/30 1,138
43195 맛없는 김치 어떡해야 할까요? 6 .. 2011/11/30 1,669
43194 아이가 초등때 보던 책을 처분하고 싶은데요... 8 알려주세요 2011/11/30 1,763
43193 저 지금 너무 설레여요 5 흐흐 2011/11/30 2,202
43192 펫시터 믿을만 한가요? 6 펫시터 2011/11/30 1,899
43191 성북동 만두집 에피소드.. 1 happy 2011/11/30 2,318
43190 책 좀 찾아주세요~ 딸아이가 쪽지에 한글로 적어 제목.~~ 3 노부영 2011/11/30 1,123
43189 전세관련 ... 2011/11/30 84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