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이제는 연락할 수 없는 한때의 절친들...

씁쓸하다 조회수 : 3,067
작성일 : 2011-11-16 20:07:11

요즘 폭탄맞은 집구석을 정리하고 있는데  그 옛날 추억의 물건들이 잔뜩 쏟아지네요.

끌어안고 있기도 뭣하고 버리기도 뭣한 물건들...

어쩔까 고민하다가 다시 또 박스에 쌓아두기를 몇 차례 반복한 것 같아요.

 

그중에 대표적인게 편지 뭉치같은 거잖아요.

방 치우다가 주저앉아서 또 한참동안 편지들을 읽었는데

유치하고 민망해서 죽을 것 같은 것도 있고... 눈물 찔끔 날 만큼 찡한 것도 있구요.

 

그러다가 종내는 마음이 좀 씁쓸해졌어요.

오랫동안 마음을 나누고 친하게 지냈는데 지금은 연락할 수 없는 친구들,

그러니까 지금은 유부남이 된 제 옛날 친구들때문에요.

그중에서도 정말 친했던 친구가 두 명 있는데, 한 명은 동갑이고 한 명은 후배.

특히 동갑 친구는 초등학교 때부터 많이 가까웠어요.

 

중고등학교  사춘기 때, 누구를 짝사랑했는지도 알고

대입 때는 같이 머리 맞대고 어느 학교 지원할지 고민하기도 하고

저보다 공부 잘 했던 그 친구에게 수학같은 거 배우기도 했었죠.

그 친구 군대 갔을 때, 몇 차례 면회를 가기도 했고 편지는 주구장창 많이 썼고

연애하다가 실연당해서 찌질하게 울고 진상 떨 때, 술 먹이고 위로하기도 했고요. 긴 세월만큼 추억이 많아요.

아무리 친해도 때로 동성친구와는 어쩔 수 없이 겪게 되는 미묘한 감정싸움같은 게 있잖아요.

그런 것도 없어서 좋았고... 같이 오락실 가서 게임도 많이 하고 서로 연애상담도 많이 해 주고.

그렇다고 서로 남녀 연애감정같은 건 전혀 없었고 그냥 코드 잘 맞고 말 잘 통하는 친구였어요.

후배 녀석도 마찬가지.

이런저런 재미있는 기억들이 많고 애틋한 정이 있어요.

 

그런데 각자 결혼해서 아내, 남편이 있고 가정이 생기니까 이제는 연락을 할 수가 없네요.

서로 경조사가 있거나 단체모임이 있을때 가끔 보지만 개인적으로 연락하거나 할 수는 없잖아요.  

제 남편도, 그 친구의 아내도 우리가 각별히 친한 사이였단 걸 알고 있지만

지금 연락하거나 만난다면 기분 좋을 리 없겠죠.

왜 유부남 친구를 굳이 만나고 연락하려고 하느냐 묻는다면 딱히 할 말은 없지만

그냥 좀 아쉽고 씁쓸한 마음이 들어요.

오직 그 친구와만 공유한 추억이 있고, 나눴던 마음들이 있는데

이제 결혼했다는 이유로, 서로 성별이 다르다는 이유로 친구조차 아니게 돼 버렸다는 게요.

 

시간이 지나고 각자의 상황과 환경에 따라서 관계도 변해야 한다는 걸 알아요.

그렇게 받아들이면서도... 결혼하고 나서 나는 좋은 친구 둘을 잃었구나 생각하면 왠지 조금 슬퍼요.

 

IP : 112.171.xxx.15
2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
    '11.11.16 8:54 PM (94.218.xxx.175)

    서로 영 연애 감정 없다가도 남녀 사이라는게 참 묘해서 10년지기 남자 사람, 여자 사람이었을 뿐인 사람들도 잠자리로 이어지기도 하고 불미스런 일이 왕왕 있어서요. 배우자가 보기엔 미덥지 못한 구석이 있을 수 있으니까요.

  • 2. ...
    '11.11.17 9:03 AM (116.123.xxx.17)

    저는 대학때 그런 친구가 있었어요. 걍 진짜 친구.
    그런데 남편이 너무 싫어했어요. 그런관계를.
    남자와 여자는친구가 될 수 없다는 사람이여서.
    연락도 끊기고 다른과여서 알 길도 없지만....참 좋았던 추억이긴 해요.
    공대나오고 학과 cc여서 남자들하고 스스럼없지 지냈지만 지금 연락하는 친구들은 다들 중고등친구들밖에 없네요.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59789 고추 장아찌에 하얗게 불순물... 2 자야능데 2012/01/14 1,361
59788 저도 친정엄마 얘기 2 .. 2012/01/14 1,788
59787 살림 대충 합니다... 2 대충 2012/01/14 1,946
59786 두 돌 아기, 말 못해 걱정이에요.. 14 엄마 2012/01/14 19,416
59785 친정부모님의 소박한 신앙생활에도 끼어든 돈과 권력 16 .. 2012/01/14 4,862
59784 이집트의 여인들 4 보신분? 2012/01/14 1,669
59783 혹시 개봉한 밀레니엄 여자를 증오한 남자들 보신분? 8 ㅇㅇ 2012/01/14 1,956
59782 산골 외딴집 10남매.. 34 .. 2012/01/14 12,895
59781 아이랑 둘이 음식점에 가는거 어떻게 생각하세요? 57 2012/01/14 9,689
59780 그냥 심심해서 하는 AB형 이야기 47 괴팍!!! 2012/01/14 9,371
59779 띄어쓰기와 맞춤법 어찌 지도 하나요? 7 초등 1학년.. 2012/01/14 1,590
59778 한우 사기위해 줄 늘어선 시민들 ㄷㄷㄷ 6 ... 2012/01/14 2,336
59777 된장 담아야 해요 5 옹기 2012/01/14 1,136
59776 텐--보신 분 계신가요? 8 이해가 안돼.. 2012/01/14 2,136
59775 특수사건전담반 TEN 허무 2012/01/14 1,644
59774 니콜키드만 나온 영화중에서 추천좀해주세요 28 ㅇㅇ 2012/01/14 2,151
59773 우리나라 아이들은 너무 늦게 자는 것 같아요. 49 아기엄마 2012/01/14 9,865
59772 나는 하수다 지금 해요 1 skgktn.. 2012/01/14 1,078
59771 오바마는 어떤 평가를 받고 있ㄴ ㅏ요??? 2 대조영 2012/01/14 1,533
59770 미국 공화당은 어떤 성향인가요? 5 민주당과 비.. 2012/01/14 1,676
59769 고전 명작 '위대한 개츠비' 에서요.. 19 명화극장 2012/01/14 2,972
59768 아만다 사이프리드 넘 이쁘지않나요? 20 ㅇㅇ 2012/01/14 3,016
59767 몇년전에 이천에서 아기돼지 사지 찢어죽인 사건 기억하시죠? 40 ..... 2012/01/14 6,977
59766 왜 하느님께 내영혼을 바쳐야하나요? 5 . 2012/01/13 1,973
59765 영어질문... 4 rrr 2012/01/13 9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