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1분 명상.

따진 조회수 : 977
작성일 : 2011-11-02 21:41:18

서커스

 

내가 십대였을 때의 일이다
어느날 나는 아버지와 함께 서커스를 구경하기 위해 매표소 앞에 줄을 서 있었다
표를 산 사람들이 차례로 서커스장 안으로 들어가고
마침내 매표소와 우리 사이에는 한 가족만이 남았다

그 가족은 무척 인상적이었다 열두살 이하의 아이들이 무려 여덟 명이나 되는 대식구였다
분명히 말할 수 있는 것은 그들이 결코 부자가 아니라는 사실 이었다
하지만 그들이 입고 있는 옷은 비싸진 않아도 깨끗했고 아이들이 행동에는 기품이 있었다
아이들은 둘씩 짝을 지어 부모 뒤에 손을 잡고 서 있었다
아이들은 그날 밤 구경하게 될 어릿광대와 코끼리, 그리고 온갖 곡예들에 대해
흥분한 목소리로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들이 전에는 한번도 서커스를 구경한 적이 없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날 밤은 그들의 어린 시절에 결코 잊지 못할 추억이 될 것이 틀림없었다

아이들의 아버지와 어머니는 자랑스런 얼굴로 맨 앞줄에 서 있었다
아내는 남편의 손을 잡고 자랑스럽게 남편을 쳐다보았다
그 표정은 이렇게 말하는 듯했다
"당신은 정말 멋진 가장이에요"
남편도 미소를 보내며 아내를 바라보았다 그의 시선은 이렇게 말하고 있었다
"당신 역시 훌륭한 여성이오"

이때 매표소의 여직원이 남자에게 몇 장의 표를 원하냐고 물었다
남자는 목소리에 힘을 주어 자랑하듯이 말했다
"우리 온 가족이 서커스 구경을 할 수 있도록 어린이표 여덟장과 어른표 두 장을 주시오"
여직원이 입장료를 말했다
그 순간 아이들의 어머니는 잡고 있던 남편의 손을 놓고 고개를 떨구었다
남자의 입술이 가늘게 떨렸다 남자는 매표소 창구에 몸을 속이고 다시 물었다
"방금 얼마라고 했소?"
매표소 여직원이 다시 금액을 말했다
남자는 그만큼의 돈을 갖고 있지 않은 게 분명했다
그러나 이제 와서 어떻게 아이들에게 그 사실을 말할 것인가
한껏 기대에 부푼 아이들에게 이제와서 서커스를 구경할 돈이 모자란다고 말할 순 없는 일이었다

이때였다
상황을 지켜보고 있던 나의 어버지가 말없이 주머니에 손을 넣더니
20달러짜리 지폐를 바닥에 떨어뜨렸다
그런 다음 아버지는 몸을 굽혀 그것을 다시 주워 들더니
앞에 서 있는 남자의 어깨를 두드리며 말했다
"여보시오, 선생, 방금 당신의 호주머니에서 이것이 떨어졌소"
남자는 무슨 영문인지 금방 알아차렸다
그는 결코 남의 적선을 요구하지 않았지만 절망적이고 당혹스런 그 상황에서
아버지가 내밀어 준 도움의 손길은 실로 큰 의미를 가진 것이었다
남자는 아버지의 눈을 똑바로 쳐다보더니 아버지의 손을 잡았다
"고맙소, 선생, 이것은 나와 내 가족에게 정말로 큰 선물이 될 것이오"
남자의 눈에서는 눈물이 글썽거렸다
그들은 곧 표를 사갖고 서커스장 안으로 들어갔다

나와 아버지는 차를 타고 집으로 돌아와야 했다
그 당시 우리집 역시 전혀 부자가 아니었던 것이다
우리는 그날 밤 서커스 구경을 못 했지만 마음은 결코 허전하지 않았다

 

                                   댄 클라크


     101가지 이야기 발췌

IP : 61.82.xxx.84
0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34491 남대문시장 일요일날 문 여나요? (특히 삼익패션타운) 5 .. 2011/11/06 5,109
    34490 남편을 제 마음에서 내려놓으려면 어떻게 해야할까요? 11 줄리엣 2011/11/06 5,307
    34489 한미 fta 반대 집회 다녔왓어요 25 한걸 2011/11/06 2,685
    34488 점프왕수학 이정도면... 7 걱정 2011/11/06 3,090
    34487 나꼼 27화 받으신 분 없으신가요? 4 참맛 2011/11/06 2,558
    34486 fta집회.... 휴일에는 낮에 하면 좋을텐데.. 5 궁금이 2011/11/06 1,714
    34485 82 수사대 언니들 이 옷 브랜드좀 알려주세요 3 쿡쿡쿡 2011/11/05 2,603
    34484 경상도말, 전라도말 왜 궁금하죠? 16 부산사람 2011/11/05 2,130
    34483 옳게 말한건지 궁금이 2011/11/05 1,263
    34482 친구들끼리 동해바다로 1박 2일 무작정 떠나려고 해요(친구들이 .. 5 바다 2011/11/05 1,598
    34481 겨드랑이 제모 하신분 ? 8 살빼자^^ 2011/11/05 4,109
    34480 여자 학원강사 정년은 몇살이라고 생각하세요? 18 사과나무 2011/11/05 16,687
    34479 보험 고지의무 궁금해요 4 그렇고그런 2011/11/05 3,085
    34478 여의도에서 책 빌려 볼 수 있는 곳? 혹은 도서이동차량? 6 여의도 2011/11/05 1,391
    34477 헐..거짓말좀 고만해라..(대한문 FTA반대집회 후기) 9 듣보잡 2011/11/05 2,659
    34476 혹시 닥터큐라는 클렌징바(비누)써보신분~~~ 8 마당놀이 2011/11/05 4,413
    34475 대한문앞 촛불집회 후기 8 2011/11/05 2,200
    34474 시인지망생입니다. 다섯번 째에요. 7 시인지망생 2011/11/05 1,653
    34473 나꼼수 한달 비용이 약 2천8만원이라네여. 9 시민만세 2011/11/05 3,739
    34472 쇼팽의 피아노 연습곡(에튀드) - 이별의 곡 7 바람처럼 2011/11/05 4,993
    34471 오늘 시청에서 집회 못한 이유랍니다.. 16 스콜라 2011/11/05 5,422
    34470 애가 밥을 안먹습니다..팁좀 주세요. 요리책도 추천 요망~ 9 ^^ 2011/11/05 2,237
    34469 지금 KBS1 심야토론에서 FTA 내용해요 12 FTA반대 2011/11/05 2,100
    34468 82손가락부대)마감 뉴스에라도 나오게 합시다. 5 누가이기나 2011/11/05 1,584
    34467 요새 홍준표하고 놀고 있어요,, 11 오직 2011/11/05 3,17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