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엄마가 되고나서

동글이내복 조회수 : 1,318
작성일 : 2011-11-16 16:57:07

 

 이번 겨울나기만 지나면 저도 38세에요.

요즘, 저는 직장을 잃은대신 낙엽진 뒷산길을 다녀오거든요.

그 정자 한켠에 놓인 의자에 앉아 제가 걸어온 길을 내려다보고도 와요.

그 고요한 숲길, 아무도 없는 그 산꼭데기 정장에 앉아 있으면 이런저런 생각도 들고, 더욱더 우리 엄마가 생각이 더 나는 만큼 이해도 많이 되네요.

어릴때 우리 엄마는 화를 못참으셨어요.

특히 집이 어지럽혀져 있고 정리가 되지 않은걸 보면 눈에서 불꽃이 튀고 그 눈자위 전체가 붏게 물들곤했어요.

그때 우리아빠는, 이미 동네에서도 소문난 알콜중독자였고,

대신 엄마가 이런저런 생활전선에 뛰어들어야 했었는데, 챙겨가야 하는 학교준비물들앞에서 수수방관만.

비 오는날, 빈손으로 우산도 없이 학교에 가서 준비물들어있는 시간이 시시각각 닥쳐오는걸 얼마나 가슴뛰며 불안해하다가, 결국엔 선생님앞에서  목메인 울음만 꺽꺽...

 

이런저런일들이 참 많은데, 엄마아빤 우리들이 받아오는 상장들앞에서도 기뻐하거나 설레여하지 않았어요.

그래...하는 그 말에서는 일상을 벗어난 잠깐의 기쁨도 없었고, 나중엔  그 상장이 여기저기 굴러다니거나 쓰레기통으로 들어가게도 되었어요. 따라서 우리들도 상장에 대한 의미가 없었고요.

오히려 상장앞에 무겁게 드리워진 가난의 굴레가 더 오히려 크게 부각된 느낌이 들었다고 해야 하나, 상장을 받아들고서도 어떤 감흥도 느끼지 못하고 그저 무표정으로 일관하시던 엄마, 아빠.

그런데 제가 엄마가 되니 그 느낌을 알것 같은거에요

얼마나 삶이 힘들었으면, 그 가야 할길이 가시밭길같은 푸른안개 뒤덮인 절망이었다면, 그 상앞에서도 마음놓고 크게 한번 웃어보지 못했나.하고

 

그런 엄마다보니, 우리들을 변호해준적도 없었던 사람.

언젠가 키큰 덩치큰 아이랑 싸우고 아무일 없듯이 넘어가려 했는데 그 덩치큰 아이 엄마한테서 제 이야길 들었답니다.

무슨 아이가 그리 성질머리가 나쁘냐고

그 덩치큰 아이에게 늘 당하기만 하다가, 결국은 못참고 같이 싸운걸 가지고 일이 그렇게 되었더라구요.

"너 그럼 시집 못간다. 성질이 아주 못되었다고."

그때가 11살때였거든요. 그때에도 참 황당하고 어리둥절했습니다.

 

그럴수밖에 없었을테죠..

엄마부터가, 푸른 안개가 다 걷히지도 않은 새벽나절마다 동네어귀를 돌아나오는 첫차에 그 발을 올려놓을까 말까 망설였던 가슴아픈 시절이었을테니말이에요.

 

낙엽이 지고 바람마저 고요한 그 산길 오솔길을 내려오다보니, 이해못할건 아무것도 이세상에 없다는 느낌이 드네요.

 

IP : 110.35.xxx.7
2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순이엄마
    '11.11.16 7:00 PM (112.164.xxx.46)

    짧은 글이지만 단편소설 하나 읽은듯,

    가슴이 저려오네요. 엉뚱하게 글 한편 써 보시면 어떨까요.

    글 맵시도 나시구요.

  • 2. 순이엄마
    '11.11.16 7:00 PM (112.164.xxx.46)

    그리고 힘내세요. 산꼭대기 정상에 앉아 과거를 돌아보는 여유를 갖게 되심 축하드려요.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39560 인간극장 백발의 연인...가슴이 뭉클 하네요 10 ㄹㄹㄹ 2011/11/19 6,279
39559 위키리크스가 폭로한 FTA 시작과 과정 - 나는 꼽사리다에 언급.. 4 FTA누가돈.. 2011/11/19 2,156
39558 세화여중,서문여고 배정받으려면.. 2 학교배정 2011/11/19 8,058
39557 팔을 어깨 뒤로 올리면 너무 아파요 6 어때 2011/11/19 7,301
39556 형님땅이 내곡동에 또 있었군요 3 이분을 대륙.. 2011/11/19 2,510
39555 우석훈씨는 우리82출신이네요 5 마니또 2011/11/19 3,305
39554 네스프레소 잘 아시는분~~ 8 네스프레소 2011/11/19 2,266
39553 삼성카드 만들려면? 2 ^^ 2011/11/19 2,479
39552 안철수 1500억 기부…MB청계재단은 재산보존용 1 노블레스 오.. 2011/11/19 1,850
39551 구자명 넘 멋집니다. 1 .... 2011/11/19 2,463
39550 이것 저것 담그다 보니 1 효소 2011/11/19 1,573
39549 유모차 가지고 비행기타도 되나요 9 맥클라렌 2011/11/19 3,585
39548 지금 대전 유림공원 모습 2 현장점검 2011/11/19 2,086
39547 이대공대어떤가요?~ 5 2011/11/19 3,146
39546 시어머님의 거짓말 2 3 그녀~ 2011/11/19 2,991
39545 나는 꼼수다 29회를 받았는데 4 이건뭔가요... 2011/11/19 3,144
39544 김장유감 8 ... 2011/11/19 2,601
39543 서리태가격?? 4 은효 2011/11/19 4,300
39542 남편 아침에 깨우기가 죽기보다 더 힘드네요. 10 정말싫다당신.. 2011/11/19 3,919
39541 대전 가시는 분들 시외버스를 이용하세요 3 분당 아줌마.. 2011/11/19 1,947
39540 아이 잘때 방온도 조절을 못하겠어요 ㅜㅜ 4 감기 2011/11/19 2,048
39539 나꼼수29회는 오늘 업로드안되구요 나는 꼽사리다가 떴습니다 4 유체이탈 2011/11/19 2,461
39538 어학연수후 들어올때 4 어학연수 2011/11/19 2,037
39537 요새 백화점에 오리털 잠바 나왔나요? 4 음.. 2011/11/19 2,032
39536 넘 착해도 사람사귀기 쉽지않나요? 10 데님 2011/11/19 3,25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