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교때 꽤 친하던 친구가 있어요.
같은 과는 아닌데 대학 초년때 정말 가깝게 지내다가
그친구는 외국에 멀리 어학연수를 가고 저는 일하느라 기타 등등으로 멀어진 케이스죠.
이후 친구는 연수 중에 외국에서 만난 남자(해외교포)랑 결혼을 해서
그곳에서 자녀를 낳고 잘 살더군요.
그래서 자연스럽게 멀어졌어요.
한국에 십년 전 온 적이 있는데 그때 그 친구는 전화 연락만 오고
만나지 않고 가더군요. 그 점이 조금 서운하긴 했습니다만, 그렇게 다들 사는거니까요.
이후 저는 사회생활하고 .. 다들 20대후반, 서른초중반 많은 일들을 겪듯이
저 역시도 개인적인 변화 혹은 풍파를 겪으며 그 친구가 잊혀졌습니다.
그렇게 십여년 넘게 외국에서 살던 친구가 작년부터 아이를 데리고 와서 한국서 살더군요.
그리고는 이제 연락이 종종 옵니다.
이 친구야 이제 아이들 어느정도 다 키우고 여유가 생겨서 옛친구가 생각난거겠지만
저는 요즘 사실 안팎으로 꽤 힘든 시기에 있거든요.
한번 만나긴 했는데 만나보니 이제 그 친구랑은 예전의 학창시절만큼 친하기는 어렵게 된것 같아요.
맘편히 얘기하기엔 그동안 살아온 것에 대한 업데이트도 서로 부족하고,
공통관심사도 이제 많이 다르고... 종교나 가치관, 성격, 지향점도 많이 바뀌었거든요.
더구나 전 미혼인데다가,
그 친구는 여전히 독실한 크리스쳔인점도 불편하고요.
(저는 대학생때랑 달리 오픈입니다. )
아무튼 이제는 뭐랄까... 참 많이 (저랑) 다르더군요.
그 친구도 많이 변했고요. 어쩌면 제가 변할걸수도 있죠.
좋고 나쁘다는 의미를 떠나서.
좋게 말하면 그 친구는 저를 대할때 여전히 스무살 대학생의 감성에 머물러 있는거같아요.
바로 외국에서 전업주부로 살아서그런지
그동안 한국서 '터프하게' 산 저랑 코드도 많이 다르고 그렇네요.
문자가 오면 답문자를 하긴 하긴 하는데,
뭔가 어긋나는 느낌들...
서로의 삶이 그만큼 달라졌다는 뜻이겠죠...
한편으로는 이런 마음이 드는 제가 그 친구에게 미안하기도 하고,
그냥... 잊힌 채로 살면 될걸..(혹은 더 나이들어 만나거나)
괜시리 피하는 제가 한편으로는 그친구는 야속하게 느끼겠다싶어서 불편하기도 하고 심정이 복잡하네요.
내가 너무 못됏나 싶기도 하고...
근데 그 친구 만나면 뭔가 저 자신을 속이는 그 느낌이 싫고...
전에 만났을때 요즘 저의 있는 그대로 모습을 좀 보여준다고는 했는데
이 친구는 여전히 스무살때 저의 모습을 기대하는, 강요하는 눈치가 있어 제가 불편한것 같기도 하네요.
더구나 제가 요즘 여유도 없는 때라서 더 그런거같아요.
옛친구가 좋다고는 하지만,
저는 그냥 늘 '가까이서' 수시로 만나거나 연락하는 주변 지인이 좋은거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