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11월 8일 경향신문, 한겨레, 한국일보, 서울신문 만평

세우실 조회수 : 1,281
작성일 : 2011-11-08 08:19:37

_:*:_:*:_:*:_:*:_:*:_:*:_:*:_:*:_:*:_:*:_:*:_:*:_:*:_:*:_:*:_:*:_:*:_:*:_:*:_:*:_:*:_:*:_:*:_

공병대 시절, 눈만 뜨면 삽을 드는 게 일이었으니
삽질이라면 나도 제법 할 줄 알지
삽으로 흙을 떠서 던지면
삽 모양 그대로 흙이 날아가기까지
아침마다 굽은 손가락 억지로 펴가며 배웠지
내가 아무리 구덩이를 잘 파고 공구리를 잘 비벼도
그래도 어디 농민들 삽질만큼이야 했겠나
노동자들 삽질만큼이야 했겠나
한 삽을 뜨면 한 톨의 쌀이 되는 삽질
한 삽을 뜨면 한 장의 연탄이 되는 삽질
그런 삽질 근처에도 가보지 못했지
그래도 한때나마 삽질을 해본 나는
그 시절, 삽에 대해 경배하는 법을 배웠네
삽질을 하다 상관이 지나가면
총 대신 삽을 들고, 받들어 삽!
그런 군인정신을 통해서가 아니라
삽질을 하려면 반드시 허리를 굽혀야 한다는 사실
땀 흘리지 않고 삽질하는 비책은 없다는 사실
한 삽에 흙 한 덩이 이상 뜰 수 없다는 사실
하나하나 깨우치는 만큼 삽날이 닳아갔네
삽날이 닳아 없어지는 속도에 맞춰 시간이 갔고
제대한 지 어느 새 스물 몇 해
삽질하는 법, 이제는 내 몸에서 잊혀졌지만
삽질을 모욕하는 말, 참을 수 없네
삽질 한번 안 해 본 것들이 툭하면
―삽질하고 자빠졌네
무심코 내뱉는 말, 죄 없는 삽이 불쌍했네
그러더니 새만금을 막고 천성산을 파내고
이제는 한반도 운하까지 뚫겠다며
거대한 삽을 들어 올린다는 말이 들려오네
거대한 삽질 한 방이면
경제가 살고 나라가 산다는 말
새빨간 거짓부렁이란 걸 나는 알고 있네
내가 배운 삽의 정신과는 정반대인
저 거대한 거짓의 삽
아, 한 가지 더 배운 게 있었네
삽날을 치켜들면 그대로 무기가 된다는 사실!
한바탕 삽의 전쟁이 다가온다면
나는 정직한 삽의 편에 설 것이네
삽을 경배할 줄 모르는 저 거짓 무리들의 정수리를
내 정직한 삽으로 후려치고자 하네
그 옛날 배운 대로
어깨 위로 삽!
성스러운 전쟁에서 물러서지 않기 위해
내 마음의 삽을 버리고 또 버리네
삽날 위에서 햇살이 반짝, 튕겨오르네


           - 박일환, ≪삽의 전쟁≫ -

_:*:_:*:_:*:_:*:_:*:_:*:_:*:_:*:_:*:_:*:_:*:_:*:_:*:_:*:_:*:_:*:_:*:_:*:_:*:_:*:_:*:_:*:_:*:_

※ 대운하(이름만 바뀐) 반대와 생명의 강을 모시기 위한 시인 203인의 공동시집
   "그냥 놔두라, 쓰라린 백년 소원 이것이다"에서 발췌했습니다.

 

 


 

 


2011년 11월 8일 경향그림마당
http://img.khan.co.kr/news/2011/11/07/20111108ggg.jpg

2011년 11월 8일 경향장도리
http://img.khan.co.kr/news/2011/11/07/20111108jjj.jpg

2011년 11월 8일 한겨레
http://img.hani.co.kr/imgdb/resize/2011/1108/132066616703_20111108.JPG

2011년 11월 8일 한국일보
http://photo.hankooki.com/newsphoto/2011/11/07/alba02201111072032220.jpg

2011년 11월 8일 서울신문
http://www.seoul.co.kr/cartoon/manpyung/2011/11/20111108.jpg

 

 

 


당신들에게는 "있는 것", "아는 것" 찾는 게 더 빠를 거라니까요. 아... 사실 그게 더 어려운 건가?

 


 

 

 

―――――――――――――――――――――――――――――――――――――――――――――――――――――――――――――――――――――――――――――――――――――
왕은 배, 민중은 물이다. 물은 큰 배를 띄우기도 하고 뒤엎기도 한다.
                                                                                                                                                        - 순자 -
―――――――――――――――――――――――――――――――――――――――――――――――――――――――――――――――――――――――――――――――――――――

IP : 112.154.xxx.62
2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두분이 그리워요
    '11.11.8 8:24 AM (121.184.xxx.228)

    시인의 저 정직하고 올곧은 삽질의 노동을 생각하면 정말 '삽질'이라는 말도 죄송하네요.
    우리가 개색히 할때, 우리 옆에 있는 그 반려의 친구를 생각하며 미안해하듯.

    하나하나 꼼꼼히 읽어볼게요.
    언제나 감사합니다.
    새우실님 기사 보며 아침 일 시작합니다.
    좋은 하루 되세요.

  • 2. 감사합니다.
    '11.11.8 12:28 PM (182.209.xxx.241)

    늘...잘 보고 있습니다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41870 영정에 불을 붙이면 처벌하겠다" 10 .. 2011/11/25 1,628
41869 코슷코에선 3년쓴 다*슨 청소기도 환불해주네요? 11 진상? 2011/11/25 4,019
41868 아이가 아파서 어린이집을 한달정도 못가고있는데요 8 치료중 2011/11/25 3,438
41867 수학경시대회 잘 보려면 풀어야하는 문제집이 있을까요 20 학교 2011/11/25 4,433
41866 일반집전화VS 인터넷전화. 아껴보자 2011/11/25 1,123
41865 고등생 다운패딩 제품 구입하신분 알려주세요. 5 겨울대비 2011/11/25 1,766
41864 이번주 코스트코 할인품목이 뭔가요?(세제, 섬유유연제) 4 코스트코 2011/11/25 1,802
41863 드럼 배우기 힘들까요? 1 아줌마가 2011/11/25 2,102
41862 도와주세요..여러분..세탁소에서 신랑겨울코트를 분실하고 하고서... 17 억울한 이 2011/11/25 4,613
41861 900만원정도 몇년동안 모아둔 돈이 있어요 15 티끌모아 태.. 2011/11/25 7,420
41860 미국병원에서 간호사로 취업한 지인이 말하는 미국의료보험 14 한미FTA반.. 2011/11/25 5,473
41859 팔이 왜이렇게 저릴까요 2 팔팔 2011/11/25 1,275
41858 박원순 서울시장 당선 뒤풀이 토크콘서트- 동영상 ^^별 2011/11/25 1,063
41857 경향신문 어제날짜 경향신문에서 제공 2 광팔아 2011/11/25 1,355
41856 26일(토) 나꼼수 대구공연 갑니다. 7 이와중에 2011/11/25 1,310
41855 태업으로 최악의 상황은 막을수 있다 얼마전 읽은.. 2011/11/25 973
41854 전 오래전부터 선거운동하고 있어요 1 두번은 안되.. 2011/11/25 962
41853 산 땅을 다시 파는것.. 그 기간이 짧을때요? 3 강캔디 2011/11/25 1,403
41852 박지만이 주진우 기자 고소했네요 15 2011/11/25 2,616
41851 발목 인대 치료(일산 탄현 근처) 2 아나키스트 2011/11/25 1,671
41850 일산에 서예나 동양화서실 아시는분........ 동양화,,,.. 2011/11/25 993
41849 나는 꼼수다 대전 콘서트, 정말 대단했다 동영상 5 ㅎㅎ 2011/11/25 1,799
41848 골뱅이 통조림에 든거 삶아야 하나요 그냥 먹어도 5 되나요 2011/11/25 21,351
41847 물 새는 '4대강' 상주보, 안전진단 없이 땜질 급급 4 ^^별 2011/11/25 931
41846 저 아래 축의금 백만원 글보고 .. 6 결혼축하금 2011/11/25 4,48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