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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병실에서 느낀 점...

간병 조회수 : 3,038
작성일 : 2011-11-08 18:41:39

엄마 다리가 부러져서 입원중입니다.

형제자매들이 뿔뿔이 흩어져 살기도 하고, 직장생활을 하는터라 간병인을 쓰고 있죠.

아빠는 안계시고 저만 미혼이라서 자주 들여다보기도 하고 밤에 잠을 자기도 합니다.

거동이 불편하시니까 12시간은 간병인 쓰고 제가 퇴근하면서 교대하는거죠...

저도 첨엔 힘들고 24시간을 쓸까 했는데 병원에 누워 생활하는 엄마가 사람을 무척 기다리시고

가면 무슨 얘기라도 계속 하셔서 바로 나오기도 뻘쭘하고 해서 제가 잠을 자게 되었는데요~

병실에서 어른들 말씀하시는거 듣다보면 헛웃음도 나고, 그분들에게 연민도 느껴지곤 해요.

연세가 70~80대시니까 혼자 계시긴 힘들어 보이는데

울엄마를 포함한 3분만 간병인을 쓰고 다들 혼자 계십니다.

주말이면 자식을 포함한 손주, 조카들까지 우르르 몰려와서 앉기는 커녕 서 있을데도 없이 있다가

또 우르르 가지요.

근데 문제는 그 분들이 혼자 있을 처지가 아니란 겁니다.

밥이 와도 받으러 가지 못할 정도의 다리 기브스를 하셨거나(울엄마 포함)

심장이나 폐가 안좋아서 산소를 끼고 계시는 분이 대부분이거든요.

그러다 보니 화장실 간다고 절뚝 거리면서 저를 쳐다보고... 부축해주길 바라시는거죠.

아침밥이 오면 가지러 못가니까 저를 쳐다보고

냉장고에서 물 갖다달라, 반찬 갖다달라... 미안하다는 말은 꼭 붙이시면서...

첨엔 즐거운 맘으로 해드렸는데 이게 2주째가 되고 보니...ㅋ

맨날 하시는 말씀은 자식들 칭찬이죠.

이제 여섯분은 서로 호구조사 끝나고 자식이 몇이고, 손주가 몇이며

직업이 뭔지도 다들 알고 계실만큼 서로 자랑만 하고 계십니다.

얘기만 들어보면 다들 잘나가고 계시는데... 왜 간병인을 써주지 않는건지...이해불가...

아픈것도 죄가 되서 자식들 오면 미안하다는 말을 하시는 분도 계시고,

주말에 와서 자겠다고 하는 자식에게 괜찮다고 피곤할테니 극구 집에 가서 자라고 하시고

아침엔 기력을 못차려 간호사들 기겁하게 하시고, 의사 호출하시고...

의사는 보호자 연락해서 통화하면서 상황설명하는데도 달려오는 자식은 없더군요.

핸드폰으로 전화오니까 하는 말씀이 이제 괜찮아졌다고... 잠깐 어지러운거 뿐이라고...

참 답답했습니다.

한쪽에선 간병인 아주머니들 모여서 저렇게 하는게 자식들 욕먹이는건데 그걸 모르신다고...

저게 자식을 생각하는줄 아시는데 그게 아니라며 답답해 하시더라구요.

그러면서 하시는 말씀이 병원에서 자는 사람들 대부분이 간병인이라고...그런 세상이 되버렸다고...

그냥 답답해졌습니다.

IP : 110.10.xxx.95
6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실속없는 자랑의 실체가
    '11.11.8 7:29 PM (112.72.xxx.145)

    그런거네요..

    막상 자식의 도움이 필요할때 짐이 될까봐 도움도 못청하면서,남들에겐 효자인척 하는 자식자랑이란게 말이에요..
    자식들에게 도움 못청하는 이유는,
    자신이 짐이 되어서 버려질까봐 그게 걱정인거 같아요..

    나이드신분들,
    자식에게 버림받을까 두려워하는 그런 트라우마들이 있는거 같았어요..
    그래도 없는것보다 있는게 나으니까
    최대한 조심하면서 사는건데,좀 그렇네요..

  • 2. 근데
    '11.11.8 7:33 PM (150.183.xxx.253)

    병원에서 밥같은거는 환자들이 먹을수 있게 서비스 해줘야 하는거 아닌가요 -_-
    그 식판 놔줘는게 뭐가 어렵다고 ...

  • 이해 합니다
    '11.11.8 9:40 PM (112.153.xxx.240)

    보통 병원에서 식판은 침대 테이블에 올려주는데, 환자가 누워있다거나, 자리에 없다거나 하면
    보호자 침대나 다른곳에 두거든요. 그러면 나중에 식사를 해야할때 문제가 되는거구요.

    먹는게 문제라기 보다는 다 먹고나서 식판을 식판수거하는곳에 따로 가져다 놔야 해요.
    식판 수거는 병실 복도나, 공동 주방 같은곳에 가져다 놔야하거든요.
    (식판들고 밖으로 걸어 나가서 가져다 놔야 함.) 그게 어렵다는 거지요.

  • 3. ...
    '11.11.8 7:49 PM (222.109.xxx.54)

    자식들이 경제적으로 여유가 없거나 철이 없어서 그래요.
    그리고 한 병실에 도움 주는 사람들이 있으니 그냥 지내는 거구요.
    아주 환자 상태가 심하면 간호원실에서 보호자 한테 전화해서
    간병할 사람 필요하다고 식구들이 와 있던지 못할거면
    간병인 쓰라고 연락해요.

  • 4. 간병인 쓰라고 해야죠
    '11.11.8 9:56 PM (115.136.xxx.27)

    그 병원 어딘지 모르지만.. 정말 식판같은 것도 그렇고.. 몸 아픈 환자들한테 너무하네요.

    그리고 원글님.. 수고 많으시네요.
    환자 간병하는거 힘드시죠..

    전 할머니가 입원하셨을때. 간병인 있는데도. 회사 끝나고 병원가면 참 힘들더라구요.
    그냥 얼굴만 좀 들여다보는 수준인데도 힘든데. 거기 다른 분들까지 간병하시려면 얼마나 힘들까요...
    기운내시고 어머니 얼른 쾌차하시길 바랍니다.

  • 5. 이해 합니다.
    '11.11.8 9:58 PM (112.153.xxx.240)

    옆에서 도와달라면 야박하게 싫다고 얘기할수도 없고, 계속 도와주기도 그런, 애매하고 불편한 상황
    정말 싫죠.( 진심으로 무료 간병 봉사 하시는분들 존경합니다.)

    사실 보호자도 쉴 시간이 필요하거든요.
    간병 하다보면, 몸도 맘도 지치는데 병실에 있으면서 한 두번 도와주다보면
    나중엔 거의 본인 간병인 처럼 부려먹으려 드는 분들도 간혹 계세요.

    대게 어떻게든 움직여야 할 상황이면 어느정도 움직일수는 있지만 좀 불편한 분들이 특히
    간병인 두시는거 아깝다고들 생각하세요. 혹은 자식들 눈치가 보이기도 하고. 그래서 그런거겠죠.

    이해는 하지만, 계속 도와주다보면 염치가 없어진달까? 그런분들이 있고, 또 한편으론 안됐기도 하고 그래요.

    저도 친정엄마가 지병이 있으셔서 수시로 입원 하시는 바람에 병원에서 오래 있어봐서 어떤 마음으로 쓰셨는지 잘 알꺼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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