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되는 아이를 기르는 엄마에요.
보통 여자아이들이 빠르다고들 하지만 말도 늦은 편이고 초등 저학년인 지금도 말수가 없어요.
남들은 하나를 가르치면 열은 못해도 둘은 한다는데 하나를 가르쳐도 잊기 일쑤고
열심히 하려는 의지도 별로 없어 보여요.
그래서 한번씩 저혼자 많이 울었어요.
어쩌다 작년에 같이 어울렸던 집이 있는데 그집 아이는 욕심도 많고 하고자하는 의욕도 강해요.
그러다보니 많이 치였고 결국 멀어졌어요.
다른것보다 그집 엄마가 우리애한테 문제가 있다는 말을 해서 상처를 많이 받고 연락을 끊었어요.
남들은 말로 가르치면 된다는거 저는 하나하나 다 짚어주고 보여주고 속터져서 애도 한번씩
잡으면서 그렇게 올해를 보냈습니다.
얼마전 학예회를 했어요.
한달전에 학교에서 공지가 왔고 혼자서 이런저런 고민을 했어요.
워낙 늦되는 아이라 나가서 망신당하느니 그냥 결석시킬까?어디 여행이라고 갈까?
그런데 아이가 악기도 스스로 선택하고 유치원때 모아두었던 쉬운 악보도 찾더니 연습을 시작했어요.
처음엔 그냥 될대로 되라는 식으로 별로 신경도 안썼어요.
그런데 2주가 넘어가니 음정도 박자도 안정적이고 연주곡으로 듣기에도 좋았어요.
아이 스스로도 괜찮다고 느껴졌나봐요.
자기가 잘하는 것 같다고 뿌듯해하면서 학교갔다오면 시키지 않아도 연습하더니 학예회때도 살짝
실수하긴 했지만 당황하지 않고 마무리도 잘 했어요.
그날 저녁 일기를 썼는데 자기가 학예회때 잘한거 같아서 너무 기분이 좋다고 써놨더라구요.
저 얼마나 기뻤는지 몰라요.
남편 붙들고 펑펑 울었어요.
남들 보기에 그거 아무것도 아닌일일지 몰라도 저에겐 특별한 의미였거든요.
축하 많이 받고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