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이제는 연락할 수 없는 한때의 절친들...

씁쓸하다 조회수 : 2,815
작성일 : 2011-11-16 20:07:11

요즘 폭탄맞은 집구석을 정리하고 있는데  그 옛날 추억의 물건들이 잔뜩 쏟아지네요.

끌어안고 있기도 뭣하고 버리기도 뭣한 물건들...

어쩔까 고민하다가 다시 또 박스에 쌓아두기를 몇 차례 반복한 것 같아요.

 

그중에 대표적인게 편지 뭉치같은 거잖아요.

방 치우다가 주저앉아서 또 한참동안 편지들을 읽었는데

유치하고 민망해서 죽을 것 같은 것도 있고... 눈물 찔끔 날 만큼 찡한 것도 있구요.

 

그러다가 종내는 마음이 좀 씁쓸해졌어요.

오랫동안 마음을 나누고 친하게 지냈는데 지금은 연락할 수 없는 친구들,

그러니까 지금은 유부남이 된 제 옛날 친구들때문에요.

그중에서도 정말 친했던 친구가 두 명 있는데, 한 명은 동갑이고 한 명은 후배.

특히 동갑 친구는 초등학교 때부터 많이 가까웠어요.

 

중고등학교  사춘기 때, 누구를 짝사랑했는지도 알고

대입 때는 같이 머리 맞대고 어느 학교 지원할지 고민하기도 하고

저보다 공부 잘 했던 그 친구에게 수학같은 거 배우기도 했었죠.

그 친구 군대 갔을 때, 몇 차례 면회를 가기도 했고 편지는 주구장창 많이 썼고

연애하다가 실연당해서 찌질하게 울고 진상 떨 때, 술 먹이고 위로하기도 했고요. 긴 세월만큼 추억이 많아요.

아무리 친해도 때로 동성친구와는 어쩔 수 없이 겪게 되는 미묘한 감정싸움같은 게 있잖아요.

그런 것도 없어서 좋았고... 같이 오락실 가서 게임도 많이 하고 서로 연애상담도 많이 해 주고.

그렇다고 서로 남녀 연애감정같은 건 전혀 없었고 그냥 코드 잘 맞고 말 잘 통하는 친구였어요.

후배 녀석도 마찬가지.

이런저런 재미있는 기억들이 많고 애틋한 정이 있어요.

 

그런데 각자 결혼해서 아내, 남편이 있고 가정이 생기니까 이제는 연락을 할 수가 없네요.

서로 경조사가 있거나 단체모임이 있을때 가끔 보지만 개인적으로 연락하거나 할 수는 없잖아요.  

제 남편도, 그 친구의 아내도 우리가 각별히 친한 사이였단 걸 알고 있지만

지금 연락하거나 만난다면 기분 좋을 리 없겠죠.

왜 유부남 친구를 굳이 만나고 연락하려고 하느냐 묻는다면 딱히 할 말은 없지만

그냥 좀 아쉽고 씁쓸한 마음이 들어요.

오직 그 친구와만 공유한 추억이 있고, 나눴던 마음들이 있는데

이제 결혼했다는 이유로, 서로 성별이 다르다는 이유로 친구조차 아니게 돼 버렸다는 게요.

 

시간이 지나고 각자의 상황과 환경에 따라서 관계도 변해야 한다는 걸 알아요.

그렇게 받아들이면서도... 결혼하고 나서 나는 좋은 친구 둘을 잃었구나 생각하면 왠지 조금 슬퍼요.

 

IP : 112.171.xxx.15
2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
    '11.11.16 8:54 PM (94.218.xxx.175)

    서로 영 연애 감정 없다가도 남녀 사이라는게 참 묘해서 10년지기 남자 사람, 여자 사람이었을 뿐인 사람들도 잠자리로 이어지기도 하고 불미스런 일이 왕왕 있어서요. 배우자가 보기엔 미덥지 못한 구석이 있을 수 있으니까요.

  • 2. ...
    '11.11.17 9:03 AM (116.123.xxx.17)

    저는 대학때 그런 친구가 있었어요. 걍 진짜 친구.
    그런데 남편이 너무 싫어했어요. 그런관계를.
    남자와 여자는친구가 될 수 없다는 사람이여서.
    연락도 끊기고 다른과여서 알 길도 없지만....참 좋았던 추억이긴 해요.
    공대나오고 학과 cc여서 남자들하고 스스럼없지 지냈지만 지금 연락하는 친구들은 다들 중고등친구들밖에 없네요.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46532 NOFTA뱃지 3000개 무료배포 - 오늘내일 서울대한문,토요일.. 1 참맛 2011/12/08 1,284
46531 갓김치도 김치찌개가 될까요? 8 행복찾기 2011/12/08 4,551
46530 死대강에 투기한 놈들이네요...ㅠㅠ 2 피리지니 2011/12/08 1,560
46529 중앙대랑 세종대랑 21 둘리 2011/12/08 3,958
46528 미국에서 한국행 비행기표 싸게 판매하는 싸이트 8 pianop.. 2011/12/08 7,708
46527 김윤옥 "욕 신경 안써…인터넷에서 뭐라 하면 패스다" 31 베리떼 2011/12/08 3,649
46526 개인의 취향을 정부가 통제하다니 시장경제 민주주의 맞나여? 2 정행자 2011/12/08 857
46525 확실히 헤어스타일이네요. 10 2011/12/08 9,971
46524 영시 잘 아시는 분 "널빤지에서 널빤지로 나는 디뎠네?" 영어 .. 3 에밀리디킨슨.. 2011/12/08 1,046
46523 출산할 병원으로 옮기는 시점 4 고민 2011/12/08 1,149
46522 제1회 신나는 봉사활동, 위안부 할머니를 방문합니다 참맛 2011/12/08 806
46521 송도신도시 갈만한곳 추천해주세요 3 송도 2011/12/08 2,730
46520 눈이 펑펑 내리는데 손님이 안가요 2 짜증나 2011/12/08 3,429
46519 새내기 인사드려요...^^ 1 피리지니 2011/12/08 1,242
46518 눈도 없고, 귀도 없는 KBS! 1 yjsdm 2011/12/08 977
46517 집이 너무 건조해서 바스러질것 같아요 15 집이 2011/12/08 6,935
46516 피겨스케이트 조언 부탁드려요. 3 즐거운맘 2011/12/08 1,827
46515 가입인사 드립니다 10 정재형 2011/12/08 1,291
46514 사람이 죽어서 어디로 갈까요? 51 인간 2011/12/08 8,687
46513 중학교 배정 전입신고 전입신고 2011/12/08 2,530
46512 저도 모르게 톡톡거리며 이야기를 내뱉어요. 2 흑흑 2011/12/08 1,454
46511 달걀찜 맛있게 하는법 가르쳐 주세요... 8 보들보들 2011/12/08 2,584
46510 [12/14 수요시위 1000회] 20년 전 작은 시위가 세계의.. 1 세우실 2011/12/08 948
46509 생강차 먹고 남은 뒤 생강청? 4 생강차 2011/12/08 3,172
46508 토요일날 100만명 모이기로 한거 잊지마세요..~ 4 잊지마세요 2011/12/08 1,5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