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엄마가 되고나서

동글이내복 조회수 : 1,641
작성일 : 2011-11-16 16:57:07

 

 이번 겨울나기만 지나면 저도 38세에요.

요즘, 저는 직장을 잃은대신 낙엽진 뒷산길을 다녀오거든요.

그 정자 한켠에 놓인 의자에 앉아 제가 걸어온 길을 내려다보고도 와요.

그 고요한 숲길, 아무도 없는 그 산꼭데기 정장에 앉아 있으면 이런저런 생각도 들고, 더욱더 우리 엄마가 생각이 더 나는 만큼 이해도 많이 되네요.

어릴때 우리 엄마는 화를 못참으셨어요.

특히 집이 어지럽혀져 있고 정리가 되지 않은걸 보면 눈에서 불꽃이 튀고 그 눈자위 전체가 붏게 물들곤했어요.

그때 우리아빠는, 이미 동네에서도 소문난 알콜중독자였고,

대신 엄마가 이런저런 생활전선에 뛰어들어야 했었는데, 챙겨가야 하는 학교준비물들앞에서 수수방관만.

비 오는날, 빈손으로 우산도 없이 학교에 가서 준비물들어있는 시간이 시시각각 닥쳐오는걸 얼마나 가슴뛰며 불안해하다가, 결국엔 선생님앞에서  목메인 울음만 꺽꺽...

 

이런저런일들이 참 많은데, 엄마아빤 우리들이 받아오는 상장들앞에서도 기뻐하거나 설레여하지 않았어요.

그래...하는 그 말에서는 일상을 벗어난 잠깐의 기쁨도 없었고, 나중엔  그 상장이 여기저기 굴러다니거나 쓰레기통으로 들어가게도 되었어요. 따라서 우리들도 상장에 대한 의미가 없었고요.

오히려 상장앞에 무겁게 드리워진 가난의 굴레가 더 오히려 크게 부각된 느낌이 들었다고 해야 하나, 상장을 받아들고서도 어떤 감흥도 느끼지 못하고 그저 무표정으로 일관하시던 엄마, 아빠.

그런데 제가 엄마가 되니 그 느낌을 알것 같은거에요

얼마나 삶이 힘들었으면, 그 가야 할길이 가시밭길같은 푸른안개 뒤덮인 절망이었다면, 그 상앞에서도 마음놓고 크게 한번 웃어보지 못했나.하고

 

그런 엄마다보니, 우리들을 변호해준적도 없었던 사람.

언젠가 키큰 덩치큰 아이랑 싸우고 아무일 없듯이 넘어가려 했는데 그 덩치큰 아이 엄마한테서 제 이야길 들었답니다.

무슨 아이가 그리 성질머리가 나쁘냐고

그 덩치큰 아이에게 늘 당하기만 하다가, 결국은 못참고 같이 싸운걸 가지고 일이 그렇게 되었더라구요.

"너 그럼 시집 못간다. 성질이 아주 못되었다고."

그때가 11살때였거든요. 그때에도 참 황당하고 어리둥절했습니다.

 

그럴수밖에 없었을테죠..

엄마부터가, 푸른 안개가 다 걷히지도 않은 새벽나절마다 동네어귀를 돌아나오는 첫차에 그 발을 올려놓을까 말까 망설였던 가슴아픈 시절이었을테니말이에요.

 

낙엽이 지고 바람마저 고요한 그 산길 오솔길을 내려오다보니, 이해못할건 아무것도 이세상에 없다는 느낌이 드네요.

 

IP : 110.35.xxx.7
2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순이엄마
    '11.11.16 7:00 PM (112.164.xxx.46)

    짧은 글이지만 단편소설 하나 읽은듯,

    가슴이 저려오네요. 엉뚱하게 글 한편 써 보시면 어떨까요.

    글 맵시도 나시구요.

  • 2. 순이엄마
    '11.11.16 7:00 PM (112.164.xxx.46)

    그리고 힘내세요. 산꼭대기 정상에 앉아 과거를 돌아보는 여유를 갖게 되심 축하드려요.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84826 시츄랑 페키니즈랑 어떻게 구분하나요? 9 ... 2012/03/16 3,363
84825 고1아이..신경성 역류성 식도염 2 .. 2012/03/16 2,667
84824 역사학자 전우용의,, "사극보는 팁",,, 1 베리떼 2012/03/16 1,957
84823 영어공부 해보고싶어요. 도움 좀 주세요~ 5 영어공부 2012/03/16 1,910
84822 박근혜가 마이너스 손이군요...이런!!!!!!! 3 .. 2012/03/16 1,938
84821 그 아줌마를 재워주는게 아니었는데~ 4 ..... 2012/03/16 4,186
84820 분통터지는 필리핀 어학연수 6 빛나맘 2012/03/16 5,696
84819 기막힌 오해 받는 이 2 답답한 하루.. 2012/03/16 2,083
84818 집에서 할수있는 근력운동좀 알려주세요~ 3 다이어트 2012/03/16 3,061
84817 경찰 '밀양 검사' 때리자, 검찰 '강남 룸살롱 황제'로 받아쳐.. 세우실 2012/03/16 1,293
84816 7살 아이에게 힘든 스케줄일까요? 6 엄마 2012/03/16 2,578
84815 꿈 해몽 부탁드립니다. 3 선명한 2012/03/16 1,336
84814 날씨가 흐린데 선크림 발라야할까요...? 5 ....? 2012/03/16 2,139
84813 제과배우는데...바가지 왕창쓴기분~ㅠㅠ 7 아네모네 2012/03/16 2,946
84812 모토로라 아트릭스 사용해보신 분~~ 4 ... 2012/03/16 1,374
84811 빵집, 압축풀기 외 블로그 복사(2가지 문의) 2 즐거운금요일.. 2012/03/16 1,472
84810 300만원정도의 돈이 생겼다면... 2 .. 2012/03/16 2,314
84809 마법시작했는데요 , 4 dma 2012/03/16 1,820
84808 입맛없는 적이 없었다는 분들은 무슨 반찬을 해드세요? 1 입맛 2012/03/16 1,460
84807 얇은 니트 스웨터,, 몇 번 입고 드라이, 입은 후 어디다 보관.. 직장맘님들 2012/03/16 1,465
84806 서울중구에 그래서..지상욱 나오는거 맞아요?? 5 궁금이 2012/03/16 2,639
84805 수분보충용으로 허브차 마시면 어떨까요? 5 물마시기가어.. 2012/03/16 2,638
84804 나는 꼽사리다 16회가 올라왔어요. 2 들어보세요... 2012/03/16 1,664
84803 어찌 하오리까? 바닷가재 2012/03/16 1,303
84802 6PM에서 랄프로렌 구두 사려고 하는데 사이즈가 불안해서요 3 구두사이즈 2012/03/16 2,0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