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김수영, 어느날 고궁을 나오면서

부끄럽다 조회수 : 1,928
작성일 : 2011-11-02 16:45:24

                어느날 고궁을 나오면서

 

                                       김   수  영

 

 

왜 나는 조그마한 일에만 분개하는가
저 왕궁(王宮) 대신에 왕궁의 음탕 대신에
50원짜리 갈비가 기름덩어리만 나왔다고 분개하고
옹졸하게 분개하고 설렁탕집 돼지같은 주인년한테 욕을 하고
옹졸하게 욕을 하고
 

한번 정정당당하게
붙잡혀간 소설가를 위해서
언론의 자유를 요구하고 월남 파병에 반대하는
자유를 이행하지 못하고
20원을 받으러 세번씩 네번씩
찾아오는 야경꾼들만 증오하고 있는가
 
옹졸한 나의 전통은 유구하고 이제 내앞에 정서로
가로놓여 있다
이를테면 이런 일이 있었다
부산에 포로수용소의 제14야전병원에 있을 때
정보원이 너어스들과 스폰지를 만들고 거즈를
개키고 있는 나를 보고 포로경찰이 되지 않느다고
남자가 뭐 이런 일을 하고 있느냐고 놀린 일이 있었다
너어스들 옆에서
 
지금도 내가 반항하고 있는 것은 이 스폰지 만들기와
거즈 접고 있는 일과 조금도 다름없다
개의 울음소리를 듣고 그 비명을 지고
머리도 피도 안 마른 애놈의 투정에 진다
떨어지는 은행나무잎도 내가 밟고 가는 가시밭
 

아무래도 나는 비켜서 있다 절정 위에는 서 있지
않고 암만해도 조금쯤 옆으로 비켜서 있다
그리고 조금쯤 옆에 서 있는 것이 조금쯤
비겁한 것이라고 알고 있다 !
 
그러니까 이렇게 옹졸하게 반항한다
이발쟁이에게
땅주인에게는 못하고 이발쟁이에게
구청직원에게는 못하고 동회직원에게도 못하고
야경꾼에게 20원 때문에 10원 때문에 1원 때문에
우습지 않으냐 1원 때문에
 
모래야 나는 얼마큼 적으냐
바람아 먼지야 풀아 나는 얼마큼 적으냐
정말 얼마큼 적으냐 ……


 

IP : 59.9.xxx.175
1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
    '11.11.2 6:43 PM (119.69.xxx.80)

    저도 오늘 이 시를 생각했었네여. ㅠㅠ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66080 출발드림팀 시즌 1 이상인 2 장가갔으면 2012/01/31 2,244
66079 아파트 2개중 고민입니다. 고민입니다... 2012/01/31 1,719
66078 하루에도 수십번씩 남편이 요구한다면 어떤가요? 26 코리 2012/01/31 16,256
66077 돌잔치 가족끼리 하면 썰렁하지 않을까요? 7 궁금해요 2012/01/31 2,203
66076 제가 아주 그릇된건지 봐주시겠어요? 7 골똘 2012/01/31 1,938
66075 82수사대분들! 1 예뻐지고싶은.. 2012/01/31 1,185
66074 등산후에... 1 ... 2012/01/31 1,449
66073 치아교정, 산너머 산이네요 16 끝이없어요 2012/01/31 5,786
66072 눈썰매장에 초등여아 데리고 가려는데요.. 패딩 부츠 추천 부탁드.. 6 눈길 2012/01/31 1,569
66071 연아양 까는 분들,피겨라는 운동은.. 33 정말 힘들어.. 2012/01/31 4,475
66070 수퍼맨처럼 망토 두르고 있어요 ㅋㅋ 4 집에서 2012/01/31 1,775
66069 결혼하고보니 미혼친구들과 멀어지게 되네요. 3 확실히 2012/01/31 2,676
66068 네살 아이도 오메가 3 먹여도 되나요???? 2 걱정되는걸 2012/01/31 1,919
66067 내자식 정말 잘키웠다 자부하시는분 계신가요? 14 석세스 2012/01/31 3,999
66066 (급질)꼬막질문드려요... 9 생애처음 꼬.. 2012/01/31 1,917
66065 라벨에 88-90-160 이라고 써 있어요. 6 이 옷 사이.. 2012/01/31 3,729
66064 원주나 홍천 맛집 추천 좀 해주세요. 1 연이 2012/01/31 2,010
66063 '1억원 피부과' 유언비어는 디도스보다 더 죄질이 나쁘죠 21 콜로라도 2012/01/31 2,459
66062 블로그에 음식만화 연재하시는 그분이요.. 25 .. 2012/01/31 4,506
66061 무릎 뼈가 찌릿찌릿 하고 아파요 1 ㅜㅜ 2012/01/31 2,365
66060 인터넷 회사 변경 여쭤봐요.. 1 울라 2012/01/31 1,170
66059 특수사건전담반 텐 보신분.. 2 바느질하는 .. 2012/01/31 1,595
66058 어린이들은 홍삼을 장복하면 안될까요? 5 술개구리 2012/01/31 3,041
66057 올 겨울 내내 패딩을 못고르고 있었어요. 근데 이 제품좀 봐주세.. 4 ... 2012/01/31 2,362
66056 둘째생각이 전혀 없는 남편이 이해가 안되요.. 28 왜 그럴까요.. 2012/01/31 5,728