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애라 처음 보내려니.. 너무 고민이 되어서 선배엄마들께 여쭤봐요.
저희 큰애가 지금 32개월이고, 내년 봄이면 딱 만 세돌이 되요.
저는 결혼 전부터 막연하게 애는 만 세돌까지는 엄마가 봐야지.. 라는 생각이 강해서,
누가 뭐라한 것도 아니고 큰애 낳을 무렵 회사 그만두고 그 후로 전업으로 살림하고 애 키우고 그랬어요.
32개월 큰애 밑으로 지금 6개월인 둘째도 있는데, 주변 사람들이 동생 볼 무렵에
당연히 큰애를 어린이집 보내지 왜 안보냈냐 하는 말씀들도 많이 하셨지만,
애 둘, 집에서 제가 혼자 보는거 솔직히 힘든 순간 많기도 했지만, 그래도 꿋꿋이 제가 둘 다 보고 있어요.
그러던 차에, 제가 막연히 생각했던 만 세돌도 다가오고,
친구들이 애들 어린이집 보내고 오전 시간이나마 좀 자유롭게 있는거 보면 부럽기도 하고,
마음에 두고 있던 집 주변 어린이집에서 마침 2012년 원아모집한다는 광고도 하고..
이래저래 구체적으로 상담받고 한번 알아봐야 하나.. 하는 생각이 드네요.
그런데 내년 봄이 이렇게 다가오고 있으니 또 마음 한편으론,
큰애 어린이집 보내도 둘째가 아직 어려 집에서 애 보는거야 마찬가지일 것이고,
애들 둘 다 기관에 보낸다고 해도 제가 딱히 복귀할 직장이 있는 것도 아니고,
친정도 가까워서 반찬 도움도 받고, 애들 같이 봐 주기도 하시구요.
남편이 학원을 해서 오전엔 애들을 같이 볼 수 있고.. (으.. 대신 저녁엔 오로지 제 몫이라 이건 좀 힘들어요..)
제가 일을 다시 한다고 해도 남편 학원에서 일주일에 두세번 초등학생 대상으로 강의를 할 것 같고..
이제 겨우 네살인데 벌써 사회생활 시작해도 될까.. 큰애가 너무 어리게만 보이구요.
어린이집 가면 배우는 것도 노는 것도 많고 좋은 면도 있겠지만,
반면에 집에서만큼 배려받고 사랑받고 챙김받지는 못할 텐데.. 그것도 괜히 안쓰럽구요.
지금은 큰애가 일주일에 네번 문화센터 종류의 수업을 오전에 한시간씩 다녀요.
저희 큰애는.. 밥 잘 먹고, 잠 잘 자고, 건강하고, 말도 일찍 틔여서 잘 하는 편이고,
수줍음도 있고 조심성도 많고, 자기 것 욕심은 있지만 남의 것 못 뺏고,
누가 뺏어가면 혼자 그냥 우는 아이에요.
저는 어떤 엄마냐면요,
막 다정하고 물고 빠는 엄마가 아니라 좀.. 의무적으로 애들을 사랑하고 돌보는 타입이랄까요.
성격이 부드럽지 않아서 애들에게 엄한 엄마이기도 하고, 그 덕분에 저희 큰애는 어디가면
참 잘 컸다.. 버릇이 잘 들었다.. 소리 늘 들어요. 칭찬이겠지만 그간에 제가 얼마나 잡았으면
애가 저리도 예의가 바를까.. 하는 마음에 저 혼자서만 애한테 미안한 마음이 들기도 하고.. 그런 엄마지요.
잘 지내고, 잘 놀아주기도 해요. 큰애가 제 목에 대롱대롱 매달려서 귓속말로 엄마 사랑해 하면 세상 근심이 다 사라져요.
하지만 반면에 버럭 성질도 잘 내서 그럴 땐 애가 숨고 도망가기에 급급하기도 하구요.
방금도 점심먹고 칫솔들고 장난치면서 피아노 위에 올라가 있길래
필요 이상으로 혼을 내고 화를 내면서 애를 다그치고 야단쳐서.. 결국은 좀 울려서 낮잠을 재웠어요.
그래서 고민이에요.
잘 지내고 하루 종일 평화롭게 보낸 날에는,
얘를.. 일년 더 데리고 있을까.. 제법 집에서도 잘 지낼 수 있을 것 같은데.. 하다가도,
방금처럼 저는 바락바락 성질내고, 애는 엄마 무서워하면서 울고, 한바탕 소용돌이가 지나간 후에는,
이런 엄마랑 집에서 붙어 있어봤자 좋을거 뭐 있나, 어린이집 가서 신나게 놀고 오는게 낫지.. 싶고..
결론은 제가 내려야겠지만,
제가 생각했던 시간이 다가오니 결정 내리기가 이렇게 힘드네요.
둘째 같다면야 일찍 보내든, 늦게 보내든 큰애 때 기억 되살려서
어떻게든 최선의 결론을 내릴 것 같은데, 정말 첫애는 뭐든지 선택하고 결정하기가 이렇게 힘드네요.
보낼까요, 보내고 애한테 미안해서 막 울 것 같아요.
그냥 더 데리고 있을까요, 그 동안 애는 더 커서 저랑 또 부딪히기도 많이 하겠죠..
아.. 어렵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