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마취도 제대로 못하고 맹장수술했던 엄마

나거티브 조회수 : 2,442
작성일 : 2011-11-25 11:20:03
(뒤에 시국 얘기 있느니 싫으신 분은 패스하세요. 강요하고 싶은 건 아니니까요)

요즘 김장 준비 때문에 친정엄마와 떠드는 일이 많네요.

친정엄마의 결혼 후 고생담 중에 맹장수술이 있어요.

결혼 전에 크게 고생하신 분이 아닌데,
고향에서 농사짓는 없는 집 홀어머니 장남과 결혼하시는 바람에 결혼 후에 힘드셨죠.

시골에서 합가해서 살던 새댁일 때 
배가 많이 아픈데 
병원도 흔치 않던 시절에 돈이 없으니 
그냥 참으셨답니다.
(아주 심한 깡촌은 아닙니다. 걸어서 한시간 안쪽에 병원이 있으니)

아침부터 배가 아팠는데,
결국 오후에 쓰러지다시피해서
병원에 옮기고

전신마취하려면 옆 도시에 큰 병원에 가야하는데,
이미 시간이 너무 지체되서...

하반신만 신경을 죽었는지 몸 움직이게 하고
팔은 어디서 묶고 수술하셨대요.

그 고통이 상상도 안됩니다.

1년 남짓 후에 제가 태어났는데...
집에서 출산하셔서 진통도 오래하고 
결국 위험할 것 같아 부랴부랴 의사인지 간호사인지 
집으로 모셔올 상황까지 되어서 
저를 낳으셨지만,
제 동생들까지 셋을 집에서 혼자 낳다시피 하셨지만

맹장수술했던 거에 비하면 애 낳은 것은 
정말 별 거 아니었다고 하세요.

어제 저녁에 친정부모님과 김장거리 다듬다가 
FTA 얘기, 의료민영화 얘기 하다가
맹장수술 얘기까지 나왔습니다.

의료보험으로 국민들 전체가 혜택 본지 사실상 그렇게 오래된 거 아니에요.
의료보험이 없어서
아파서 병원 못가고 버티다가 
죽을 뻔한 사람이 가족 중에 있으니,
의료민영화가 너무 두려워요.

저희 엄마 교회 권사시라 
장로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MB를 어떻게든 좋게 보려고 하셔서
저와 부딪힌 적도 여러번인데
FTA에 의료보험 헌재소송 얘기까지 
나오는 지금은 서민들 다 죽인다고 하세요.

저도 넉넉하게 자란 것 아니고, 지금도 빠듯한 살림이지만
경제성장 혜택을 보고 자란 세대라
IMF이후의 불황의 시기만도 힘듭니다.
96년인가 노동법 날치기 될 때만 해도,
정규직 없는 세상이 어떤 건지 몰랐어요.

내 자식은 어떤 세상을 살게되는 건지,
두렵고, 미안합니다. 
마음이 너무너무 무거워요.

IP : 118.46.xxx.91
4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제가 딱 30대중반인데
    '11.11.25 11:29 AM (116.120.xxx.67)

    시골 면단위 리에서 살았어요. 그 동네서 우리 조상님이 터 잡으신지 300년 지났슴.
    땅값도 오를 동네에 자릴 잡지 완전 깡촌이라... ㅎㅎㅎㅎㅎ
    근데 저 초등학교 다닐때 아빠가 시골이여도 직장의보가 있는 직장에 다니셨어요.
    그 동네에 학교샘하시는 분 한분이랑 울 아빠만 직장의보가 있었는데...
    동네 사람들 아프면 만날 의료보험증 빌려 달라고 찾아왔어요.
    아빠가 못 빌려주게 한다고 해도 찾아와서 빌려 달라고 하는 사람들 진짜 많았어요.
    그 땐 암 걸리면 집안 망한다고 했어요. 이런 소리 나오던 때가 20년 전인데..
    사람들이 너무 빨리 쉽게 잊는 거 같아요.

  • 2.
    '11.11.25 11:38 AM (203.244.xxx.254)

    의료보험증 빌려서 병원 가던 때가 생각해보니 그렇게 옛날이 아니군요..
    어느덧 익숙해져서 중요하고 소중한 것의 가치를 사람들이 많이 잊고 사는 것 같아요.

  • 3. ..
    '11.11.25 11:42 AM (222.121.xxx.183)

    제가 13살 때 제 사촌동생이 입원하는데 제 동생이라고 하고 병원에 입원했던 기억이 있네요..
    저 36인데.. 20여년 전만 해도 우리는 그렇게 살았지요..
    친정 아버지가 신장 투석을 하시는데 요즘은 정말 싼데요.. 10년 전만 해도 무지 비싸서 그냥 죽는다고 그랬었대요..
    정말 이렇게 좋은 세상에 돈 없어서 죽는 사람은 없었으면 하는 마음입니다..

  • 4. 그래서
    '11.11.25 12:09 PM (59.6.xxx.65)

    진짜 요즘 젊은 세대들은 더더욱 자식 낳기를 꺼리는것 같습니다

    미래가 완전 암울한데 어캐 낳아 키우나요 어휴 ㅠㅠ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40580 왕따 시키는애한테나 부모에게 얘기하면 좀나아지나요? 16 더나빠지나요.. 2011/11/25 2,512
40579 아이 인강 찾다가 괜찮은 이벤트 같아서요. .. 2011/11/25 728
40578 왠만큼 사는 정치권 기업인 2세는 죄다 미국 국적이네요 4 미국국적 2011/11/25 1,445
40577 한미FTA 국회 날치기는 국회법에 의해 무효입니다 9 참맛 2011/11/25 1,555
40576 온수매트가 불량인지 원래 그런건지 모르겠어요..쓰시는분들 좀 봐.. 7 온수매트 2011/11/25 1,570
40575 방학에 아이들 척추진단 받아보시길 권하고 싶어요. 4 나거티브 2011/11/25 1,842
40574 지금 습도 7%...저희집 습도계 정상인가요? 2 초건조 2011/11/25 1,720
40573 탁현민의 트윗...펐어요, 11월 30일 여의도공연 앞두고. 12 혀니 2011/11/25 2,281
40572 fta폐해에 대해 아파트 벽보?에 붙이고싶은데... 4 ffta반대.. 2011/11/25 1,087
40571 어제 핸드드립 질문했는데 오늘은 모카포트요 11 사야돼~ 2011/11/25 2,063
40570 플룻을 배워보려고 하는데요... 4 악기 2011/11/25 1,353
40569 전세대출할 때 설정비 내나요? 2 초보 2011/11/25 1,117
40568 회사가 종로 3가면 집은 어디가 좋을까요? 10 집구하기 힘.. 2011/11/25 1,660
40567 프로폴리스가요.. 9 최선을다하자.. 2011/11/25 2,052
40566 신용카드 결제 3일 연체하면 신용도 내려가나요? 2 ... 2011/11/25 6,811
40565 나날이 진화하는 fta매국송 이젠 뮤직비디오다 11 우린즐겁다 2011/11/25 1,247
40564 檢, 김선동 본격수사…면책특권 행사 못할듯 1 지켜주고싶어.. 2011/11/25 1,029
40563 축의금 백만원 달라는데........ -_-;; 50 dd 2011/11/25 13,713
40562 신문 기사라고 다 믿을 건 아닌건 알면서도... 네가 좋다... 2011/11/25 854
40561 우수아들의 첫 좌절.. 5 화이팅~ 2011/11/25 2,616
40560 초등 중학년 여아 옷 어디께 괜찮나요? 2 옷이없어 2011/11/25 1,590
40559 그저깨 한복선 도가니탕을 홈쇼핑에서 주문했는데요.. 3 그지같은시국.. 2011/11/25 7,417
40558 FTA찬성하신 분께 감사하다는 뜻을 전해 보아요~ 3 현수막 2011/11/25 1,253
40557 위조한 ‘전국 62등’…만족않는 엄마의 체벌…아들의 ‘극단 선택.. 3 세우실 2011/11/25 1,783
40556 아직 FTA 가카가 서명안한거죠? 손꾸락 뿌러져라~ 7 대단한 가카.. 2011/11/25 1,3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