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인간관계 걱정때문에 생활이 불가능할 지경..

글이 길어요 조회수 : 5,852
작성일 : 2011-11-16 11:30:15

제 하나밖에 없는 남동생 얘기입니다. 어려서부터 정말 부족함없이 자라서인지 약간은 이기적인 면도 보이고..

좀 제 잘난 맛(?)에 사는 동생이었습니다. 공부도 참 잘해서 별 어려움 없이 재수도 안하고 국내 최고의 대학이라 불리우는 학교 의대에 들어갔습니다. 원래도 좀 자유롭고 누가 옆에서 뭐라하는거 딱 질색이고 정색하는 성격이었는데,

의대 가서 적응하기 힘들었던 것 같습니다. 워낙 누가봐도 예술하는 사람(?)처럼 생겼다고 할 정도로 좋게 말하면 자유로운 영혼이고 안좋게 말하면 너무 예민해요.. 자기가 보기에 왠지 별로인 동기들하고는 말도 섞기 싫고 퉁명스럽게 대했다고 하더라구요. 또 대학 가더니 노는 맛을 알았는지 공부는 아예 뒷전이고 주말마다 클럽에 쇼핑에 여행에... 학교 친구들은 싫다고 안어울리고 좀 노는 애들을 어디서 알았는지 그런 애들하고만 6년 내내 어울려다니더라구요.

 

어찌저찌 낙제는 면할정도로 공부했는지, 동기들 중에 과락해서 낙제하는 친구들도 꽤 있다던데 제 동생은 낙제를 면할 정도의 등수로 꼬박꼬박 올라가서 6년만에 의대를 마쳤네요. 그리고 인턴을 모교 병원에 지원했다가 성적미달(아마도)로 떨어졌어요. 보통 다들 붙는 모교 병원인데 레지던트도 아니고 인턴을  떨어졌으니 인생에서 처음으로 나름 쓴맛을 봤겠죠.

동생이 우는건 태어나서 그때 처음 봤지만 너도 이제 쓴맛좀 보고 성숙해져라 하는 의미에서 일단 군대부터 가라고 했어요.

 

그리고 공중보건의로 3년을 채우고 이제 돌아오는 1월에 인턴을 다시 지원해야하는 상황이예요.

 

얼마전 동생이랑 엄마랑 술을 한잔 하고 속깊은 얘기 할 상황이 되었는데...

동생이 첨으로 그러더라구요. 자기는 어릴때부터 너무 미대에 가고싶었는데 엄마아빠 욕심에 의대에 갔고

(실제로 미대 엄청 가고 싶어했어요.. 지금도 그림이면 자다가도 깹니다..)

자기의 이런저런 성격이랑 의대 친구들이랑 너무 안맞아서 6년 내내 친구 한명 없고

물론 자기 잘못이지만 동기들에게 좀 재수없고 띠껍게.. 자기 맘대로 행동하는 모습 많이 보여서

오히려 미운털도 많이 박히고.. 특이하고 재수없는 애로 인식됐다고.. 그걸 자기도 알고 그냥 도망치고만 싶었다고 하더라구요. 고등학교때야 그냥저냥 머리빨로 공부했지만 의대 들어와보니 애들이 너무 똑똑하고 잘해서 주눅만 들고..

자기도 첨엔 진짜 열심히 공부한다고 했는데도 도저히 이해도 안되고 따라갈수가 없는게 반복되다보니 나름 스트레스 많았다고.. 그렇게 딴길로 놀지라도 않으면 미쳐버렸을것 같다고 하더라구요..

 

3년동안 공보의 온게 인생에서 처음으로 자기 마음의 소리에 귀 기울일수 있는 시간이었고

생각도 많이 하고, 시골 노인 환자들 보면서, 그리고 공보의 동료들이랑 지내면서 자기가 참 어리석었다고

이제라도 제대로 의학 공부도 열심히 해보고 병원 들어가서 환자들도 보고 일도 치열하게 하고싶다고 하더라구요.

 

근데 벌써부터 들려오는 소리가 내년에 인턴 들어가면 자기 동기들이 레지던트 3년차가 되어있을거고..

몇몇 동생을 학생때부터 싫어하던 동기들이 동생 병원에 들어오면 가만 안두겠다.. 해꼬지 하겠다..고 벼르는

애들도 있다고.. 그런 생각 한번 들면 너무 두려워서 어쩔줄 모르겠다고..

 

그래서 큰맘먹고 그 동기들에게 연락해봤는데 만날 필요도 없다는 식의 대답을 들었나봐요.

제 동생이라 팔이 안으로 굽어서 그런가 공보의 가서 진짜 열심히 살았거든요..

봉사활동도 많이 다니고 자기 수양도 많이 하고 공보의들은 보통 많이 노는데 동생은 이제라도 공부 해보고싶다고

늘 책 쌓아두고 공부하고 그 와중에 미국의사면허 시험까지 다 붙었고 마지막 스텝 하나 곧 남겨두고 있어요.

 

 

요즘 그거 마지막 스텝 공부하는데 자꾸 내년에 병원 들어갈 생각하면 너무 스트레스 받아서 공부도 안되고 잠도 못자고 늘 친구들한테 구박받는 꿈만 꾸다가 새벽에 땀뻘뻘흘리면서 일어난대요..

 

그 말 듣고 저랑 엄마는 괜히 예민하고 약한 놈 의대보내서 고생시켰나 눈물만 나더라구요..

그동안 오만하게 굴었던 동생 잘못도 크지만, 초딩들도 아니고 그렇게까지 싫은 동기를 해꼬지하는 의사들도 참 없어보이기도 하고..

 

동생한테 다른 병원 인턴 가라고 했더니 그래도 나름 국내 최고 병원인데 자기는 모교병원으로 다시 가서 진짜 열심히 해보고 싶다고 하네요. 아무래도 익숙하기도 하고... 또 친한 친구들도 조금은 있으니까..

아산이나 삼성같은 병원에 가고도 싶지만 아무래도 모교 병원에 가야 조금은 과를 선택하는데 유리하고 자유롭다고 하더라구요. 자기는 정말 많이 변했는데 동기들은 학생때 모습 그대로인것 같다고 너무 답답해하고 계속 불안해하더라구요.

 

어떻게 해야할지 옆에서 무슨 말이라도 해주고싶은데 마냥 하루종일 책상에 앉아서 불안한 마음으로 하는둥 마는둥 하는 공부를 하고 있는 동생이 너무 안쓰럽네요.. 아무 조언이나 좀 해주세요. 엄마나 저나 동생한테 아무 말이나 해주고 싶은데 그쪽으론 경험도 없고 말주변도 없어서... 좀 도와주세요...

IP : 211.114.xxx.153
11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동기들은 변했는지 모르잖아요
    '11.11.16 11:36 AM (115.178.xxx.253)

    일단 가서 부딪히면서 변한 모습을 보여주면 됩니다.
    자기가 만든 결과이니 스스로 겪어내면서 극복해야 맞다고 봅니다.
    모교병원 가고 싶다고 하시니 정면 돌파 하셔야지요.
    동기들도 남동생분이 이전같지 않다는걸 알게되면 변하게 됩니다.

    너무 걱정하지 말라고 응원해주세요. 주위분들이 걱정을 들어주는건 좋지만
    같이 걱정하는 모드보다는 긍정적으로 밝은면을 알려주세요.
    공중보건의 가서 그렇게 열심히 했다면 앞으로도 좋은 결과 있을겁니다.

    좋은 의사가 될것 같네요.

  • 2. 부딪히라고하세요.
    '11.11.16 11:44 AM (115.91.xxx.188)

    저도 의사이고 병원생활이 어떤지 잘 알고 있어요. 한번 박힌이미지 바꾸기엔 사람들이 갖힌 공간에서 일하다보니 좀 마음이 닫혀있구요. 소문도 무성한곳이 병원이죠. 그렇지만 좋은 점은 일이많고 너무 바쁘기 때문에 남일에 그렇기 신경 못써요. 인턴하면서 좋은 모습보이면서좋은 소문을 역으로 낼 수있고 이런경험이 또동생분에게 공부가 될거라고 생각합니다. 서울대 병원은 본교랑 암센터 분당 보라매 제주도 까지 로테이션이라 아마 인턴중의 one of them으로 살 확률이 높습니다. 그리고 부딪히기전에 두려움이 가장 무서운거지 막상 부딯히면 겁먹었던거보다별거 아닌게 대부분이예요. 결국 자기자신을 극복해야하는거죠. 그리고 남들은 내가 생각하는만큼 저에게 관심이 없다는거.. 공보의하시면서 내공 많이 쌓으신것같으니 병원가서도 수련받으시면서 좋은 의사가 될것같습니다. 참! 그리고 졸업하고 군대까지 다녀왔으면 성인입니다. 남들이 뭐라뭐라하는거레 휩쓸리면서 살 시기가 아니라는거죠. 남들이 나보고 나쁜사람이라해도 내가 아니라면 아닌거라는 자신의 생각을 신뢰하고 나아가라고 격려해주세요.;

  • 3. ㅇㅇ
    '11.11.16 11:44 AM (116.33.xxx.76)

    옛날에 정말 재수없고 짜증나던 애가 몇년만에 와서 친한척 하면 당연히 환영 못받죠. 쌓아논 평판이란게 있는데... 오래된 빚갚는 심정으로 천천히 인내하는 수밖에 없어요. 처음엔 그나마 친했던 친구 1~2명한테 의지하면서 자리를 잡으라 하세요. 난 변했어~짠! 깜짝파티처럼 한번에 오명 떨치고 친구들과 새롭게 룰루랄라하는건 시트콤에서나 가능한 일이구요. 성실하게 병원 생활하다보면 자연스레 따라옵니다.

  • 4. ,,,
    '11.11.16 11:48 AM (112.72.xxx.219)

    사람마음도 바뀔텐데요 내가 직면하면 어려운거겠지만 객관적으로 보니
    들어가서 술도 많이 밥도 많이사고 내가 학교때 잘 못해줘서 미안하다 정도로 몇명한테라도 잘하면
    그애 변했더라 소문이 나지않을까요 그리하는거밖에 더있겠어요
    본인이 그정도로 털어놓을정도면 알고있으니 다행이고 개선의 여지가 있는거지요

  • 5. 음...
    '11.11.16 11:52 AM (218.234.xxx.2)

    처음에는 물론 가만 안두겠죠. 그러나 그것도.. 자신의 업보 아닙니까...

    자신이 저지른 행동의 댓가를 받는 것이니 받아야죠. 피하지 말고..

    그리고 한 6개월만 묵묵히 지내세요. 신뢰할 수 있는 사람이라는 거, 저 사람이 달라졌구나 하는 걸 주변 사람들이 느끼기 시작합니다. 그렇게 되면 고생시키는 사람(악감정 있는 사람)이 오히려 가해자가 되는 상황이 만들어져요.

    내가 6년간 친구들에게 저지른 언행의 댓가라고 생각하고 6개월만 수모 참으라고 해주세요.

    사람 사는 곳, 다 마찬가지입니다.

  • 6. ........
    '11.11.16 11:58 AM (112.150.xxx.23)

    공보의 끝난 남자면 프리미엄이 있어요
    좋은 과 갈수 있답니다.

    힘내라고하세요
    적성에 안맞는 의대 진학자들 많답니다. 그나마 자기가 호감가는 전공 택하게 하세요
    절대로 집에서 돈 많이 버는 과로 몰지 마시구요

    전공 안맞는 문과성향 분들이 정신과를 가장 많이 가요. 수술을 할수 없는 분들

  • 7. ..
    '11.11.16 12:00 PM (125.128.xxx.145)

    동생분도 모교로 가고 싶어 하는 이유가 있는 만큼
    가서 잘 하실거라고 믿어요
    처음엔 혼자일수도 있겠지만
    그래도 동생의 변한 모습을 알아보는 진정한 친구 한명쯤은 찾게 되지 않을까요?
    그런식으로 조금씩 주위 사람들과의 관계를 넓히면 될거 같아요

  • 8. 원글
    '11.11.16 12:04 PM (211.114.xxx.153)

    다들 너무 주옥같은 댓글들이라 하나하나 댓글의 댓글로 감사드리고 싶은데 댓글의 댓글 기능이 안되네요? 제 컴에 이상이 있는건지.. 동생한테 댓글들 복사해서 보여줘야겠어요. 다들 맞는 말씀이세요. 이런 얘기가 하고싶었는데 말주변이 없는건지 아무말도 못하겠더라구요..

    제가 봐도 동생이 좀 나약한 구석이 있네요. 그래도 이제라도 좀 더 사회화된(?) 마인드를 갖췄으니 남은 공보의 기간동안 옆에서 좀 더 용기낼수 있게 지지해주는게 가족이 할 수 있는 유일한 응원이 아닐까 싶네요.

    무조건 감싸기보다는.. 마음,몸 단련하도록 응원해야겠어요..쓴소리도 좋으니 아무 조언이나 좀 더 듣고 싶네요.

  • 9. ...
    '11.11.16 10:11 PM (122.37.xxx.78)

    전 솔직히 무조건 가라고 말씀 못드리겠어요. 본교말고 다른 학교로 가는건 어떨까요. ..
    왜냐하면.. 의대내 폭력이 생각보다 상당하다고 알고있어요. 이제 레지던트 밟아야 하는데..정말 4년차 되기전까지 너무너무 힘드시고 고통스러울 수 있어요..정말..꼭 본교를 가야하는 지..인생 길고 꼭 본교에서 할 필요 없는데..꼭 본교에서 전문의를 밟아야 하는 지..의문이 들어요. 인턴생활자체가 힘이든데...괴롭히겠다고 벼르는 곳으로 간다니요.. 이거 그냥..힘내라 할 수 있다 차원을 넘어서는 것일수도 있어요. 이번...고대 의대생 사태 그냥 일어난 일 아니예요. 동생분이 괜히 악몽꾸면서 힘들어하시는 거 아닐거예요

  • 10. doctor
    '11.11.17 2:16 AM (67.171.xxx.108)

    동생이 서울대 의대 출신이면
    삼성이나 아산 가도 메리트 있어요

    동기가 레지던트 3년차면 인턴때 많이 부딪힐 일은 없지만
    그래도 인턴 성적에 영향이 있을수 있으니
    제생각엔 동생분이 정말 마인드가 바뀌었다면
    새 술은 새포대에 하는 맘으로 다른 병원에서 시작하는게 더 나을것 같은데요

  • 11. ...
    '13.8.15 2:06 PM (211.197.xxx.103)

    자신의 업보, 언행의 댓가="평판"; 변한 모습을 보여주는 수밖에; 시간이 가면 바뀔 듯.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43086 아이들이 먹기 좋은 생선은 무엇인가요? 9 ... 2011/11/29 2,067
43085 유시민의 따뜻한 라디오,,노회찬과 함께..깨알같이 재밌어요^^ 5 한날당아웃 2011/11/29 1,716
43084 밤낮없이 문을 꽝꽝닫는 이웃집.. 3 소음 2011/11/29 3,463
43083 총수가 아프다? 아픈 원인은...... 6 딴지일보 2011/11/29 2,196
43082 올레 별포인트로 뭘하면 좋을까요 7 .. 2011/11/29 2,048
43081 고등학교를 바라보며 공부를 하자고 하려면(도움 부탁드려요) 1 예비중3맘 2011/11/29 1,600
43080 신혼여행가서 볼 영화 좀 추천해주세요. 7 인디고핑크 2011/11/29 3,465
43079 입사한지 일년도 안된 사람들 결혼식...ㅠㅠ 6 축의금 2011/11/29 3,222
43078 정치는 국민에게 구애하는 것, 이론보다 정서가 중요, 요말 출처.. 3 무식해서 죄.. 2011/11/29 1,096
43077 대략 2시 까지는 이대통령 한미 fta 서명기사가 다음 뉴스에 .. 2 다음에서 2011/11/29 1,457
43076 오늘 희망수첩의 3 그릇 2011/11/29 1,788
43075 틈만나면 돈뜯어가려는 친정왠수 남동생 12 참.. 2011/11/29 4,628
43074 재활용함에 넣는 옷들은 어떻게 처리되나요? 1 www 2011/11/29 1,479
43073 임플란트는 젊은 의사? 3 이빨아 2011/11/29 2,278
43072 ‘불온서적’ 저자들 “감사할 따름” 세우실 2011/11/29 1,270
43071 짜증나는 직장동료 괴롭히는 방법...(펌) 13 2011/11/29 6,545
43070 생협 절임배추 어떠셨어요 ? 12 회원 2011/11/29 2,304
43069 의료 민영화 계획 보고서 정부에 제출 9 삼성 2011/11/29 1,910
43068 “내 가슴에 쥐가 났어, 난 쥐가 싫어” - 김총수曰- 3 ^^별 2011/11/29 2,272
43067 특종! - 오늘밤 PD수첩 이국철의 비망록 - 본방사수! 참맛 2011/11/29 1,262
43066 결혼하려니 연락할 사람이 없네요 ㅠㅠ 9 ... 2011/11/29 3,546
43065 국가 조약을 내용도 안보고 3분만에 졸속처리.. 7 .. 2011/11/29 1,219
43064 애 밥 먹는 거 보기 넘 지루해요.. 11 휴우.. 2011/11/29 2,805
43063 지상파방송이 송출중단을 요구해서... 3 방송이 안 .. 2011/11/29 1,735
43062 MB 임기 말 'BBK 사건' 다시 불붙나- 왜 중국으로 ??.. 1 ^^별 2011/11/29 1,67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